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암5동 어르신 봉사단 이규성 단장

선열공원에서 애국, 애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규성단장.

"어른들의 행동이 '개차반'인데 아이들을 탓할 수 있습니까?"

"친손자는 안 가르쳐 놓고 남의 손자 버릇없다고 흉 봐서 되겠습니까?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고 바로 가르쳐야 합니다. 그래야 가정과 사회가 바로 섭니다." 이규성(81) 단장은 새벽 5시만 되면 집게와 청소도구를 들고 초등학교 주변과 동네, 선열(先烈)공원으로 출근한다. 간밤에 어른들이 먹고 마시고 버린 오물과 못난 짓거리들을 아동들이 보기 전에 깨끗이 치우기 위해서다. '사람은 교육의 산물입니다' 아이들은 철이 없어 본대로 들은 대로 행동합니다. 지금의 청소년들이 하는 망나니짓을 보고 어른들은 먼저 반성부터 해야 합니다. 그들은 누구입니까? 모두가 우리가 가르치고 기른 아들이요, 손자, 손녀가 아니겠습니까?

- 어르신 봉사단은 청소년 계도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계십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봉사단의 중요한 목적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봉사는 청소년들에게 교육적인 봉사가 되게 해야 합니다. 그들이 보고 들었을 때, 우리 마을 어르신들은 '참 좋은 일만 하시는 할아버지로 보여야 합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습니다. 지금은 더욱 그러한 때입니다. 말로는 백번해도 따르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를 정화할 수 있는 덕목들을 아이들의 눈으로 볼 수 있도록 어른들이 실천해야 합니다. 돌이켜보면 배고프고 못 배운 보릿고개 시절에도 가정과 사회에서 노인들의 처지가 지금처럼 딱한 적은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할아버지는 사회적인 어른으로, 아버지는 본래의 가정의 부모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 어르신 봉사단에서는 주민들의 의식개혁을 위해 새마을 운동을 제창하셨는데?

"우리 회원들은 평균 연령이 73세로 모두가 새마을 운동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본래의 새마을 운동은 지금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신이 모두 다 들어 있습니다. 자조, 자립, 협동정신, 새마을 운동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스스로 하는 자구적 실천운동입니다. 우리나라는 새마을 운동을 다시 일으켜야 다시 일어설 수가 있습니다. 현세 우리 도시 주민들의 의식수준은 불안을 넘어 위험한 지경에 와 있습니다. 은밀히 하는 부정부패는 고사하고 노소간에는 위아래가 없고 막말에 모함까지 거침없이 자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대로 가면 아무리 경제성장을 해도 살기 좋은 나라는 만들 수 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 봉사단은 이 점을 크게 개탄한 나머지 마을에서 노인들이 할 수 있는 작은 일에서부터 한 가지씩 의식 개선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한두 가지 예를 든다면, 우리가 날마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는 날마다 또 다른 우리가 세금을 내서 다시 치우고 있다는 것을, 청소년들이 보는 앞에서 내 아들 딸 안 본다고, 못난 짓거리 한 것이 결국은 길거리에서, 직장에서 자신에게 더 큰 봉변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결국은 내가 버린 오물은 내가 세금 내서 치우고, 내가 보인 못난 짓은 다시 자신의 한탄으로 되돌아온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것입니다."

- 어르신 봉사단이 상시로 하는 봉사활동은?

"우리 회원 31명은 학교주변, 마을 안길, 선열공원 경내를 상시 정화하고 노인들의 쉼터 등을 깨끗이 정리 정돈해 주민들에게 참 좋은 일 하는 노인 상을 심고 특히 청소년들에게는 교육적으로 본받게 하고 존경받는 할아버지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성보재활원을 찾아가 선천성 장애아들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노인들이 할 수 있는 몫의 봉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이규성 님은 첫 대면에서도 노년을 당당하게 살아가시는 지도자임을 쉽게 느낄 수가 있었다. 그리고 만면에는 후덕함이, 말씀에는 분명하고 자상함이 더해져 저절로 존경심이 우러나게 하였다. 단장님은 학도병으로 6·25에 참전하셨고 월남전에도 파병되었으며 나라가 위기일 때는 다년간의 군복무로 조국을 지켰고 퇴역 후에는 새마을 운동에 앞장섰으며 청소년 계도에 각별하셔 애국, 애향을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는 지도자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단장님은 동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적극적으로 후원해 주신 일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으셨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