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 대구부동산경제연구원장

1990년대 뉴욕 시의 치안대책에서 응용한 하나의 이론이 가슴에 와 닿았다.

비록 접목시키기에는 다소 괴리감이 있다 하더라도 의미를 두고 생각을 해보면 참으로 부동산시장의 현실을 대변하는 이론이라고 아니 할 수 없어 논제로 삼고자 한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이는 사소한 행위가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하지 않으면 더 큰 행위로 발전한다는 내용이다.

이 '깨진 유리창 이론'은 미국 범죄학에서 연구되어 정리된 법칙이지만, 도시의 슬럼화가 어떻게 발생하는가에 대한 원리를 말하고 있다고 봐도 좋을 듯하다.

즉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 두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점점 슬럼화가 진행되기 시작한다는 데서 출발한 이론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가 유리창을 깨뜨렸는데도 집주인이 바로 수리하지 않고 내버려둔다면, 그것을 사람들은 나머지 유리창도 다 깨뜨리거나 심지어 건물에 불을 질러도 된다는 신호로 여긴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1990년대 뉴욕경찰이 도입해 현실에 적용하며 생명력을 가지게 됐다.

당시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함께 취임한 브래턴 뉴욕경찰청장은 절망적인 뉴욕의 치안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유력한 방안의 하나로 깨진 유리창 접근법을 도입했다.

즉 작은 위반을 뿌리 뽑으면 큰 범죄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사소한 행위로 눈감아주곤 했던 지하철 무임승차, 지나친 구걸, 노상방뇨 등도 충분한 체포사유가 됐다.

오늘 지하철 개찰구를 뛰어넘은 자는 어제 살인범으로 현상수배 된 자였을 가능성이 크고, 뒷골목에서 노상방뇨를 하는 자는 아마 강도질을 하러 가는 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범죄에 지나치게 강경하게 대처한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뉴욕시민들은 이 정책을 환영했고, 실제로 범죄율도 감소했다. 브래턴 청장은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범죄학에서 출발한 깨진 유리창 이론이지만 부동산시장에도 적용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미분양 아파트의 수가 줄어들며 반짝 회복세를 보이다가 다시금 어려운 상황의 연속선상에 있다고 봐도 좋을 듯 하다. 그렇다면 어쩌다가 이런 어려운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일까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변하지 않는 투기적 시각과 중앙과 지방을 차별화 하지 않은 일방 통행적 제도의 시행 때문일까? 아니면 지나친 규제와 더불어 트랜드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일방적 과잉공급을 한 건설업체의 과실 때문일까?

물론 필자는 어느 한 가지를 두고 거기에 원인이 있다고 단정 할 수는 없다고 본다. 정책의 오류, 건설사의 과실, 글로벌 경제 위기 등 모두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현재의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만들어 낸 탓이라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렇듯 거시적인 곳에 그 원인이 있음을 주지한다 하더라도 그 출발이 어디서 부터였는지 뒤 돌아 보아야 하며, 무심코 넘어가는 조그만 곳에서부터 부동산시장 침체의 원인이 만들어지지나 않았는지 정확한 진단을 이끌어내야 할 것으로 본다.

즉 깨진 유리창 한 장이 결과적으로 전체도시의 슬럼화를 만들어 내 듯, 작은 잘못을 관대히 넘어 감에 따라 큰 범죄를 유발 하듯, 그동안 우리는 부동산시장이 어렵다는 이유로 너무 관대히 대하므로 해서 점차 더 큰 부동산시장 교란을 가져 오지는 않았는지 뒤 돌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관대히 지나쳐온 작은 오류로 인해 부동산시장 침체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면 과감히 그 원인을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현재 부동산시장은 빈곤의 악순환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러한 빈곤의 악순환을 단절시키기 위해서는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 Theory)에서와 같이 작은 지나침을 간과해 지나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무심코 지나치는 관대함을 근본적으로 퇴치해야 만이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부양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 적극적으로 실행에 옮겼으면 하는 바램을 강하게 전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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