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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 찾은 '희망의 봉사'
죽음의 문턱에서 찾은 '희망의 봉사'
  • 홍종환 명예기자
  • 승인 2011년 09월 22일 00시 24분
  • 지면게재일 2011년 09월 22일 목요일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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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중구 남산동 장일수씨
언제나 묵묵히 장일수 씨(왼쪽)를 후원하고 있는 봉사자 김경희 씨 댁에서.

깨가 쏟아지던 우리 가정에 기막힌 사고가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제 나이 38살 되던 해부터 내리 3년을 같은 시기에 우리 가족은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하고 아내는 뇌를 다쳐 정신 나간 사람이 되었고 큰딸은 먹고 자는 일 밖에는 못하는 바보가 되었으며 저는 허리를 크게 다쳐 좋은 직장에서 실직하고 가해자는 무보험에 불쌍한 장애인이라 보상 한 푼 못 받았습니다.

저는 끝내 독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늘이 우리 가정을 송두리째 버렸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저는 가족 동반, 이 세상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하늘은 야속하게도 저희들의 죽음마저도 용납지 않았고 캄캄한 절망 속에서 살아가라 하셨습니다.

― 죄송하지만 독한 마음을 먹었을 때 그 상황을 좀.

"그 당시에는 어떤 말로도 저 자신을 달랠 수가 없었습니다"

한숨을 몰아 쉰 장일수(52)씨는 "그날 밤 그 순간에는 제 의지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모든 준비를 다 해 놓고 가족들을 잠들게 한 후 정신이 나갈 때까지 독한 술을 마구 마셨습니다. 인사불성이 된 저는 마지막으로 무서운 흉기를 들고 가족들의 얼굴을 내려다 봤습니다. 그 순간 한없이 불쌍하게 생각했던 막내딸의 얼굴이 눈이 부실만큼 환하게 빛나며 천사처럼 웃는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눈이 번쩍 뜨였고 순간적으로 어떤 이상한 힘에 눌려서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버렸습니다. 그리고 눈물이 펑펑 쏟아져서 더이상 앞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 너무나 큰일을 당하여 안정하기까지는 힘든 일이 많았겠습니다.

"저는 부끄럽게도 교회 집사입니다. 하나님으로부터 크나큰 죄를 용서받은 후 이웃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여러분들이 찾아오셔서 희망과 용기를 주셨고 먹을 것, 입을 것을 주셨으며 어떤 할머님은 돈이 없어 외상으로 쌀을 사주시고 밀린 공과금도 내주셨습니다. 또한 장애인은 휠체어를 타고 오셔서 몇날 며칠을 저와 함께 울어 주시고 아파해 주셨으며 피눈물 나는 자신의 경험담으로 저를 일으켜 세워 주셨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제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이였음을 알게 되었지요. 저는 그날 이후 저의 남은 삶을 이 은혜를 갚는 일에 바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 지금은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허리를 다쳐 할 수 있는 일이 한계가 있지만, 독거노인과 조손가정 등에 심부름꾼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나이 많고 병든 노인, 당신 한 몸도 가누시지 못하면서 억지로 떠 맡겨진 손자, 손녀를 키우시는 어르신, 자식도 정부도 외면하는 불쌍한 노인들의 손과 발이 되고, 보호자가 돼 주려고 저 나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밤 10시에도 전등이 나갔다고 전화가 옵니다. 새벽 6시에도 시장을 봐 달라고 합니다. 기초수급에서 떨어져 억울하다고 구제해 달라고 합니다. 병원비가 없어 죽게 되었다고 살려달라고 애원합니다. 저는 가진 것이 없어 발로 뛰는 일 밖에는 할 수가 없지만 잠시도 쉴 틈이 없으며 때로는 답답하고 한계를 느낄 때도 있으나 이 일만은 하나님이 제게 맡겨주신 사역이라 조금도 소홀히 할 수가 없습니다"

― 어떤 경우에 가장 보람을 느낍니까?

"굶고 있는 노인에게 쌀 포대를 메고 갈 때, 위독한 노인을 병원에 모시고 가 한숨을 돌릴 때,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순간에 병원비를 주선해 줄 때, 기초수급에서 탈락한 노인을 뛰어다니면서 구제해 드릴 때, 후원자를 물색해 조손가정에 인연을 맺어줄 때 등 이렇게 꺼져가는 생명들을 위해 저 나름대로 도움을 드릴 때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제가 하는 일 그 자체가 '행복덩어리'가 되어 줍니다. 저는 지금 행복합니다"

― 지금의 가정상황은?

"우리 가족은 이미 14년 전에 다 죽었습니다. 지금의 삶은 하느님이 덤으로 주신 것입니다. 저는 꽤나 큰 회사에 관리직으로 있으면서 호강도 해 봤으나 지금의 기초수급자 생활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난날 겪은 일은 다 운명적인 일이였으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일도 하나님이 맡겨 주신 일입니다. 지금은 저의 건강도 많이 좋아졌고 건강한 두 딸은 아버지의 뜻을 아는 지 총명하고 예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사람은 누구나 더불어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웃에 누군가 감기만 걸려도 온 이웃으로 번져 나갑니다. 우리는 이웃의 불행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자기 위치에서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을 조금씩만 배려해 주신다면 우리 사회는 이해와 사랑으로 충만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봉사란 공짜가 아니라서 하면 할수록 더 행복해 진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오늘도 더 많은 노약자들을 도와 드릴 수 있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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