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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천에 시민들 동참 큰 보람"
"작은 실천에 시민들 동참 큰 보람"
  • 이정희 명예기자
  • 승인 2011년 01월 19일 22시 56분
  • 지면게재일 2011년 01월 20일 목요일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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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양학산 등산로 쓰레기 줍기 12년 안성호씨
12년 동안 포항 양학산을 오르내리며 꾸준히 쓰레기 줍기 등 봉사를 해온 안성호 할아버지.

포항 도심지역 사람들이 제일 많이 다니는 산이 양학산일 것이다. 양학산은 그만큼 동네에 가깝고 높지도 않아 산책 코스로 제격이다.

이 산을 다니면서 12년 동안 꾸준히 쓰레기를 주어온 사람이 있다. 산을 오르기만 했지 남이 버린 쓰레기를 주워오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자기 쓰레기만 잘 챙겨 내려와도 산이 더렵혀지지는 않을 것인데, 쉬울 것 같은 그 일을 실천하기는 어렵다. 무심히 버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청소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양학산을 다녀본 사람들은 거의 안성호씨를 안다. 하루에 1천500명 정도의 사람이 다니는 산이라 등산로에는 간이찻집이 세 개나 있다. 그가 유명해진 또 한 가지는 그가 이 찻집에서 일 년에 한 두 번씩 등산객에게 무료로 차를 제공하는 것이다. 양학산을 오래 다녀본 사람이라면, 그가 대접하는 차 한 잔을 얻어 마신 기억이 있음직 하다.

그가 12년 동안이나 꾸준히 이 일을 하자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그를 추천해서 2003년도에 시민봉사상을, 2005년에는 경북도지사상을 받았다.

그는 독학으로 한학을 공부해서 성균관 진사과를 수료했고, 흥해향교 장의를 맡아 12년이나 봉사했다. 그때 그는 명륜당 충효교실에 출석하는 아이들이 차거운 마루바닥에서 업드려 공부하는 것을 보고 사비 200만원을 들여 보일러를 놓아주기도 했다.

1993년의 일이니 그때 당시 큰 돈이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그의 마음씀은 언제나 주변을 훈훈하게 한다.

요즘은 자신의 이름을 딴 '성호수목원'을 만드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양학산에서 쓰레기를 줍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처음 양학산에 다니면서 보니까 너무 지저분했어요. 그래서 내가 산을 좋아하니 산에 성의 표시를 하고 싶어서 봉사할 결심을 했지요. 마음만 먹으면 별로 힘든 일은 아니니까. 그렇게 마음먹고 나서는 산에 갈 때마다 하루도 쓰레기봉투를 안 가져간 적이 없었어요. 처음에는 봉투 가득 넘치게 쓰레기가 담겼는데 오래 하니까 사람들도 점점 자각하게 되고 해서 조금씩 쓰레기가 줄었어요."

- 12년을 계속 하신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뒷이야기도 많겠습니다.

"내가 하루도 안 빠지고 하니까 사람들이 시에서 월급 받고 하는 줄 알고 월급 얼마냐고 묻기도 하고, 좀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있고, 나중에는 사람들과 많이 친해져서 농담도 하고, 좋은 일 한다고 칭찬도 많이 들었지요. 또 내가 한학을 해 놓으니 사람들이 뭘 물으면 내가 좋은 문구도 얘기해주고 하니까, 모르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며 '양학산 도사'라 불러줬지요"

껄껄 웃는 그의 웃음이 소박하고 천진해보이기까지 하다. 그는 사비를 들여 양학산시산제를 지내기도 했다. 산에 대한 경외심이다.

-등산객에게 차를 대접하기도 하셨다는데, 생업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젊을 때는 농사를 지었는데, 그 다음에는 집을 지어 팔았지요. 내가 포항에 30년 살면서 집을 몇 백채는 지었습니다. 요즘은 그때 조금 모아놓은 것도 있고, 자식들이 주기도 하고…."

-요즘도 양학산에 가십니까?

"2007년도부터는 별로 못 갔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것은 변함없는데, 내가 한림산수회에 몸담고 있어 거기에서 매달 전국의 산들을 다 다니고, 또 수목원 일도 많고 해서 시간 내기가 어렵습니다."

-수목원에서는 나무나 꽃 판매도 하십니까?

"그런 영리 목적이 아니고 그냥 시골 양백 2리 야산에 틈틈이 유실수도 심고 꽃도 가꾸고, 앞으로는 토끼나 오리 닭같은 짐승들도 키워보려 합니다. 여기에 지인들이 와서 놀기도 하고, 쉬어가기도 하면 그것도 보람이지요. 거기는 시내보다는 공기도 훨씬 좋지요. 인제 나이도 들었고 해서 도심을 떠나 물외한인(物外閑人-세속의 번거러움을 떠나 욕심 없이 한가롭게 사는 사람)으로 살아보려고요."

올해 칠십세인 그의 칠순잔치를 아들이 성호수목원에서 해줄 것이라며 활짝 웃는 그의 소박한 모습에서 세속의 욕심같은 것은 찾아볼 수 없었다. 힘 자라는데까지 베풀고 봉사해서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삶을 살고 있는 안성호씨, 그가 요즘 실망스러운 정치판에 한마디 했다.

국정천심순(國政天心順) 관청민자안(官淸民自安)-정치는 순리대로 해야 하고, 관청이 맑아야 백성이 편안하다-. 헐뜯기 싸움박질에 치졸한 권력다툼이나 하는 정계가, 이런 필부( 匹夫)들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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