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 소오대산·북령산·용아장성

소계림으로 불리는 용경협의 산수절경.

9월 20일 느긋한 아침을 맞았다. 귀국일정만 남았지만 못내 아쉬워 4박5일의 일정으로 온 중국 북경지역 명산 소오대산과 북령산, 용아장성의 트레킹을 마치고 덤으로 들린 곳이 북경에서 80여㎞ 떨어진 '용경협(龍慶峽)'이다.

 

1973년 21㎞에 달하는 협곡을 막아 높이 70m, 길이 90m 댐을 만들어 물을 가두어 인공호수를 만든 게 바로 용경협으로 호수 양안(兩岸)에 보이는 산봉우리들의 모습이 중국내 에서도 최고의 절경으로 꼽히는 이강(離江)의 계림(桂林)을 닮았다 하여 '소계림(小桂林)'으로 불린다.

 

'북경 16경(景)'의 하나이기도 한 용경협이 북경의 또 다른 관광지로 각광받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깎아지른 암벽과 푸른 호수가 어울어진 용경협의 절경.

 

굽이치는 용의 몸놀림 형상으로 만들어진 터널 속에서 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0여분 올라 닿은 곳이 용경협 유람을 위한 선착장이다. 이른 시간이라 관광객들이 그리 많지 않다. 지붕 없는 유람선에 올라타 자리에 앉았다.

 

호수 양측으로 난 높은 봉우리의 산그늘에 서늘한 한기(寒氣)가 느껴지는 호수를 유람선이 미끄러져 나간다.

 

예쁘장한 중국 아가씨가 핸드마이크를 들고 열심히 설명한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지만 용경협 조성 유래와 각기 이름 붙여진 봉우리를 소개하는 것 같다.

높은 봉우리로 나있는 케이블카가 한가롭게 움직인다.

 

오른쪽으로 난 높은 봉우리까지 이어지는 케이블카가 하늘 한가운데 두둥실 떠 있다. 깍아 지른 절벽사이로 만들어진 호수물이 산색에 물들어 녹색물결로 일렁이고 높은 하늘은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더욱 파랗다.

 

기기묘묘한 산봉우리들의 모습에 취해 모두들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는 사이 포항산악회 손보근 회장이 가져 온 소주로 일행들을 신선놀음에 끌어 들인다. 과자부스러기 안주에 과자봉지에 부은 술맛은 용경협 절경과 함께 묘한 조화를 이뤄 유람의 멋을 한껏 부풀린다. 몇 순배 돌아가니 노래 가락이 절로 나온다.

 

용모양의 구조물 속으로 에스컬레이트가 나있다.

걸쭉한 손 회장의 몇 마디 우스개소리에 웃음바다가 되고 재촉하는 일행들 등쌀에 동포가이드 나경문의 멋들어진 노래가 나온다. 반주 없는 노래를 곧잘 부르는 통에 앵콜이 연신 터져 나오고 돌아가는 술잔과 박수소리에 용경협 유람이 신선놀음판으로 변한다.

 

용경협 유람의 또 다른 볼거리가 머리 위에서 일어난다. 200m 가까운 절벽 양측에 매단 와이어에 외줄타기 곡예가 시작된다. 언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까마득한 높이의 한 가닥 와이어에 자전거를 탄 사람이 재주를 부린다.

 

용경협

허공에 떠다니는 신선인양 자유자재로 우리를 현혹시킨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오토바이도 타고 나오기도 한다는 대단한 재주를 용경협 협곡에서 보는 것도 중국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여겨진다.

 

유람선이 다닐 수 있는 거리는 불과 7㎞ 밖에 안 되지만 갖가지의 볼거리와 산수 절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즐거운 용경협 유람을 마치고 에스컬레이터 반대쪽으로 난 터널을 걸어 주차장으로 내려선다. 왁자지껄 떠드는 중국인들이 한낮이 다 된 시간에 몰려온다. 한산하던 이른 시간에 호젓하게 다녀 온 용경협 유람이 다행이었다.

 

북경의 명소들이 많았지만 일정상 다 볼 수가 없다. 그렇지만 우린 산을 다니는 사람들이라 일반 관광객들이 가지 않은 여러 곳을 다녀왔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북경 일대의 명산트레킹이 이번에 간 소오대산, 북령산, 용아장성 뿐만 아니라 몇 군데 더 있다는 마 부장의 유혹에 구미가 당긴다.

 

북경서 얼마 멀지 않는 곳에 몇 해 전 간 태항산의 북쪽구간인 북태항산이 그렇게 좋다니 다음번 트레킹은 그 곳으로 가고 싶어진다.

 

용경협 들머리에 있는 현지식 식당에서 독한 고량주를 곁들인 중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했다.

 

북경수도국제공항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벌어진 손보근 회장의 우스개소리 강의(?)와 의성의 철녀(鐵女) 김경희 회원의 화답(和答)에 웃음꽃을 피우며 북경 명산트레킹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번 '2011 경북산악연맹 중국 소오대산, 북령산, 용아장성 트레킹'에 함께 한 회원들과 새로운 코스를 소개해 준 현지 마봉학 부장과 나경문 가이드에게 이 글로 고마움을 대신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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