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중섬경로당 박두하 회장

37년간 전국 크고 작은산을 오르내리며 산불조심 계몽에 헌신한 중섬경로당 박두하 회장.

지난 겨울은 정말 추웠다. 더구나 눈까지 많이 와, 눈 구경을 별로 해 본 적이 없어, 눈을 반겼던 포항 시민들도, 눈 이제 그만 왔으면 좋겠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눈 피해도 많았었다. 그러니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한결 더 간절했다. 그러나 봄은, 언제나 그 고운 치마폭 뒤에 숨어 따라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있기 마련이니 바로 산불이다. 며칠 전에도 여러 지역에서 산불이 나 아까운 나무들을 태우고 민가에까지 피해를 주었다. 이런 것을 늘 안타깝게 여겨 37년 동안이나 전국 산을 다니며 산불조심 계몽을 하는 사람이 있다. 전 소방공무원이었고 현재 중섬경로당을 모범경로당으로 이끌어가고 있는 박두하 회장이다.

그는 산불조심 리본과 모자를 자비로 제작해서 등산객들에게 나누어주고 자기 자신도 리본과 모자를 착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등산배낭 뒤에 작은 산불조심 깃발을 달고 다니며 움직이는 현수막 역할을 하며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박회장은 이 일을 하기 위하여 산악회 네 곳에 가입해 있다. 개인적으로 산에 가는 것 말고도, 산악회에서 가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한 달에 네 번은 산불조심 계몽을 하는 셈이다.

박회장은 그가 회장으로 있는 중섬 경로당에서도 한 달에 한 번씩 소화기 사용법과 가스 사용법에 대해서 교육을 하고 있고 사비로 일 년에세 대씩 소화기를 구입해서 모범 회원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이 일을 시작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라도 있으신지요?

"특별한 일이 있어서 한 것은 아니고, 내가 소방관으로 근무하고 있으니, 근무할 때 뿐 아니라 소방서 밖,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불조심에 대한 계몽을 해야 되겠다 싶어 시작했지요."

-37년간이나 산불예방운동을 다니셨는데 재미있는 얘기 있으면 해 주세요.

"내가 배낭에 깃발을 달고 다니기만 해도 담배 피우던 사람들은 움찔해서 얼른 불을 꺼지요. 가슴에 불조심 깃을 달고 있으면, 요즘은 그런 것 없지 않아요. 그러니 추억의 불조심 깃이라고 하면서 옛날이야기를 서로 하기도 하고, 좋은 일 한다고, 정말 불조심해야 한다고 격려도 해주고 …."

-언제까지 이 일을 하실 것인지?

"내 발로 걸어다닐 수 있는 힘이 있는 한, 끝까지 할 겁니다. "

결의에 차 있는 박회장의 얼굴에서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다.

-회장으로 계신 중섬경로당이 2010년도 650개 경로당의 9개 모범 경로당 중 하나로 뽑혔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글쎄요. 우리 회원들이 좀 하는 일이 많기는 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어깨띠를 제작해서 걸고 형산강 살리기, 봄 가을 대청소도 나가고, 주 3회 동네 어린이 놀이터 청소도 하고요, 텃밭을 임대해서 부식은 스스로 대어먹지요. 그래서 우리 경로당에서는 점심 저녁을 다 제공합니다. 봄, 가을 관광도 가고, 정월 대보름에 윷놀이 대회도 하고, 회원 45명이 단합과 친목이 잘 되는 것도 자랑이지요. 반찬 같은 것은 우리 안식구가 나와서 회원들과 직접 만듭니다. 안식구가 음식 솜씨가 좋아요."

은근이 부인 솜씨 자랑을 하면서 껄껄 웃는 모습에서 베풀고 나누기 좋아하는 사람의 여유와 편안함이 느껴진다. 부인도 그와 함께 베풀기를 좋아해 국군의 날에 모범 하사관 16명을 집에 초청해 따뜻한 가정과 어머니의 정을 느끼게 해 주었다.

박회장은 소방관으로 일하기 전 동사무소에서 6년간 근무했는데 그때도 떠도는 무적자 15명에게 호적을 만들어주고 취업도 알선해 주었다.

박회장은 울진 온전 소방파출소, 흥해, 제철소방파출소등 근무지를 옮길 적마다 사비를 들여서 화분을 사서 손수 "365일 불조심" 글을 새기고 소방서 주변 도로에 비치하기도 했다.

백암온천소방서에 2년 반 근무하는 동안 경로당 노인들을 포항 경주 안동 등지로 세 번이나 효도관광을 시켜주었고, 죽도동 고향분들에게도 사비를 들여 20여회나 효도관광을 시켜드리고, 민간에서 내려오는 중풍예방약을 140여명의 노인들에게 처방해 제공했다. 이런 일들로 하여 아산재단에서는 그에게 경로상을 주었고 1982년도에는 모범공무원 증서를 받기도 했다.

늘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힘들게 사는 노인들에게 자신이 가꾼 농작물을 나누어 주기도 하는 박회장, 주는 것이 즐겁다는 박회장에게는 나눔과 베품, 산불조심 운동이 그의 생활이다. 박회장은 현직에 있을 때부터 산불 예방 운동을 하러 다녔고, 퇴임하여 팔순을 바라보는 지금도 여전히 불조심에 대한 일을 하고 있으니 그의 마음은 아직도 현역 소방관이다.

산불조심을 평생 업으로 삼고 있는 박회장과 얘기하고 있으니 "자나 깨나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 보자" 라는 옛날 불조심 표어가 새삼스레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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