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영천 산동중·전자고

산동중 학생들이 독서 티셔츠를 만들어 자랑하고 있다.

지난 1947년 영천지역에서 최초로 설립된 사립 중학교인 산동중학교(영천시 화남면 삼창리)는 한때 1천100여명의 큰 학교였다.

그러나 현재의 조인호 교장지난 2008년 9월 교장으로 취임했을 때 이 학교의 전교생 수는 달랑 18명. 폐교와 존치의 갈림길이 앞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학생수는 27명으로 늘었다. 내년에는 30명을 넘기는 것이 확실하고 결국 50명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학교 전체에 커 가고 있다.

영천전자고의 학부모 동행 산업현장 체험.

학교를 다시 살린 것은 조 교장의 의지를 확인한 동문들의 힘이었다.

조 교장 역시 이 학교 출신이면서 수년간 동창회 일을 맡아왔었다. 조 교장은 교장으로 취임하면서 '성공한' 동문들을 일일히 찾아다니며 지원을 요청했다. 동문들은 기꺼이 모금에 참여했다. 교장의 의지에 감복해 1억원까지 낸 동문도 있었다.

동문들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 입어 이 학교는 지난해부터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학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면서 밤 9시까지 아이들을 가르친다.

조인호 교장

그러므로 이 학교에는 학원에 다니는 학생이 한 명도 없다. 게다가 학생들에게는 학교 준비물, 교복, 체육복, 심지어 학습지까지 무료로 제공된다.

학부모들은 사교육이 필요없는데다 공교육비 부담도 전혀 없고, 학생들의 성적이 올라가자 영천 시내의 중학교보다는 이 학교를 선택했다. 올해엔 관내 지곡초등학교 졸업생들이 몽땅 이 학교로 입학했다.

심지어 다른 초등학교에서도 4명이 들어왔다. 일찍이 없었던 현상이다.

다음은 조인호 교장과의 일문일답.

-교실 학생들의 책상마다 컴퓨터가 놓여 있는 것이 특이하다.

"교장에 부임하면서 모든 학생들에게 PC를 지급했다. 당시 학생이 18명이었는데 저는 PC를 27개 사라고 했다. 그런데 올해 학생수가 정확히 27명이 됐다. 올해는 35개를 구입할 예정이다. 이 PC모두 주인을 찾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우리는 다른 학교처럼 컴퓨터실을 따로 만들지 않고 학생들의 책상에 컴퓨터를 두고 수업 시간 중에 검색을 하도록 하는 등 수업에 활용을 한다. 아이들도 좋아하고 수업도 활기를 띤다"

-밤 9시까지 공부하면 교사와 학생들이 힘들어하지 않는가?

"당연히 힘이 많이 든다. 하지만 학교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뤄져 있어 교사들은 열심히 가르치고 있다. 다행히 지금은 선생님들께 수당을 지급할 수 있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학생들은 처음부터 밤 9시까지 수업을 하면 힘이 들기 때문에 학기초에는 오후 8시 30분까지 한다. 그리고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외에도 생활 한자, 영어회와, 배드민턴 등을 하면서 저녁시간을 재미있어 한다. 학부모들은 아주 좋아한다. 밤에 아이들을 데리러 학교에 와서 운동을 하기도 한다. 이를 위해 학교에서는 운동시설을 갖추는 등 학부모들에게 학교를 적극 개방하고 있다. 도서관도 학부모들이 얼마든지 이용하도록 한다. 도교육청이 이를 알고 올해는 300만원을 보태줬다"

-학생들의 성적이 얼마나 올랐나?

"현재 2학년의 경우 작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5개 과목 모두 도내 평균 이상의 성적을 냈다. 학습부진아는 한 명도 없다"

-학교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이 어떻게 확인되나?

"우선 학생수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불어나고 있다. 아이들의 한자능력, 워드프로세스 등의 자격증 획득도 늘어나고 도서대출 수도 연간 34권 이상으로 많이 늘었다. 지역 사회도 우리학교를 도와 주자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학교가 살아나서 지역이 활기 있게 변했다고 좋아한다"

중학교만 살아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조 교장이 함께 경영하는 영천전자고는, 전국의 전문계고 취업률이 25% 내외인 가운데, 취업률 50%의 놀라운 성적을 내고 있다.

-학교연혁을 보니 74년 산동종고에서 95년 영천공고로, 그리고 2003년 영천전자고로 바뀌었다. 전자고로 바꾼 이유는?

"백화점식 경영으로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 특화는 필연적이다. 우리는 학교는 2008년 미래의 신성장 동력산업인 모바일·디지털의료전자 분야로 특화했다. 그리고 산업체에 맞춘 교육과정을 도입하고, 취업캠프 운영, 기업 현장 연수, 혁신사관학교 입교, 기업 전문 경영인 간담회, 비즈쿨 및 창업동아리 활성화, 기능사 자격증 대비반 운영, 학부모 동행 산업체 현장 체험, 1교사 1기업 책임제, 졸업생 관리 시스템 등을 가동하면서 지역의 20여개 기업과는 산학협약도 체결했다. 이렇게 2년간 뛰어보니 30%에 머물던 취업률이 작년에는 50%로 올랐다.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학생을 제외한 100%의 학생이 LG디스플레이㈜ 등 15개 기업에 취업했다"

-전자고에도 학생들이 몰리는가?

"매년 정원을 겨우 맞췄으나 올해는 25명이 우리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전문계고 학생들이 비교적 인성교육이 취약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기업인들은 만나면 제일 먼저 하는 얘기가 '인간이 된 아이들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실력있는 아이보다 성실한 아이를 보내달라는 분도 많다. 그만큼 인성교육은 전문계고에서 더욱 절실하다. 우리학교는 학생들이 정직하지 않으면 못 배기도록 만든다. '백학의 범절'이라는 책자를 만들어 학생들이 하루에 한 가지씩 선행을 한 것을 기록하게 하고 검사를 한다. 또 1주에 1권의 책 읽기를 해서 읽은 날짜와 책 제목, 저자, 내용 및 소감 등을 적게 한다. 한 달에 한 번 씩 봉사활동한 내용도 모두 기록하게 한다. 이것을 성실하게 기록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은 취업에서 당장 차이가 날 것이다"

-학교 살리기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학부모, 지역사회, 동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다. 아이들의 성적을 올려주고 학교발전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면 학생들은 돌아온다. 우리는 겨울방학마다 학교에서 인근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수학을 무료로 가르쳐 준다. 이런 하나하나의 프로그램들에게서 학부모들은 '저 학교라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고 판단한다. 2년간 이를 눈으로 확인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