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노인복지회관 한시반 안삼수 회장

포항노인복지회관 한시반 안삼수 회장.

요즘 노년에 한시나 서예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분들은 대개 교직에서 정년을 했거나 공무원 출신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안삼수회장은 좀 남다르다. 안회장은 육군 보병학교를 졸업하고 소위로 임관, 대령으로 예편한 다음 강원산업 예비군 연대장직을 6년 동안 역임한 직업군인이었다. 그런 그가 76세의 나이에 한학과 한시와 주역을 공부하고 서예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문가의 경지에 이를 만큼 실력을 쌓아왔다.

그는 여러 곳의 한시백일장에서 입상했으며 서예로 큰 상을 받아 포항노인복지회관의 자랑이 되었다. 2009년도에는 한시반 회원들의 작품을 모아 만락풍월(晩樂風月)이라는 작품집을 내었고, 평생교육우수동아리에 뽑혀서 시에서 주는 지원금을 받기도 했다.

안회장은 우리나라가 어려웠던 시절에 비무장지대에서 복무를 하면서 이북군 장교의 회유의 표적이기도 했고, 백마부대 11진으로 월남전에도 참가했다. 그는 포항노인복지회관에서 6~7년간 공부하면서 국가관이 투철한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에게 주역과 한시를 가르치는 박재호 선생은 그가 한시 숙제를 해와도 그 내용이 항상 나라를 걱정하는, 애국심 가득한 내용을 잘 써 온다면서 역시 군 출신은 다르다고, 포항노인복지회관의 모범학생이라고 칭찬한다.

-포항노인복지회관에 다니시면 어떤 점이 좋으신지요?

"좋은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지요. 회관에서 지낼 때마다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생각을 하지요. 노인 복지가 정말 잘 돼 있어요. 국가에서 지원해 주니 좋은 강사들이 많아서 우리들 인격수양도 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 각 분야에서 취미도 살리고 지식도 넓히고 30여 가지나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서 자기가 열심히 공부할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지요. 특히 우리 박선생님의 주역과 한문, 한시는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는 명강의이지요."

-노인회관에서 서예공부해서 큰 상도 받으셨다지요?

"그 뭐 지난 얘긴데… 광주시 노인복지회관에서 주최한 전국대회인데 거기서 천자문을 구양순체로 써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나는 출품할 생각도 못했는데 복지관 회장이 권해서 출품했는데, 그때 우리 서예반에서 여러 명 입상했지요."

말이 노인서예대회이지 서예가 대개 60세 이상되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 대회에서 최우수상 받은l 것이나 마찬가지고, 그 해에 서예가 대상을 받을 차례였으면 대상을 받았을 것이라고 박재호 선생이 아쉬워하며 귀뜸해 준다.

-건강해 보이시는데 언제까지 공부하실건지요?

"공부는 할수록 재미가 나요. 살만치 많이 살았지만 치매만 안 걸린다면 죽을 때까지 공부하고 싶습니다. 컴퓨터도 배우고 있고, 작년에는 민화도 좀 해 봤습니다. 고전무용도 한번 해 보니 재미가 있어 배워보고 싶고…."

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은, 정말 요즘 아이들 말로 못 말리는 수준이다. 이런 배움에 대한 의욕 앞에 어찌 치매같은 것이 범접할 수 있겠는가?

-군인 출신이신데 요즘 군인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참 많이 달라져서… 나도 텔레비전 보고 아는 정도지요. 우리가 군 생활할 때, 비무장지대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우리가 이북보다도 더 못살았지요. 요즘 아이들 들으면 거짓말 같겠지만 그랬습니다.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군인정신으로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면 애국심이지요. 군인이라면 유사시에 언제나 나라를 위해서 희생한다는 각오가 되어 있으면, 군인으로서는 모든 것이 해결되지요."

안회장의 표정이 한 순간 결연해진다. 이 순간만은 그는 군인으로 돌아간 듯 하다.

그는 인생의 전반기를 무인(武人)으로, 나라의 간성으로 헌신했고, 후반기에는 문인(文人)으로서 자기의 인격 수양과 내면을 알차게 가꾸며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

팔순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활력과 의욕이 넘치는 동년배의 스승과 제자,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이 나라의 희망이라면, 당당하고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은, 우리 젊은이들에게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주는 위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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