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은 호국ㆍ보훈의 달- (1) 보훈 도우미

지난 4월 대구 달서구지역 보훈도우미들이 달서구에 사는 6·25 참전용사의 생일을 축하해주고 있다. 이 날 보훈도우미들은 할머니로부터 고추장 맛있게 담그는 비법도 배웠다. 대구지방보훈청 제공

지금으로부터 61년 전. 우리나라는 같은 민족끼리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가슴아픈 역사가 있었다.

'6·25 전쟁'으로 수백만 명의 가족들이 헤어졌다. 전쟁터로 아들과 남편을 보낸 뒤 소식을 듣지 못하기도 했고, 피난길에 피붙이를 잃어버리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며 '사별'도 했다.

이들은 길게 한 갑자(甲子)의 시간동안 가족을 그리워하며 지냈다. 그리움의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세월은 흘렀다. 어느덧 이들의 머리는 백발이 됐고, 얼굴과 손에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해졌다.

젊음을 나라에 바친 '보훈가족' 가운데 고령이나 몸이 아파 거동이 어려운 이들은 새로운 인연을 맺었다. 그 인연은 비록 피 한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이들에게 가족이 되고 손발이 되고 있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대구·경북에서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만들고 있는 이들을 만났다.

경북일보는 전쟁이 맺어준 새로운 인연을 소개하는 시리즈를 통해 전쟁의 아픔과 보훈의 중요성을 다시한 번 일깨운다.

◇보훈 도우미란?

'보훈 도우미'는 보훈가족을 위해 직접 가정을 방문해 집안 일이나 간병 등을 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고령이나 만성질환 등으로 몸이 불편해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손발이 되는 일이다. 부양가족으로부터 수발을 받지 못하거나 노인장기요양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보훈가족을 위해 만들어졌다.

도우미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혜의 조건은 만 65세(질환, 부양능력 미약 등으로 대상자 수발이 곤란한 경우 만 65세 이전 가능)이상의 독거, 노인부부세대다.

대구지방보훈청에 따르면 지역에는 1천500여 명의 대상자가 있다. 보훈 도우미는 대구지방청 소속만 대구 61명, 경북 26명 등 모두 87명이며, 경주지청 등 지역 지청까지 포함하면 160여 명이다. 이들은 1주일에 한 두차례, 두시간 정도 만난다.

이들이 특별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가사나 간병 등의 집에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며, 병원을 가거나 외출할 때 또는 말벗도 되어준다.

또 도우미들은 최일선의 현장에서 보훈가족의 상황을 체크하는 역할도 한다. 이들의 평소 몸 상태와 복지환경에 대해 기록하고, 필요한 용품을 제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한가족이 된 그들

이들이 보훈가족에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가족'이기 때문이다. 대상부터 독거노인이나 노인부부세대여서 대상자의 상당수가 노년을 외롭게 보내고 있다.

도우미의 나이는 대부분 40~50대. 거의 모든 도우미가 여성이기 때문에 새로운 '부모-딸'의 인연이 생겨난 셈이다.

길게 6~7년동안 인연을 맺어오면서 이들 사이는 단순히 '수혜자-도우미'의 관계를 넘었다.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나들이를 떠나기도 하고, 봄철 함께 쑥과 냉이를 캐기도 한다. 생일상을 차려 기쁨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꼭 부모를 보살피는 '딸'과 같은 모습이다.

보훈 도우미들도 이런 인연을 통해 배우는 점이 있다고 했다. 길게는 60년이 넘도록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알게 됐다고 했다. 또 생생한 전쟁의 참혹함 등을 듣게 됐고, 이를 자신의 자식에게 전해 줄 수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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