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에피파니성당 이덕효 신부, 가톨릭 인본주의 포럼 참석차 내한

미국 워싱턴DC 에피파니성당 주임인 이덕효(바오로) 신부.

"한국사회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휴머니즘(인본주의)입니다. 모든 사람이 하느님 앞에 동등한 존재라고 인식하고 각자의 개성과 존엄성을 존중하는 것이 사회 변화의 시작이지요."

6일 대구 가톨릭대 성심국제캠퍼스에서 열리는 '제1회 버나드 원길 리(Bernard Wonkil Lee) 가톨릭 인본주의 국제포럼'의 주제발표를 위해 방한한 미국 워싱턴DC 에피파니성당 주임인 이덕효(바오로) 신부.

그는 "교육과 이념갈등, 성폭력 등 한국사회의 심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톨릭 휴머니즘'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이 신부는 서울 동성고와 가톨릭대 신학부를 거쳐 1979년 미국으로 이민해 다시 현지 신학교를 마친뒤 1983년 워싱턴 대교구에서 사제로 서품된 '한인1호 미국 사제'다.

신학박사인 그가 포럼에서 제시할 '가톨릭 휴머니즘'의 표상은 위대한 사상가나 성인이 아니라 '평범했지만 위대했던' 부친 이원길(2001년 작고)씨의 삶. 대대로 가톨릭 집안 출신인 부친 이원길씨는 한국전쟁 때 고향 황해도 연백을 떠나 월남했다. 스스로 피난민이면서도 그는 현재의 천호동 근처 가톨릭구호재단에서 매일 1천명분의 강냉이죽을 쑤는 나눔을 실천하면서 여러 해를 보냈다.

이 신부는 선친을 "세상의 가치로 보면 유명하지도 않고 돈 버는 재주도 없었지만 신앙을 바탕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품위를 잃지 않은 '구제불능성 낙천주의자'였다"고 소개했다. 이런 낙천주의에 대해 이 신부는 "예수님은 사랑으로 희생하고 부활하시면서 인류에게 희망을 주셨다"며 "아버님은 매일 미사에 다니고 항상 기도하면서 모든 어려움을 감내할 희망을 얻으셨던 것 같다"고 말했다.

'가톨릭 인본주의 국제포럼'은 미국에서 사업가로 대성한 이덕선·이덕형 두 회장이 선친 이원길씨의 사랑과 나눔 정신을 이어받아 2009년 가톨릭대에 기부한 150만달러의 기금을 토대로 마련됐다.

이 포럼은 올해가 1회지만 2020년까지 첫 10년간의 방향과 주제가 이미 정해졌다. '인간과 공동체'라는 큰 주제 아래 '공동체의 형성', '공동체의 발전', '공동체와 책임'에 대해 매년 국내외 저명인사를 초청하는 국제포럼을 이어갈 예정이다.

올해는 이 신부를 비롯해 미국 오클라호마 대교구의 코클리 대주교('가톨릭 인본주의와 가톨릭계 대학'), 문용린 서울대 교수('만남에서 공동체까지')가 주제발표자로 나선다. 또 '학내 흡연구역 지정', '성적세탁', '지역사회에 대한 학교 전면 개방' 등 소주제를 놓고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토론회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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