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소오대산·북령산·용아장성

만산홍엽 가을단풍 사이로 웅장하게 굽이치는 용아장성.

지난밤 늦게 도착하여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9월 19일의 아침을 맞았다. 숙소의 이름이 '호운(好運)'이라 '럭키(Lucky)산장'으로도 불리는 이 '농장(農庄)'의 별채에서 청량한 기운이 듬뿍 담긴 듯한 상쾌한 아침 공기에 힘든 일정들의 피로가 씻은 듯 기분이 좋다. 휴양지라는 설명에 걸 맞는 풍경이 숙소 앞을 흐르는 개울물 소리에도 배어나듯 호젓한 시골마을에 지어진 3층 산장이 그림 같다. 좁쌀죽 메뉴의 현지식 아침을 들고 아직은 서늘한 기운이 도는 '호운농장'을 나선다.

 

베이징에서 동북쪽으로 80Km 떨어진 '용아장성(龍牙長城)'의 들머리인 '시짜츠'마을에 오전 9시가 조금 넘어 도착했다.

허물어진 장성을 배경으로 경북산악회 회원들이 단체로 포즈를 취하고있다.

 

'용아장성(龍牙長城)', 설악산의 '용아장릉'과 마찬가지로 용의 이빨처럼 생긴 능선에 쌓은 장성이란 뜻으로 험한 암릉에 만들어진 성곽이 멋진 풍광을 연출한다 하여 붙여진 이름 이다. 중국인들은 우리가 흔히 일컫는 '만리장성(萬里長城)'을 통틀어 '장성(長城)'이라 부른다.

 

만리장성의 역사와 규모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지만 알면 알수록 불가사의한 내용들이라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BC 208년 전국시대 제나라가 흉노족 등 북방 민족을 막기 위해 처음 축조 하였으며 진나라 시황제가 중국을 통일 한 후 여러 성들을 연결하여 장성을 쌓았다는 역사적 사실과 명대(明代)에 와서 지금형태의 장성이 이룩되었다는 설명이다.

 

중국 감숙성(甘肅省) '자위관'에서 하북성(河北省) '산해관(山海關)'에 이르는 길이 6,352Km 만리장성은 '달에서도 관측이 가능한 유일한 인공 건축물'로 세계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이다.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중국의 대표적인 구축물로서 오늘날 이 장성으로 중국인들이 먹고 사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없어서는 안 될 관광자원이다.

 

베이징 부근에 있는 여러 장성 중 관광객에게 가장 잘 알려진 '팔달령장성(八達嶺長城)'은 새롭게 복원하여 단장한 장성이지만 우리가 찾아간 용아장성은 '수관장성(水關長城)'구간은 명대에 축조한 후 전혀 복원되지 않은 허물어진 그대로의 원형을 보여주는 장성이다.

 

'시짜츠'마을에서 장성까지 1시간 가까이 숲속 산행을 하며 오른다.

 

장성의 벽돌들이 여기 저기 흩어진 능선에 오르면 구불구불 굽이쳐 이어지는 장성의 위용과 봉화대가 시선을 압도한다. 가을 초입에 들어선 용아장성의 숲들이 울긋불긋해지고 허물어진 장성사이로 오르락내리락 하며 땀을 흘리는 사이 파란 하늘의 새털 같은 흰 구름이 장성과 조화 되여 한 폭의 산수화로 변모 한다. 용아장성 첫 코스인 '장군수관(將軍水關)' 으로부터 '진각변', '서유루정', '신견수성', '북진루' 까지 3시간의 트레킹이 이어진다.

 

끝없이 펼쳐지는 장성의 파노라마를 보면서 하늘과 맞닿은 마루금 장성의 모습에 그 옛날 중국인들의 고난의 역사(役事)가 눈에 선하다. 이렇게 높고 험준한 암릉에 벽돌과 돌을 쌓아 장성을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겠는가. 불가사의한 일이 한 둘이 아닌 중국의 문화에 또 한번 놀라움을 금 할 수 없다. 따사로운 가을볕아래 허물어진 장성에 앉아 맛 나는 커피를 끓인 손정익이사가 '장성커피'(?)를 판다. 너도 나도 입맛을 다신다.

 

성곽에 난 길이 없어져 아슬아슬한 바위를 돌아 다시 장성으로 올라서기를 거듭하지만 흥미롭고 신기한 용아장성의 트레킹과 함께 주변의 풍광에 넋을 잃은 일행들을 다독여 내려선다.

 

'시짜츠'마을로 내려온 일행들이 들린 곳이 '조씨산거(趙氏山居)' 라는 간판을 대문 앞에 높게 달아놓은 중국 농촌의 평범한 농가다. '조씨 가족이 산골에 사는 집' 이라고 해석하면 무리 없을 듯하다. 대문 한 켠에 세워둔 '조(趙)'라는 깃발이 삼국지에나 나올법한 모양으로 허공에 펄럭이며 이국인들을 반긴다. 여기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집안 곳곳에 옥수수가 쌓여있고 마당 한켠에서 옥수수를 터는 기계를 돌리며 솜씨를 뽐내는 꼬마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조씨의 아내가 부지런히 음식을 날라 온다. 맛깔스런 갖가지 음식이 우리를 유혹하며 시원한 맥주가 가을 더위를 식혀 준다. 음식이 깔끔하고 맛도 좋다. 마당 한가운데 우물처럼 파놓은 지하 저장고에서 나오는 맥주는 냉장고에서 갓 나온 것보다 더 차고 시원하다. 신기 할 따름이다. 왁자지껄 웃고 떠들며 즐긴 점심을 마치고 평화롭고 조용한 시짜츠마을 '조씨산거'를 떠났다.

 

기분좋은 용아장성 트레킹이 이번 일정에 가장 인상에 남는 일 일 것 같다. 나른한 몸을 버스에 싣고 베이징으로 돌아와 중국 전통의 샤브샤브 요리와 발 마사지로 그간의 피로를 풀고 숙소인 크리스탈호텔에서 즐거운 맥주파티로 중국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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