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노인복지회관 주역반 회장 이만도

포항노인복지회관 주역반 회장 이만도 어르신.

사람의 기억력은 얼마나 믿어도 될까? 기억력의 최고 정점은 어디일까?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안타까워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고 인정한다. 사람의 기억력은 20대 중·후반부터는 서서히 떨어진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그렇지만 이만도회장은 팔순이 눈앞에 다가오는 나이인데도 주변에서 기억력 좋고 암기력 좋다고 한 목소리로 상찬한다.

이회장은 65세까지 자영업으로 열심히 일하고, 노후를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던 중 포항노인복지회관이 개관하게 되어 남보다 앞서 컴퓨터, 한문, 주역, 한시 등을 공부한 학구파이다. 그는 요즘도 계속 공부하고 있는데 어느 반에서든지 외우기가 일등이고 똑같이 시작해도 남보다 빨리 배우고 익혀서 강사 선생님이 못 나오시는 날에는 대신 강의도 할 수 있는 '학생 선생님'이기도 하다.

이회장의 주역선생님인 박재호 회장은 그의 암기력이 놀랍다며, 주역 64괘를 쉽게 외워버리고, 수업 시작하기 전에 외우는 태학경(공자 자신의 글)도 학기가 끝날 때까지 못 외우는 사람도 있는데 금방 외우고, 교재에 나오는 중요한 명구들도 이튿날 다 외워온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이 일이 있어 강의를 못 할 때도 이회장한테 맡겨놓으면 아무 걱정이 없다며 껄껄 웃었다.

이회장은 컴퓨터 실력도 대단해서 복지관에서 배운 것은 일년 반에 불과하지만 집에서 독학해서 인터넷에서도 활동을 많이 하고 3년 전 75세 때 사진에 입문해서 동호회를 조직, 열심히 활동하면서 컴퓨터에 접목해 좋은 작품들을 만들어내면서 노년을 청년처럼, 인생의 즐거움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

-암기를 잘 하신다는데 젊을 때부터 잘 하셨는지요.

"젊을 때는 별로 머리 좋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요. 영어 수학은 잘 했고 공부를 못하지는 않았지만 특별히 잘 했던 것도 없었는데 나이 먹으니까 다른 사람들 보다 좀 낫다고들 하네요."

-특별히 잘 외우시는 비법이 있으신지요.

"특별히 비법이란 게 있겠습니까? 꼭 외우겠다는 집념이 있으면 되는 거지요. 비법보다는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나이에 그거 힘들여 외우면 뭐하노 하고 쉽게 포기하는데 나는 뭐든지 꼭 해보겠다는 뜻이 있고, 외우기를 즐기니까요"

-늦은 연세에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컴퓨터를 열심히 하다 보니 사진을 배워서 더 새로운 것을 만들어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고, 동호회 회원들에게 멋진 자료도 보내고, 다른 작품들도 만들어보고 싶고 해서요. 인터넷에서 활동하면 글쓰기도 늘고 사회 참여도 하게 되어 젊어지는 기분이지요"

-건강해 보이시는데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무엇인지요.

"마음 편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삽니다. 그리고 나이에 맞게 매일 운동도 합니다. 놀기도 잘 놀고 공부할 때는 열심히 하고 놀기와 일하기를 다 열심히 하지요.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서도 잘 놉니다. 무엇이든지 즐기면서 하면 건강은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복지회관에 바라는 것이 있다면요.

"복지회관에 더 바라는 것은 없어요. 그런데 이 좋은 시설을 더 많은 노인들이 이용했으면 좋은데 아직 많은 노인들이 복지회관을 이용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요. 더 많은 노인들과 함께 배우고 즐긴다면 더욱 좋겠지요."

이회장은 주위에 친구들도 많다. 그의 소신대로 '내 이익을 위해 남에게 어려움을 주지 않고, 자식에게 재물은 못 물려주어도 덕이 있는 사람'이란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한 결과일 것이다. 그래도 그는 겸손하게 말한다. 나는 단점이 많은 사람이지만 주위 사람들이 잘 봐 주니 잘 어울려 지낸다고.

그는 자식들에게도 내 자식이기 전에 하나의 인격체라는 마음으로 대하기 때문에 자식들과의 관계도 좋아 자식들과 방학 때면 함께 여행을 한다고 한다.

이회장은 한시(漢詩)반 회원들과 만락풍월(晩樂風月)-늘그막에 풍월을 즐김-이라는 작품집을 내었을 뿐 아니라, 고전무용반에서도 공부해 여자 회원들과 작품발표회도 했다

이회장이 스스로 지은 호가 허심(虛心)인데 허심의 뜻은 완전히 빈 마음이 아니고 적당히 채우고 그 남은 공간에 남의 좋은 말을 들어 그 공간을 채운다는 의미라고 한다. 주위 사람들의 좋은 말을 들어 내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하겠다는 여유가 그의 모습에서도 느껴진다.

누구에게나 노년은 온다. 그러나 이만도 회장처럼 스스로 즐거움을 찾아내어 배우고 즐기면서 산다면, 인생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때가 되면 미련없이 웃으며 이 세상과 작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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