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대평리내과원장

 

지난 9월 한국 야구의 전설 타격왕 고(故) 장효조 감독의 별세 소식은 중년 야구팬들을 슬픔에 잠기게 했다. 1980년대부터 '타격의 달인', '안타 제조기' 등 명성을 얻으며 팀의 시즌 우승을 이끌기도 했던 장효조 감독의 사망 원인은 다름아닌 간암인 것으로 밝혀졌다.

 

간암은 우리나라 남성에서 암 사망 원인의 3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특히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는 40-50대에서 사망 원인 1위를 달리고 있어 많은 관심이 필요한 질환이다. 간암의 5년 생존율은 약 10% 정로로 췌장암과 폐암 다음으로 낮은데, 간암의 전체적인 생존율이 낮은 이유는 간암 자체가 아무런 증상이 없고 그 만큼 늦게 발견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나 간경화 환자 가운데 정기적인 검진을 하는 사람은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간 암의 생존율은 진행 정도에 따라 매우 큰 차이가 있어서 1기에 발견하면 80%, 2기 50%, 3기 20%, 4기 5%의 생존율을 보이고 있어서 간암은 무엇보다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암은 간을 이루고 있는 간 세포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간암은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환자의 경우 체중감소, 우상복부통증, 식욕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치료 시점을 놓치는 안타까운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간암은 간에 아무런 질환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생기지 않으며, 대부분 만성 간염이나 간경화와 같은 만성 간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에서 주로 발생한다. 우리나라에서 주요한 원인은 B형간염과 C형간염 바이러스 때문이다. 전체 간암 중 B형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의 70-80%를 차지하며, C형간염이 10-15%, 그 외 나머지 10% 정도는 알코올이나 다른 원인에 의해서 간암이 생길 수 있다.

 

간암의 예방은 먼저 위험인자를 제거하는 것이다. 일반인의 경우 B형간염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으며 C형간염의 경우에는 비위생적인 침이나 문신을 통해서 전파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B형간염과 C형간염 환자는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사와 관리를 통해서 치료가 필요한 경우라면 항바이러스 제제를 투여하여 간염의 원인이 되는 바이러스 수치를 낮추는 것이 도움이 되며, 만성 간질환 환자나 간경화 환자, 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간암으로 수술 등을 받은 환자 등 간암의 위험인자가 있는 사람은 6개월에 한번씩 병원에서 혈액검사와 복부초음파 검사를 받는 것이 대한 간학회의 권고사항이다. 간암도 조기에 발견한다면 수술과 비수술적 방법을 통해서 치료가 가능하므로 간암의 조기 검진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질병은 예고 없이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현대 의학이 발달함에 따라 간암도 원인에 따라 치료를 잘 받으면 예방이 가능하고 조기 발견과 관리를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질환이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해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기보다 병원에서 정기적인 검사와 관리로 적절하게 대처를 한다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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