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한 곳으로 나 혼자서 만나러 가는 밤 새들은 노래하지 않고 바람은 전혀 불지 않고 거리의 집들도 가만히 서 있을 따름 내 발걸음만이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나는 부끄러움으로 발코니에 앉아 그이의 발자국 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나무 하나 까딱하지 않고 여울물조차 잠에 빠진 보초의 총처럼 조용합니다 거칠게 뛰고 있는 것은 내 심장뿐 어떻게 하면 진정될까요. 사랑하는 이 오시어, 내 곁에 앉으면 내 온몸은 마냥 떨리기만 하고 내 눈은 감기고 밤은 어두워집니다 바람이 촛불을 살포시 꺼 버립니다 구름이 별을 가리며 면사를 살짝 당깁니다 내 마음 속 보석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어떻게 그것을 감출 수 있을까요.

감상:우리 마음 속에 옹달샘이 있고, 그 샘물에 꽃잎 하나가 감돌고 있다면, 그 것이 사랑을 만나고 싶을 때, 만나려고 가슴 두근거리며 다가서는 전율일 것이다. 온몸이 떨리고 하늘이 어두워지는 순간으로, 그 속에 보석처럼 빛나는 마음으로 오늘 하루가 기쁘다. 조신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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