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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쓰고 도포 입고 '선비정신' 알린다
갓 쓰고 도포 입고 '선비정신' 알린다
  • 홍종환 명예기자
  • 승인 2011년 10월 19일 23시 38분
  • 지면게재일 2011년 10월 20일 목요일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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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동구 중대동 최정해 선비 교통·예절교육 앞장…생활속 '솔선수범'
대구 시내 번화가에서 교통 봉사를 하고 있는 최정해(65) 선비.

영락없는 조선시대 양반, 선비의 모습 그대로다! 갓 쓰고 도포입고 수염을 기르고 한 길에 나선 모양이 가히 충격적이다.

길 가던 한 청년은 "마네킹인줄 알았어요? 가까이 와서도 움직이는 인형인줄 알았는데 '진짜 선비님'이시네요." 아이들도 선비를 보는 것이 신기한 듯 주르르 모여 들었다. 어느 한 노신사는 "선생님이 학교에서 말과 글로 가르치는 것보다 더 교육적인 면이 있다" 고 하면서 선비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는 "도덕과 윤리가 메마른 이 도심 속에서 인의(仁義)의 상징인 선비의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도덕적인 깨달음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 왜 도포 입고 갓 쓰고 큰 길에 나왔습니까?

지금 우리 사회는 도덕적으로 위기입니다. 가난은 면했으나 윤리적으로는 옛날보다 더 굶주리고 있습니다. 노소간에는 위아래가 없어 졌고 부자간도 남남과 별반 다를 게 없으며 형제간 우애는 차라리 남보다 못한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스승은 나아갈 길(師道)을 잃었고 경제인들은 스스로 상도(商道)를 망가뜨렸습니다.

사람 사는 법을 가르치고 나눔의 덕을 베풀어야 할 사람들이 이렇게 무도(無道)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조상 대대로 소중히 해오던 선비정신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우리 선조들의 고상하고 청렴한 선비정신은 사육신의 송죽 같은 절개를 낳았고 이순신 장군, 안중근 의사 같은 애국자를 있게 했으며 율곡, 퇴계 선생 같은 대성(大聖)을 탄생시켰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이만큼 잘 살 수 있게 된 것도 백성을 사랑하고 목숨 받쳐 나라를 지켜온 열사, 지사님들의 덕분인 것입니다.

한데 지금의 현실은 제 부모도 안 섬기고 형제간도 위할 줄 모르는데 장차 누가 나서 나라를 섬기고 백성들을 위하겠습니까? 제가 백주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이런 모습으로 나선 것은 우리 민족의 혼속에 잠들어 있는 숭고한 선비정신을 흔들어 깨우고 져 함입니다.

― 선비께서 말하는 선비정신이란?

선비란 어원적으로는 어질고 바른 지식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선인들의 전언에 의하면 문무를 겸비한 인의의 사람을 말함이며 선비정신이란 지극하고 진실된 도덕적인 애국심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선비는 본래 신분의 귀천을 가리지 않았으며 양반도 선비의 요건을 안 갖추면 선비라 하지 않았습니다. 조광조(조선시대 학자)는 갖바치와도 교유했고 선비로 대접했으며 을지문덕 장군은 조의선인(선비)정신으로 뭉친 20만 군사로 100만 수나라 대군을 물리치기도 했습니다. 이와 같이 선비정신은 역사적으로 나라와 겨레를 사랑하고 지켜온 조국의 애국정신이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 하지만 지금 같은 과학시대에 선비정신을 강조해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요?

배불리 먹고 좋은 집에 살면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하리라는 믿음이 깨진지 오래입니다.

돈만 많이 벌면 만사가 잘 된다는 생각은 착각이었습니다. GDP 2천불도 안 되는 부탄이란 나라가 세계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다는 것은 무엇을 말합입니까?

선비정신은 우리 민족 대대로 이어온 빛나는 정신유산이며 우리의 도덕적 지주입니다. 곧 선비정신은 우리 민족이 나아가야 할 길이요 희망인 것입니다. 나라의 선비정신을 과실수에 비유하면 나무의 뿌리와 같은 것입니다.

지금의 상업 제일주의는 눈앞의 이익만을 생각해 나무의 근본인 뿌리에는 밑거름(퇴비)을 주지 않고 화학 비료만 뿌립니다. 당장은 밑천이 적게 들고 수확량은 많으니 지금의 편익만을 쫓는 것입니다. 하지만 나무는 퇴비라는 밑거름을 주지 않으면 뿌리가 썩어 넘어지고 말 것입니다. 정치, 경제, 문화도 나무를 가꾸는 이치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노년의 편안함은 나라의 장래입니다. 왜냐하면 지금의 젊은이들도 자신의 노년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선비정신을 되살려야 합니다. 그래야 나라 지키는 애국자와 경주 최부자 같은 경제인을 배출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 선비정신 부활을 위해 어떻게 봉사하고 있습니까?

한때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며 공자묘까지 파헤치던 중국이 지금은 공자를 살려야 나라가 산다고 정부가 나서서 공자사상을 전파하고 공자의 가르침을 국가 통치이념으로 수용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경제가 발전해도 부모님을 내치고 형제도 몰라보는 세상이 되면 사회를 유지할 수 가 없습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선비 도는 생활철학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집안에서 배우고 익힌 대로 인·의·예·지·신을 밖에서 솔선수범해 보입니다.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지만 양반 선비 복장을 하고 시선을 모으면서 대로에 나가서는 양반운전으로 생명과 재산을 지키자고 선도하고 어린이공원·유치원·경로당을 찾아가서는 예절도 가르치고 논어(공자) 이야기도 해 주고 격몽요결(율곡)에 나오는 선생의 가르침도 전하여 어른은 어른 도리를 학생들에게는 뜻을 세우고 오로지 공부하는 법도 일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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