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철 사회부 기자

아이들이 실종된 지 두 달이 지난 어느 날, 종호엄마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종호가?" "예" "어데고..."

애타게 찾던 아들의 전화였지만 종호엄마의 목소리는 너무나 차분했다. 그리고 발신자 추적을 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엄마는 경찰에게 아들이 전화가 왔다고 제보했다. 하지만 이 전화로 자신은 범인으로 의심까지 받는다. 하지만 엄마는 끝내 아무말 하지 않는다.

"부모가 자식 목소리 모르겠냐고, 그렇게 해야 우리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 같아 그랬다고" 그녀에게 목소리의 주인공은 종호가 아니었지만, 종호여야 했다. 그녀는 사람들이 사건에 대한 '기억의 끈'을 놓지 않도록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사실 나는 잊고 있었다. 당시 내가 살던 동네 근처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포함한 어린이 5명이 실종됐었고, TV와 실종자 전단지를 통해 수백 번은 더 봤을 얼굴이지만 말이다.

지난 2007년 공소시효가 만료된다는 기사도 직접 썼고, 아이들의 유골이 발굴된 와룡산을 찾은 부모들을 바로 앞에서 봤지만 잠시 잊혀졌었다.

당시 아이들이 살았던 동네는 지금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고, 하루 수만 대의 차량이 다니는 도심이 됐다. 유골이 발견된 산자락 밑에는 골프연습장과 학교가 들어섰다. 그만큼 시간이 지났다.

영화 '아이들'은 그런 사람들의 기억을 다시 깨웠다. 수 년전 머릿속 저편에 숨겨두었던 5명의 어린이의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다시 펼쳐졌다. 너무 어려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던 사람들은 영화를 통해 어렴풋이 기억을 떠올렸다. 한 관객은 술을 먹을 때마다 눈물을 흘리며 없어진 아들 얘기를 했다던 실종 어린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어머니에게 여러 번 들었는데 그 아버지의 모습을 영화에서 볼 수 있어서 공감이 더 된다고 했다.

올 초부터 인터넷에서는 영화 '아이들'의 개봉이 임박해지면서 '성서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건에 대한 사건일지를 소개하는 블로그가 생겨나고 네티즌들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다.

시사회 당일, 극장 한 켠에 마련된 '아동범죄 공소시효폐지 서명운동'에는 참여하는 시민들이 끊이지 않았다.

영화에서 육감을 믿는 한 형사가 말한다.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수사는 끝나지 않았다고. 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또 다시 연장됐다.

소년들의 마지막을 알고있는 '범인' 역시 세월이 지났다고 사건을 잊고 있었다면 다시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법적인 죄를 물을 수 있는 공소시효는 끝났지만, 마음의 죗값에 대한 기한은 없다는 사실도 알았을 것이다.

고맙다 '아이들'아. 나와 우리 그리고 그의 기억을 다시 찾아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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