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북구 산격사회복지관 장혜숙 씨

복지관 식당에서 장혜숙(왼쪽) 봉사자와 권명수(오른쪽) 관장이 결식아동들의 식사를 챙겨 주고 있다.

"할머니 밥 많이 주세요", "참 맛있어요." 진종일 이 소리가 귓전을 맴돌아 가슴을 저리게 합니다. "할머니" 하고 매달리는 우리 손주들의 고사리 손. 저는 18년을 이렇게 할머니를 찾는 결식아동들의 모습을 떠 올리며 오늘도 급식시간을 기다립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건강이 너무나 걱정이 됩니다.

"점심은 학교에서, 저녁은 복지관에서 두 끼는 먹고 있지만 체력은 곧 국력이라 하지 않았던가요. 어린이는 이 나라의 미래인데…" 복지관 식당에서 만나본 장혜숙(66)씨는 첫 눈에도 남달리 인자하고 자상한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저는 이렇게 많은 손주를 두었습니다. 이제는 하루도 아이들의 끼니를 챙겨주지 않으면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공휴일도 쉬지 않고 일해도 급식시간만은 늘 부족함을 느낍니다. 저는 밥 먹는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그것은 우리 손주들이 할머니한테 소중한 사랑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입니다"

장 할머니는 평소에도 노약자들을 위해서는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소문난 봉사자다. 특히 IMF후로는 저소득층 결식아동을 돕기 위해 봉사단을 만들고 물심양면으로 헌신적인 봉사를 하고 있어 지역사회에서도 찬사가 자자하다.

-결식아동들의 식생활이 궁금합니다.

"제가 맡고 있는 산격동 결식아동들의 경우는 점심과 저녁은 학교와 복지관에서 먹고 있습니다. 공휴일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주는 식권으로 끼니를 해결하는데 아침밥은 많은 아이들이 못 먹는 것으로 알고 있어 늘 가슴이 아픕니다. 특히 마음이 쓰이는 곳은 유아(학령이전 아이)들의 급식입니다. 대부분이 결손가정 아이들이고 아직 어려서 수줍음이 많고 편식도 심해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제 부모가 있으면 집에서 한창 어리광을 부릴 나이인데! 형들 틈에 끼여서 혼자 밥 먹는 것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애처로워서…. 저 아이들한테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산격동 복지관에서는 매일 100여명의 결식아동들이 식사를 한다. 주 5일, 점심과 저녁급식. 주말에도 방학 때도 그는 쉬지 않고 나와서 아이들의 식사를 챙겨 준다. 하루라도 쉬게 되면 할머니를 찾는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견딜 수가 없다고 한다. 필자가 잠시간 지켜보는 중에도 장 할머니의 자상함과 권명수 복지관 관장의 친절함은 안도감을 준다. 유아들이 투정하고 삐치기라도 하면 어르고 달래서 밥을 다 먹게 한다. 여느 친할머니와 다르지 않다. 특히 권관장은 평소에도 아동들의 급식에는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배려하고 있다고 하니 보다 더 안심이 된다.

-산격동 어르신 봉사단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산격사회복지관과 인연을 맺고 결식아동 급식봉사를 하면서 2003년 뜻을 같이 하는 노인들과 노년을 보다 '의미 있고' '건강하게'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 봉사단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단원은 10명. 평균 나이는 72세, 생계가 넉넉한 사람은 없습니다. 자녀 뒷바라지에 골몰, 전혀 노후 준비를 못해 대부분이 임대 아파트에 살며 정부에서 생계비 지원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가 도리어 노약자들을 찾아서 돕고 있으니 회원들의 생활이 얼마나 보람차고 당당해졌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회원들도 지금은 재미를 붙여 봉사를 유일한 친구로 삼아 매일 같이 솔선해서 선행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마을거리 청소를 시작으로 일어났으나 지금은 보다 적극적으로 파지와 고철 등을 수집하여 비용을 마련하고 결식아동들의 급식지원, 간식보내기, 저소득층 자녀 등하교길 돌보기 등으로 친할머니 역할을 대신해 동네서는 꼭 필요한 봉사라고 많은 인사를 듣고 있다. 특히 주목을 받는 일은 가난한 노인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회원들은 의식주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노인들의 자살을 무엇보다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회원들은 누구보다도 그들을 심정적으로 잘 이해하고 있어 자살예방에 큰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도움도 받아 보았고 봉사도 해 봤으니 실버 세상에 한 말씀을….

"누군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였지요. '정말 만사는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아요!' 지난날 행. 불행이 모두 누구 때문이 아니었어요! 돌이켜보면 미워하고 원망했던 일도 아무 소득이 없었습니다! 노년에도 받는 기쁨 보다가는 베푸는 즐거움이 인생에 몇 배나 더 소득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미룰수록 후회는 커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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