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물 취급…애완용으로는 꺼려 포항고양이 사건 등 학대 잇따라

조영선 편집부 기자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처음 맞는 여름휴가.

오랜만에 늘어지게 자겠다며 잠자리에 들었지만 휴가 첫날부터 잠을 설치고 말았다. 베란다 너머로 알 수 없는 울음소리가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집 밖에 나가보니 태어난 지 한 달 정도 됐을 법한 노란 고양이가 에어컨 환풍기 사이에서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한쪽 귀는 무언가에 물린 것처럼 반쪽이 잘려져 있었고 피가 맺혀있었다.

고양이 먹이를 구입하고 종이컵에 덜어주었더니 처음엔 조금 경계하다 이내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얼마나 굶었을까?

옆 건물 미술학원 선생님들이 지나가던 환경미화원 아저씨께 얘길 했더니 쓰레기를 주울 때 쓰는 긴 집게를 들고 왔다.

그러나 집게로 고양이를 끄집어내려는 게 안타까웠는지 선생님들이 "불쌍하니 그냥 두세요." 라며 아저씨를 말렸다. 미화원 아저씨도 이렇게 어린 고양이면 분명 근처에 어미가 있을 거라고 하며 돌아섰다.

그러나 그 어린고양이는 벌써 며칠 째 울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고양이를 싫어한다. 요물이라며 집 안에 키우길 꺼려한다. 아기가 우는 것 같은 울음소리라든가 어둠속에서 희번덕거리는 눈. 게다가 날카로운 발톱까지.

이름하여 길고양이. 흔히들 도둑고양이라 불리는 이 생명들은 길에서 태어나 길에서 죽는다.

죽음도 순탄치 못하다. 대부분 병에 걸려 죽거나 차에 치여 죽는다.

혹은 사람들에 의해 죽거나. 평균적인 고양이의 수명은 15년. 그러나 길고양이의 수명은 2~3년에 지나지 않는다.

음습한 시멘트 거리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사람들의 욕을 먹으며 사는 길 고양이들이 많다.

얼마 전 일어났던 포항 고양이 사건이 생각난다. 어린 고양이에 돌을 매달아 바다에 던진 사건. 피를 흘리고 있는 고양이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자신이 내는 퀴즈를 맞히면 고양이를 살려주겠다는 고양이 차차 사건 등, 잔인하게 학대받고 죽음을 당하는 일이 매스컴에 보도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고양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시청 유기견센터 관계자는 누군가 키우다가 버린 개, 고양이는 구조하지만 길고양이는 개체수가 너무 많아 구조하기가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이 거리 어디에도 그들을 반기는 이들은 없어 보인다.

길 고양이는 누군가 거두지 않는 이상 거리의 천덕꾸러기로 평생 살아야한다.

그 들은 정말 이 거리에서 사라져야 할 요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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