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이 타령 보시고 한바탕 웃어보세요"
"각설이 타령 보시고 한바탕 웃어보세요"
  • 홍종환 명예기자
  • 승인 2011년 11월 03일 00시 06분
  • 지면게재일 2011년 11월 03일 목요일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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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서 8년째 무료급식…순회공연 봉사 병행
왼쪽부터 최영진 단장, 예영옥(가수), 임범수(각설이), 이경희(고전무용), 최수희(가수), 박정희(가수 및 진행자).

"오늘 같은 날 하루만 더 있어도 10년은 더 살 것 같아요. 얼씨구 씨구 들어간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가 죽지도 않고 또 왔네"

각설이 타령과 만담으로 공연장은 웃음과 눈물이 범벅이 되었다. 각설이의 행색은 보는 것만으로도 한바탕 코미디였다.

연지 찍고 분 바르고 여자로 꾸민 희한한 남자 광대. 그는 분명 남성 이였으나 여장을 하였기에 남녀의 세계를 제멋대로 오가면서 폭소꺼리를 쏟아냈다.

박수가 터지고….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는 구성진 노랫가락에 할아버지는 작지를 내던지고 꼬부랑 할머니도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최영진 단장의 말대로 '사랑해 공연'은 노인만을 위한 공연이었다. 외롭고 가난한 노약자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것이다.

율하동에 사신다는 94세의 상노인께서도 흥에 겨워 춤을 추신 후, "오늘 같은 날이 하루만 더 있어도 10년은 더 살 것 같아요" 라고 말씀해 만장에 박수를 받으셨다.

사랑해 밥차, 사랑해 공연단은 노약자들에겐 절대적인 존재였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필자는 노인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으셨다. 묵묵부답에 대하는 표정마저 인색했다.

그러나 최단장이 등장하고 광대(배우)들이 폼을 잡자 '사랑해'를 연호하고 박수치고 아이들처럼 좋아하셨다.

― 시각장애인들로선 밥차 운영만으로도 벅찰 텐데 무료공연까지 하게 된 것은?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언제나 국가 사회로부터 도움만 받고 있을 수 없어 거리공연으로 돈을 모아 2004년부터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해오던 중 2009년 비씨카드사로부터 태산 같은 은혜를 입었습니다. 최신식 대형 밥차를 기증받은 것입니다.

우리 단원들은 정말로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를 만큼 고마웠습니다. 밥차를 선물 받은 우리는 매주 월·화·수·목요일 지역을 돌면서 하루에 6~700여명에게 중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8년여 노약자들에게 밥을 지어드리면서 느끼는 것은 대부분의 노인들이 가슴 속에 응어리를 안고 살아가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식사 후 노인들의 하소연을 들어보면 눈물과 분노 없이는 도저히 들을 수 없을 만큼 한(恨) 많은 사연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하루 한 끼 밖에 못 드시는 수많은 노인들을 위해서라도 좀 더 마음에 위안을 드리기 위해 저희들은 금년 3월부터 금·토요일도 쉬지 않기로 하고 식사를 제공하면서 공연을 해 드리기로 한 것입니다.

― 부탁하고 싶은 말씀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밥차는 비씨카드사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만 지역을 옮겨 다니면서 공연을 하다 보니 무대차가 없어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땅바닥에 천을 깔아 놓고 먼 길에서 봉사하러 오는 배우들을 맞이하기도 좀 미안하고…. 염치없지만 한번만 더 도와주시면 가난하고 외로운 노약자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습니다.

― 밥차운영과 공연일정을 알려주세요.

중식제공은 매주 월요일은 두류공원 네거리, 화요일은 대구예술회관 앞, 수요일은 북비산네거리, 목요일은 서부정류장 분수대며 배식시간은 낮 12시부터입니다.

그리고 금요일과 토요일은 중식을 제공하면서 공연을 하는데 장소는 지역민의 요구에 따라 시내와 시외를 순회하고 있어 공연일정을 알고자 하면 대구 시각장애인 연합회 예술단 053) 253-2655번에 문의하면 됩니다.

★ 공연을 마칠 무렵 80대 노인 3분이 '실버세상'에 호소할 게 있다면서 찾아 오셨다. 노인은 "저는 10여 년 전 퇴직할 때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남은 돈 1억 원을 은행에 맡기고 내외가 은행이자로 생활해 왔습니다. 그때는 매월 이자를 백여만 원씩 받을 수 있어서 넉넉지는 못해도 가끔 자장면도 시켜 먹고 친구들도 찾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바뀐 후로는 이자가 반으로 뚝 떨어졌다가 거듭거듭 깎여 나가고 물가는 계속 올라서 지금은 원금마저 다 까먹고 이렇게 밥을 얻어 먹으러 다니고 있습니다. 당시에 이자를 싹둑 잘라 갈 때는 경제를 살리고 공장을 살린다고 했는데 이제는 저와 같은 노인들도 좀 살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십 수 년 동안 노인들의 퇴직금이자까지 깎아서 경제를 살리고 공장을 살렸으면 이젠 아무 소득도 없는 노인들한테 만이라도 이자를 좀 돌려줘야지! 정부만 믿고 가난하게 살아온 노인들을 더는 불쌍하게 만들지 말아 달라는 것입니다.

노인들의 말씀은 간절하면서도 준엄했다. 노인들의 말씀을 듣고 나니 무료급식을 받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이 전과 다르게 보였으며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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