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문화 알리미 역할 '톡톡'
우리 역사·문화 알리미 역할 '톡톡'
  • 이정희 명예기자
  • 승인 2011년 10월 19일 23시 40분
  • 지면게재일 2011년 10월 20일 목요일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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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명륜대학 고현우 회장
고현우 회장

축산학을 전공해 젖소를 키우고 농장을 경영하던 분이 경주에서 명륜대학을 운영하고 정자 답사를 다닌다고 하면 무언가 좀 아귀가 안 맞고 특이한 것 같지만, 고현우(사진) 회장이 문화재를 사랑하고, 한시를 사랑하고, 보통 사람들의 교양과 덕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한 연륜은 꽤 오래 된다.

고회장을 만나기 위해 그가 운영하는 경주 명륜대학을 방문해보니 명륜대학이니 나이 많은 분들이 모여 유교를 논하고 사서삼경을 공부하는 곳인 줄 알았더니 이외로 젊은 여성회원들도 많고 강의시간표도 알차고 다양하다.

고 회장은 현재 명륜대학을 운영하고 있지만, 국립경주박물관을 떠나서는 그를 말할 수 없다. 고 회장은 경주박물관대학의 초창기에 공부를 시작해 연구반에서 14년을 공부했고, 박물관회 회장을 8년간 역임한 경주박물관 사람이다. 늘 고 회장과 함께 공부하는 부인 임정숙여사는 "마누라 보다 박물관을 더 중하게 여긴다"며, 그 영향으로 딸도 사학을 전공해서 박사학위까지 받고 땅 파고(문화재 발굴 작업) 있다면서 웃는다. 그만큼 고회장의 박물관 사랑은 각별하다. 이제 나이 들고 박물관은 떠났지만, 그는 6년 동안 명륜대학을 박물관처럼 사랑하고 운영하면서 이 사회를 예의와 염치가 있는 곳으로 만드는 것에 힘을 쏟고 있다.

-축산학을 전공하셨는데 박물관대학은 어떤 계기로 가셨는지요?

처음에는 전공 따라 축산 관련 일을 했지요. 그런데 어느 정도 규모가 되니 경주 지역에서 하는 것에 제약이 있어요. 경주 사람들은 문화재에 대한 피해의식이 큰데 그럴수록 문화재의 중요성을 알아야겠다 생각되어 박물관대학에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하다가 보니 인문학의 지식은 교양으로 쌓이고, 그것은 곧 덕이 있는 사람이 되는 길이라 생각되어 열심히 했고 열심히 하다 보니 회장직도 맡아하게 된 것이지요.

-박물관회 일을 하시면서 보람을 느끼실 때는?

함께 공부했던 학생들이 문화재를 알리는 해설사가 되어 열심히 하는 것을 볼 때 뿌듯하고 흐뭇하지요. 박물관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잘 활용하고 문화재의 중요성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문화재 사랑에 동참하는 것을 보면 대견하지요.

-명륜대학에 어떤 교과과정이 있는지요?

교양을 쌓고 지성인이 되기 위한 여러 교육과정이 있지만, 특히 漢文(한문)과 漢詩(한시)를 중요시 합니다. 우리 뿌리와 역사를 알려면 한문을 모르면 안 되거든요. 인성교육을 하는 데도 한문이 크게 기여하고, 四書(사서)를 읽으면 선현들의 사상과 발자취를 알 수 있지요. 그 외에도 역사나 인문학의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석학들을 초빙해 공부를 합니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한시를 열심히 공부합니다. 전통문화의 핵심이 한시이고 개인의 사상이 압축된 것이 한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한시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도 우리 명륜대학이 할 일이지요.

실제로 고회장은 한시를 공부한지가 10년이 넘고 전국 한시 백일장에서 입상한 상장이 백여개나 되고, 최근에는 김해, 남원의 한시 대회에서 장원을 했다.

-6년간 명륜대학을 운영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으신다면?

국내 정자 답사도 많이 다녔지만, 중국 사천성에 있는 천하제일루라고 하는 황학루에 회원 24명과 함께 가서 시도 짓고, 시조창을 하고 온 일입니다. 그쪽 사람들이 원해서 거기에 제 작품을 기증도 했지요.

-정자 답사를 즐겨 다니는 이유는요?

"정자는 명당이면서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옛 선비들의 호연지기와 풍류를 느낄 수 있고, 그 시대의 생활방식을 알 수 있는 분위기에 끌려 자주 갑니다"

그는 명륜대학의 교과과정을 정하고 강의를 맡아 줄 유명 교수들을 섭외하는 일들을 혼자서 다 하고 초,중,고 동창회장직을 10년 넘게 맡아했을 만큼 그에게는 사람이 따르고 매사에 적극적이다. 명륜강좌에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공부하는 회원들도 많고 강의를 맡았던 교수들도, 전국에 이렇게 공부하는 모임은 드물다고, 많은 격려를 하고 간다고, 부인이 귀띔한다.

그는 강물은 마을을 지나면서 오폐수에 오염되지만 곁에서 흘러들어가는 작은 샘물 줄기가 고기를 살리는 것처럼, 어느 골짝에서든 신선한 선비 정신을 가진 사람이 많이 있어야 혼탁한 사회를 막을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의 몸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 음식과 운동이 필요하다면, 우리의 마음과 정신을 건강하고 윤택하게 하고, 건강한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자기 뿌리를 아는 일일 것이다. 옛 선비 정신을 기리며 옛것과 새것을 조화롭게 아우르며, 사람들에게 교양과 덕을 쌓게 해, "예의와 염치가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고현우 회장, 그는 이 시대의 혼탁함을 막는 한 줄기 맑은 샘물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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