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결같은 열정' 팔순 나이가 무색

구룡포 수협 중매인으로 50년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황보 회장.

사람은 평생 동안 같은 일을, 현역으로 몇 년이나 하며 살 수 있는 것일까, 황보 기 성호물산 회장을 만나면서 잠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성호물산은 수산물 전문업체로 황보 회장은 구룡포 수협 중매인을 50년간 하면서 경기도 이천에 큰 물류센터를 아들에게 맡겨 운영하면서, 중국에 수출도 하고, 서울과 전국의 대형마트에 주로 오징어, 가자미 등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책임지고 있다. 올해 80세인 황보 회장으로서는 수월한 일이 아닐 것인데도, 그에게서는 지치거나 힘든 구석은 전혀 보이지 않고 청년같은 활기가 넘쳐보인다.

황보 회장은 구룡포에서 학교를 다녔고, 구룡포에서 생업을 가지면서 구룡포발전 협의회장 6년, 선거관리위원장 12년, 장기향교 유도회장, 구룡포중고 초대동창회장을 12년간 역임하면서 구룡포를 위해 봉사했다. 그는 성호물산 회장이면서, 구룡포 수협중매인 85번이라는 호칭도 함께 가지고 있다.

-수협중매인을 하시게 된 계기가 있으신지요?

"처음부터 이 일을 한 것은 아니고 1958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 해무청(지금의 해양수산부)에 3년간 근무했습니다. 5.16 후 병역 문제로 그만 두고 2년간 별 하는 일없이 지냈는데 일 년 후 부친이 돌아가셨어요, 졸지에 가장이 되었으니 무언가 빨리 일을 해야 되어서 수협중매인 밑에 월급쟁이로 들어갔지요. 중매인 일을 5년간 배우고 일했는데, 주위에서 성실하고 신용 있다고 자금을 대주어서 독립하게 되었는데 벌써 50년째 하고 있습니다."

-경매는 어떻게 하시는지, 어렵지 않으신지요?

"경매는 중매업자들 간의 전쟁입니다. 아침에 입항시간을 예고해 주면 경매에 참여하지요. 동해안에 오징어 배가 30여 채 되는데 구룡포에 평균 20채 정도가 들어옵니다. 많은 액수를 쓴 사람에게 낙찰되는데, 자금 동원능력이 있어야 하니 중매인은 신용이 생명입니다. 하루 거래량이 3억에서 17억까지 되는데 개인적으로도 4~5억 정도 하루에 자금을 댈 수 있어야 합니다."

-경매는 힘든 일인 것 같은데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30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새벽 4시면 일어나서 간단히 운동하고 한시간 걷고 나서 6시면 경매에 참여합니다. 배가 들어올 때마다 경매가 있으니까 어떤 날은 저녁 7시까지 할 때도 있습니다. 경매가 없는 시간에는 오징어 덕장에 다니면서 관리하고,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에 보내는 것도 여기서 다 하지요. 일을 열심히 하다 보면 건강해지고, 나이같은 것은 잊고 살게 됩니다."

-50년 동안 같은 일을 하셨는데, 힘들었던 일이나 보람 있었던 일이 있다면요.

"참 많은 일들을 겪고 지내왔지만, 4~5년 전에 이천 물류센터에 불이 나서 한 5억 정도 손해를 봤지요. 우리 창고가 부족해서 다른 물류센터에 보관했다가 일을 당했는데 거기에 위탁했던 사람끼리 아직도 소송하고 있는 중이라 어려운 일이 많지요. 그리고 제일 보람 있었던 일을 꼽는다면, 초대 구룡포중 고 동창회장으로서 장기택 재단이사장의 공적비를 학교 안에 세우고 그 제막식을 할 때, 전국에서 모인 동창회원들과 전 읍민 축제를 열고 동창회 기금을 마련한 일입니다. 학교를 설립할 때도 수산업자들이 위판금액의 5%를 냈고, 설립 후에도 5%씩 내어서 직원들 월급을 주었습니다. 그래도 이런 식의 운영에는 한계가 있어, 지금은 학교가 공립으로 전환되었습니다."

황보 회장은 구룡포지역 발전협의회 회장 시절, 31번 국도에서 구룡포로 진입하는 도로를 내기 위해 힘을 많이 썼는데, 그것이 생각했던 만큼 잘 되지 않아 아쉬워했다.

-수산업자로서 사회에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지구 온난화 영향과, 중국 어선들이 공해(公海)에서 먼저 고기를 다 잡아가 버려 물량이 점점 적어지는 것이 걱정이지요. 중국은 기술은 떨어지지만 워낙 숫자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요즘은 오징어나 가자미같은 것을 가공할 때 정말 깨끗하게 합니다. 우리는 이마트에 주로 납품하는데 기준이 까다로워 조금이라도 비위생적인 점이 드러나면 납품을 못하거든요. 우리는 건조시킬 때도 해풍이 잘 불고 공기 좋은 데서 말려서 맛과 청결에 많이 신경을 쓰니 안심하고 드셔도 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처럼 먹거리로 국민들의 식탁을 오염시키고, 건강을 해치게 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에, 사람들에게 깨끗한 먹거리를 제공하겠다는 사명감과, 50년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애정을 가지고 80평생을 살고 있는 황보 기 회장, 그는 국민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파수꾼이 되어 늘 우리 곁에 있다. 언제나 변함없이 든든하게 그의 곁에 있는 구룡포 바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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