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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연필 없이 공부하고 방과후에는 바이올린 삼매경
책·연필 없이 공부하고 방과후에는 바이올린 삼매경
  • 류상현기자
  • 승인 2011년 02월 07일 00시 14분
  • 지면게재일 2011년 02월 07일 월요일
  • 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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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안동 와룡초등학교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

안동시 와룡면 가구리의 와룡초등학교는 전교생 62명의 작은 시골 학교다.

하지만 이 학교 학생들은 대도시 학교 이상의 첨단시설에서 공부를 한다. 전 교실에 전자칠판이 설치돼 있어 책과 공책이 필요없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필기는 태블릿 PC로 한다. 이 PC는 3학년 이상의 모든 학생에게 지급돼 있다. 여기에 아이들이 전자펜으로 필기를 하면 교사는 누가 문제풀이를 제대로 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필기는 그대로 PC에 저장돼 집에 가서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 볼 수 있다. 집에서 복습할 때는 선생님의 수업 장면을 동영상으로 다시 볼 수도 있다. 이 시스템은 교실 밖의 나무그늘에서도 수업이 가능토록 한다.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신나는 프로그램의 연속이다. 이 학교 역시 경북도교육청의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다른 학교들과 마찬가지로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을 중시한다.

방과후 프로그램, 바이올린 교실.

취미·특기 개발을 위한 오카리나, 댄스, 바이올린, 기타, 피아노, 컴퓨터, 태권도, 그리기 등의 신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이 모두 무료로 진행돼 학생들의 참가 열기가 높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도움으로 이 학교 학생들은 지난 2006년부터 '일찌감치' 전교생 무료급식도 이뤄지고 있다. 이 학교는 도교육청의 작은 학교 가꾸기 사업 대상 학교에다 지난 2009년에는 교과부의 전원학교에 지정돼 무려 17억원이나 지원을 받게 되면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다목적 강당과 스크린이 설치된 실내 골프장이 교내에 들어서고 모든 교실은 리모델링이 됐다. 운동장에는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민속자료관도 만들었고, 농구·풋볼·테니스 등을 할 수 있는 첨단 체육 시설인 넥스트 필드도 설치해 학생들과 주민들이 이용토록 하고 있다.

권재도 교장

또 흙먼지 날리던 운동장은 인조잔디 구장에 인라인·자전거 트랙이 설치된 첨단 운동장으로 변모했다. 운동장 한 쪽에는 생태연못, 쉼터, 야외 체력단련장, 종합놀이터, 나무벤치, 야생화 동산 등이 설치돼 학교는 공원으로 바뀌었다.

학교가 이처럼 활기를 띠게 된 것은 불과 수년 전부터다. 지난 2008년 이 학교에 현재의 권재도 교장이 부임했을 때 80명이었던 학생은 이듬해 52명으로 급격히 줄었다. 위기감을 느낀 권 교장은 학교 살리기 구상에 들어가 우선 주민들을 위한 프로그램부터 만들었다.

첫 시도가 자신의 주특기인 서예를 활용한 서예교실이다. 인근의 월곡초등학교 교장으로 있으면서 개설했던 이 프로그램은 주민들에게 아주 인기를 얻어 여기서 그대로 도입했다. 현재 회원은 모두 180여명으로 이들이 '와룡초등학교는 좋은 학교'라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수자원공사의 예산지원으로 프로그램 운영과 전시회 등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서예교실은 지역 주민을 위한 대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학생들에게는 신나고 재미난 학교 만들기에 전력했다.

학생 모두에게 가훈을 적어오라 해서 이를 붓글씨로 권 교장이 직접 쓴 다음 액자에 넣어 복도에 전시했다. 매년 가훈 전시회도 열었다. 또 아이들에게 시조창을 가르쳐 전국 시조경창대회에서 은상을 타기도 했다. 오카리나, 바이올린 등을 구입, 원하는 학생 누구나 무료로 배울 수 있도록 했다.

특색사업으로 한자 교육도 강조하고 있다. 교실 창문에는 4자 성어의 한자가 도배돼 있고 전교생은 매일 아침 20분동안 한자수업을 한다. 이와 함께 학생들이 매일 일기와 함깨 그 아래에 한자와 단어를 한 개씩 쓰도록 한 '날마다 새로운 와룡이의 하루'라는 일기장도 개발하고 5, 6학년 학생들에게는 인쇄된 글씨가 아닌 자신의 육필로 된 문집도 만들게 했다.

학력 향상에도 주력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력향상 책임제를 도입하고, 학력 우수상과 함께 '거북이 상'이란 것도 만들었다. 아이들 스스로 다음달에 도달할 목표를 정하게 해서 성공하면 점수와 관계없이 상을 주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하니 학력은 쑥쑥 올랐다. 지난 번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전교생이 '보통이상' 평가를 받았고 75%는 우수등급을 받은 것이다.

특히 주민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은 학교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 학교에는 연중 무휴로 운영되는 서예를 비롯 건강교실, 밴드교실, 풍물교실, 노래교실 등 7개 프로그램이 모두 무료로 운영되고 있다.

직접적인 학생 늘이기 전략도 구사했다. 초등학교 입학 대상 아이가 있는 집을 일일이 찾아가 아이들을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학생 늘이기에는 동창회의 역할이 중요했다. 권 교장은 동창회 간부들을 초청, 아이들에게 졸업식때만 상을 주지말고 입학 장학금도 주라고 제안했다. 동창회는 흔쾌히 받아들여 당장 400만원의 장학금이 생겼다. 그래서 작년부터 동창회는 입학생들에게 입학 장려금 20만원씩을 지급하고 있다.

이렇게 학교가 활기를 띠게 되자 이 학교는 최근 안동교육지원청으로부터 학교경영 우수 평가와 함께 도교육청의 학교 경영평가에서 상위 3% 이내에 드는 놀라운 성과를 나타냈다. 덩달아 전학문의가 부쩍 늘었고 학생들도 되돌아오기 시작했다. 지난해 학기 초 58명에서 현재 62명으로 늘었고 이번 신학기가 되면 70명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아이들의 꿈' 강조…학부모 1대1 면담 중요

권재도 교장

-학교경영 방침은?

아이들에게 꿈을 강조한다. 그래서 초등학교때부터 진로교육을 시작한다. 아이들의 꿈이 구체화돼야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경북도청소년지원센터와 연계해 매년 심리검사를 한 후 이 결과를 보고 학부모 총회 때 교사들이 학부모들과 1대1 면담을 한다. 아주 성과가 좋다. 다른 학교들도 이를 도입하면 좋겠다.

-학교에 학생들이 다시 늘고 있는데 지난 해 전학 온 학생들은 어떤 경우인가?

10명이 전학을 왔는데 부모의 사업실패로 조손가정 아이가 몇 있지만 대부분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이 좋아서 안동시내에서 온 학생들이다.

-학교 경영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학부모들은 막연히 자식 교육은 도시의 큰 학교가 좋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고정관념을 깨기가 힘들다. 어쨌든 학교에 학생들이 늘어서 좋긴 하지만 현재의 우리 학교 학부모들의 인식도 잘못된 점이 있다. 모든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니까 학교 교육은 당연히 공짜라는 생각으로 이 프로그램들의 가치를 잘 모른다. 하지만 시내에서 전학온 아이의 부모들은 학교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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