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 이웃에 아낌없는 온정…나눔의 기쁨 실천하는 향토사업가

이지곤 포항 청솔밭웨딩 회장

"사람들은 저에게 왜 그렇게 퍼주느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눠 보시며 그 기쁨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될 것입니다."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을 향해 수 억 원어치에 달하는 봉사활동을 펼치면서도 자신과 가족을 위해서는 인색하기 그지없는 사업가가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포항 청솔밭웨딩 이지곤(66·사진)회장.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지만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을 모두 잃은 뒤 한마디로 돈 되는 일이라면 안한 것이 없을 만큼 억척스럽게 살아왔다.

20년 넘게 가난을 이기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오다 어느 정도 경제적인 안정을 찾게 되자 늘 가슴 한켠에는 전쟁통에 일찍 여윈 부모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평생 아버지, 어머니란 단어를 가슴속에만 묻어왔던 터라 지난 1995년 어느 날 어느 지인과 함께 영덕군 지품면 경로잔치에 다녀온 뒤부터는 불우이웃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펼치기로 마음먹었다.

곧 칠순을 눈앞에 둔 이 회장은 자신의 일보다는 남을 위한 봉사가 생활처럼 돼 버렸다.

어려운 경제여건으로 날이 갈수록 각박해져가고 있는 세상인심 속에서 이 회장의 따뜻하면서도 인간적인 삶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맨몸으로 일어서는 방법을 터득하다

경주시 안강읍 옥산리가 고향인 이 회장은 지난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전 일본을 오가며 고철 사업을 하던 아버지 덕분에 큰 걱정없이 생활해왔다.

하지만 여섯살 어린나이에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의고 형과 동생들까지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급격하게 어려워진 가정형편으로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야 했다.

첫 직장인 이발소 보조원을 시작으로 택시기사, 화물트럭 운전 등 가난을 면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뛰어들다보니 직업은 손가락으로 낱낱이 세기가 어려울 정도가 됐다.

특히 20대초 남태평양으로 향하는 원양어선을 타고부터는 끊임없이 밀려오는 배 멀미와 배를 훌쩍 뛰어넘는 파도에 목숨을 내맡겨야 했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돈을 모으기 시작한 그는 지난 1986년 부인 배정숙(62)씨의 음식솜씨를 밑천으로 포항시 남구 대도동에 '한솔밭'이라는 식당을 열었다.

성실하고 부지런한 이 회장의 성격과 부인 배씨의 맛깔스러운 음식솜씨, 장사 수완 등이 합쳐져 지역 내 맛집으로 금방 인정받게 됐다.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터라 음식점의 작은 성공을 기반으로 다른 도전을 또 준비했고 지난 1993년에는 대왕예식장 옆에 청솔밭뷔페식당을 열고 뷔페사업에 뛰어들었다.

△부모님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봉사활동으로 풀어

'근면·성실·절약'을 오랜 신조로 여기며 살아온 이 회장은 부단한 노력으로 청솔밭 뷔페식당을 일궈나갔다.

승승장구를 거듭, 지역에 자리를 잡아가긴 했지만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효도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영덕군 지품면 낙평리 경로잔치를 시작으로 17년간 1만여명의 노인들에게 음식과 선물 등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마다 경로당뿐 아니라 비인가노인복지시설인 아가페 사랑의집 등 곳곳을 방문, 이불 빨래를 비롯 각종 궂은일도 도맡아 했다.

그의 봉사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단순히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봉사활동에 자신이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웃사랑은 청솔밭웨딩으로 전환한 뒤 대출을 받는 등 어려운 시기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특히 청솔밭 웨딩홀을 시작한 뒤 지난 2002년부터 어려운 형편으로 결혼식조차 올리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안고 있는 부부를 선정, 합동결혼식을 마련한 것은 누가봐도 하기 힘든 봉사였다.

남을 돕는 일에 아낌없이 투자해야 된다는 신념에 따라 결혼식에 들어가는 모든 경비는 물론 1박2일 신혼여행지까지 직접 수발해 주는가 하면 얼마간의 생활정착금까지 보태준다.

당시 합동결혼식은 지난 2009년 우리 사회의 이슈로 떠오른 다문화가정 합동결혼식으로 이어졌다.

대부분 다문화가정의 생활이 어려운 농촌지역에 몰려 있다 보니 머나먼 타국 땅까지 시집을 와서도 번듯한 결혼식마저 치르지 못한다는 딱한 사정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에도 이 회장은 포항여성문화회관의 추천을 받은 다문화가정 7쌍의 부부에게 합동결혼식을 올려줬다.

이날 지역 내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한국으로 시집온 이주결혼여성과 일일대부로 맺어주는 한편 자신은 직접 차를 몰고 1박2일간의 신혼여행을 도왔다.

이 회장의 따뜻한 사랑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2006년부터 관내 저소득층 건강보험료 지원 사업으로 해마다 600만원씩 납부해 지난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또 지역 내 교통장애인협회를 비롯 소년소녀가장후원회 등 크고 작은 봉사단체들이 행사를 할 때마다 남모르는 도움의 손길을 펼치는 등 보이지 않은 곳에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봉사활동에 대해 한 마디로 끊는다.

"내가 하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동안 청솔밭을 이용해 주신 모든 고객분들의 사랑이 모아졌을 뿐입니다."

△자식들에게도 봉사의 참뜻 물려주고파

이처럼 남을 위해 봉사한 세월만 해도 수십 년이 흘러 검은 머리카락보다 흰 머리카락이 더 많은 나이가 돼 버렸지만 봉사에 대한 열정만큼은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자식들에게도 재산을 물려주기 보다는 참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남겨주겠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슬하의 두 딸에게 직접 회사에서 땀 흘려 일한 뒤 월급을 받아갈 수 있도록 했다.

"자식들이 섭섭해 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야 자식들도 이 사회에서 더 큰 사랑을 나눠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이 회장이었지만 지난 수십 년간 남들이 하기 힘든 봉사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부인의 끊임없는 내조 덕분에 가능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지곤 회장 약력

△ 1959년 포항남부초등학교 졸업

△ 1962년 포항동지중학교 졸업

△ 1986년 한솔밭 창업

△ 1993년 청솔밭뷔페식당 창업

△ 1997년 상대1동 방위협의회장

△ 1998년 국제로타리3630지구 포항송림로타리클럽회장 역임

△ 1999년 역도연맹 포항상임부회장 역임

△ 2000년 주식회사 청솔밭 법인설립 웨딩홀 이전준공 개업

△ 2001년 포항시장 표창(시정유공)

△ 2002년 상대동 방위협회회장(현)

△ 2003년 경상북도지사 표창(도정유공)

△ 2008년 포항시 최고 체육인상 수상

△ 2009년 포항MBC주최 삼일문화 대상 봉사상 수상

△ 2010년 대한민국 바르게 살기 협의회장 공로패 수상

△ 2011년 대한민국 바르게 살기 협의회장 공로패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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