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ㆍ경북 현안사업 진단- (3) 대구 제일모직 부지 개발

삼성그룹 계열 3개사가 지분을 갖고 있는 대구시 북구 칠성·침산동의 제일모직 부지.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이 땅은 수십년째 개발사업이 연기되고 있다.

대구는 지난 1960~1970년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었던 섬유산업의 메카였다.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이 곳에서 화섬, 모직 등 다양한 섬유관련 제품을 만들었다.

수십개의 업체가 수 만㎡ 부지에 건물을 세웠다. 섬유업체들이 차지한 땅 크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하지만 섬유산업의 쇠퇴는 이들 업체에게 직격탄이었다. 회사는 부도나거나 섬유업을 포기했다. 노동자들이 떠났고 공장은 문을 닫았다.

대부분의 섬유업체 부지는 고층아파트가 들어서거나 개발되면서 '새생명'을 얻었다.

하지만 제일모직 부지(북구 칠성·침산동 9만3천980㎡)는 여전히 '부활'하지 못했다.대구에 얼마 남지 않는 '알짜배기 땅'이지만, 수십년 째 제자리다.

대구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이 땅은 그동안 대구의 대표 상업지구가 될 것이라는 '청사진'만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글로벌기업인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제일모직과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 3개사가 이 곳 지분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는 지난 1990년대부터 이 곳에 초고층 빌딩과 쇼핑센터 등 복합상업지역을 추진하려 했다.

이후 두차례 사업기간이 미뤄졌다. 연기이유는 기업사정과 외환위기 등이었다. 오는 2015년 7월까지 준공시한이 연기됐다. 20년 가까이 이 곳은 인근 대형유통점의 주차장으로 일부 쓰인 것을 빼면, '흉물'처럼 방치돼 있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금싸라기 땅'인 만큼 여러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새로운 야구장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시청사를 옮겨야 한다는 입소문도 나왔다.

현재 이 곳은 업무, 숙박, 판매시설이 기본적으로 들어와야 교육, 운동, 의료, 시설 등이 함께 들어설 수 있다. 최고 50층 높이의 건물까지 지을 수 있다.

대구시 등은 이 곳의 개발을 위해 일찌감치 구역별로 구분한 '시가지조성사업'을 세워두고 원활한 사업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앞서 삼성 측이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공장부지를 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도 했다.

북구청 등에 따르면 이 곳 부지개발이 더딘속도를 보이는 것은 대구경제와 관련이 있다. 삼성측이 수천 억원의 예산을 들여 이 부지를 개발한다하더라도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김범일 대구시장은 이 땅의 개발방향을 두고 "대구가 삼성그룹의 창업지라는 상징성을 살리기 위해 박물관 등이 들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히 부지개발의 차원을 뛰어넘어, '대구-삼성'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 측은 지분을 가진 3개사에서 이 곳의 사업계획서를 조만간 제출하겠다는 답변을 대구시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구 달서구 신당동의 '동국화섬협업단지'부지도 수년 동안 방치되고 있다. 1974년 섬유업의 부흥과 함께 성서지역에 대규모의 섬유산업단지가 들어섰지만, 이후 관련산업이 쇠퇴하면서 운명을 같이 했다.

이 곳은 계명대학교 성서캠퍼스와 성서산업단지는 물론 고속도로 접근성, 아파트단지가 주변에 있지만, 성서산업단지 안에 속해 있어, 공장부지가 아니면 개발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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