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재 훈 <포항강변교회 목사>

잘사는 사람들은 잘 사는 대로 고민과 아픔이 있나보다. 가난한 사람들이 보는 관점에서의 행복만이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왜 죽었을까? 에 대한 궁금증은 가난한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선뜻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궁금증일 것이다.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세인世人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유명인들의 자살 소식은 평생을 살아도 그 자리, 그 위치에 오를 수없는 우리네 같은 사람들에게는 궁금할 수밖에 없는 법이다. 모 대학 총장, 대기업의 총수, 또는 자치단체장들의 자살 소식은 가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올라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궁금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질문한다. ‘그렇게 유명하고 잘사는 사람들이 죽기는 왜 죽어?’

모 대기업 총수의 막내딸이 먼 이국땅에서 자살했다는 소식을 또 접한다. 자살의 이유는 어른들이 결혼을 반대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깝다. 아깝다. 이들의 죽음 소식을 접하면서 오늘 우리들은 너무 극단적으로 세상을 보고, 자신의 인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소위 성공한 저들에게는 삶을 극단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삶을 극단적으로 보거나, 또는 극단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대단히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기에 극단을 경계해야 한다. 물론 극단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긍정적이 면이 있음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과단성, 추진력, 목표지향성 등은 좋은 면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 주변의 사람들 중에서 나름대로 인생 성공을 논하는 사람들 중에는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다수로 존재 하고 있다. 그들은 성공의 방법을 가르치기도 하고 성공의 길로 가기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범할 수 있는 약점은 주변을 돌아보지 않는다. 오직 앞만 보고 간다. 그래서 그들은 성공을 하고 목표한 그 자리에 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을 향해 반대하거나 자신의 자존심에 치명타를 입히는 상황을 이기지 못하는 약점을 소유하고 있다. 어쩜 이들의 삶 자체가 너무 외롭게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성공지상주의자로 살다보니 인생 살아가면서 만날 수밖에 없는 삶의 문제들을 누군가에게 내어 보이지도 못하고 혼자서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사람이 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외롭다는 것은 세상이 보는 자신이 아닌 자기가 보는 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면도 되겠지만, 자신이 작아 보일 때 스스로 견딜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 주변에 밤새도록 마음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이웃들이 있다면 저들 역시 극단의 선택을 미루었을 수 있었을 것이다. 삶의 고단함을 나눌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주위에 있었다면 저들 역시 극단으로 자신의 삶을 마무리 짓지 않았을 것이다.

극단을 경계해야 한다. 세상에는 바보스럽게 보이지만 중도中道라는 것도 있다. 성공과 실패에도 중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부함과 가난함에도 중도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오름과 내림에도 중도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중도를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바보도 아니고 어리석지도 않다. 줏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세상 쉽게 살아가는 사람도 아니다. 바람 따라 물결 따라 사는 사람도 아니다. 중도는 자기 자신을 극단으로 몰아갈 때 자신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고 절제이고 그리고 여유인 것이다.

정녕 오늘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중도의 삶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극단과 극단은 또 다른 극단을 낳고 만다. 그 곳에는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의 방식만이 존재할 뿐이다.

모 대기업 총수의 딸의 죽음의 소식을 들으면서 부모들도, 고인도 중도의 삶을 한 번 정도 심사숙고했더라면 하면 아쉬움이 남는 것은 왜일까?

극과 극을 좋아하는 우리 사회의 흐름 때문일까? 그녀가 이국 먼 땅에서 극단의 생각으로 극단의 길을 선택할 때 그 곁에서 중도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안내해 줄 수 있는, 그녀의 외로움을 덜어 줄 수 있는 그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우리들 삶의 주변에 너무 많은 외로움들 때문일까? 초겨울이다. 추워지면 몸과 마음이 외로워질 사람들은 더 많아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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