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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상처 입은 마음 다독여요"
"어르신들 상처 입은 마음 다독여요"
  • 이정희 명예기자
  • 승인 2011년 12월 06일 22시 16분
  • 지면게재일 2011년 12월 07일 수요일
  • 1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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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노인 보호전문기관 기쁨의 복지재단 노인학대상담사 김규량·김진주씨
기쁨의 복지재단 노인학대상담사 김규량·김진주씨가 어르신들을 위해 재롱잔치를 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 사회로 진입됨에 따라 노인 문제가 우리사회의 중요 화두가 되었다. 노인문제를 다루는 전문기관과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관이 많이 생기고, 포항시청에도 우리가 전에는 들어보지 못했던 '저출산고령화대책과'가 생겨 노인문제 전문기관들이 하는 일을 지원해주고 노인들의 복지나 보호, 인권 문제를 11곳의 민간재단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경북도 노인보호전문기관도 이런 노인문제들을 살펴서 어르신들의 인권침해 방지 및 권익증진 실현을 위해 경북도에서 지정받아 설립되었는데, 학대받는 노인들을 위한 긴급전화, (1577-1389)도 열어놓고 있다. 이 기관은 민간재단인 포항 "기쁨의 교회" 부설 '기쁨의 복지재단'에 사업을 위촉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주로 하는 일은 노인 일자리도 마련해주지만, 노인 학대를 예방하고 학대받는 노인들을 상담해서 보호하고 정상적인 가정생활로 복귀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이런 학대받는 노인들이 단기간 그런 환경을 피해 쉴 수 있는 쉼터 '기쁨의 집'(전화 054-248-1389)도 운영하고 있다.

김규랑(72)씨와 김진주(69)씨는 '기쁨의 복지재단'에서 학대받는 노인들의 사후(事後)관리팀에서 일하고 있다.

-이 일을 하시게 된 동기라면?

"처음에는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려고 왔습니다. 집에서 하는 일 없이 지내는 것 보다 소일도 되고 용돈도 벌고… 혼자라면 오기 힘들었을 건데 둘이서 함께 하니 서로 힘이 되었지요. 다른 일자리도 있었는데 우리가 학벌이 좀 있다고 상담하는 일을 해보라고 해서… 처음에는 글을 좀 쓸 수 있어야 된다고 해서 겁을 냈는데 둘이서 한 조가 되어 하니 그냥 해 볼만 합니다"

-일 하신지는 얼마나 되었습니까?

"시작한 지는 한 8개월 정도 되었지만, 많은 사람들을 전화로 상담했어요. 처음에는 다들 거부감을 느껴 상담에 잘 응하지 않지요"

-상담하실 대상은 어떻게 정합니까?

"기관에 고발한 사람들 중에서 담당 선생님이 지정해 주시면 우리가 전화해서 상담을 시작하는데 처음에는 자신에 대해 얘기를 잘 안하려 해요. 고발할 때는 화가 나서 했지만 자신의 처지를 밝히기를 꺼리는 거죠. 여러 번 전화해서 공을 들여야 합니다. 끝까지 사후관리에 응해준 분은 세 분입니다"

-어떤 사례들이 있는지, 그 중에서 제일 보람을 느꼈던 사례라면?

"대부분 자식들이 주사가 심해서 술이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가 어머니를 때리고 폭언을 하는 사례들이 제일 많아요. 자기 부부와 아들은 안채에 잘 꾸며놓고 살면서 시어머니는 헛간같은 문간방에 아무렇게나 방치해 놓은 경우도 있었어요. 나중에 교회 사후관리팀에서 도와줘 잘 해결되었지만요.

보람 있었던 경우는 한 할머니가 착한 큰아들은 죽고 막내아들이 주사가 심해서 어머니에게 폭언과 구타를 일삼았었는데, 한번 방문해보니 집이 너무 정리가 잘 되어 있고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어서 누가 했냐니까 막내아들이 했다고 해요. 그래서 이런 사람이라면 개선될 여지가 있겠다 싶어 꾸준히 관리를 했는데, 그런 와중에 어머니가 심장 수술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니까 막내아들이 울며 어머니를 극진히 간호하고 공장에 취직도 해서 월급 받아 어머니에게 가져다드리고, 나쁜 버릇을 고쳤습니다. 이런 성과가 있을 때는 정말 흐뭇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이런 일을 하시다 보면 느끼는 점도 많으실 것 같아요.

"그렇지요. 세상이 너무 비참하다는 것, 의지할 데 없는 불쌍한 노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 건강한 몸만 있으면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겠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지요. 그리고 요즘 복지가 잘되어 있어 도움을 받는 노인들도 많지만, 정말 도움을 받아야 될 사람들이 제외되고, 엉뚱한 사람들이 혜택을 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책상에서 서류만 보고, 전화로만 상담하지 말고 현장에서 실정을 살피고 도움을 주면 좋겠어요. 어떤 할머니는 아들이 공사장에서 다리를 다쳐 아무 일도 못하는데도 서류상 아들이 있다고 해서 아무런 혜택도 못 받고, 쌀이 떨어져도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이 방치되는 경우도 보았거든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엔가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절박한 노인들의 고단한 삶이 있고, 일반인들의 관심과 눈길이 닿지 않는 외진 곳에 소외되고 잊혀지는 노인들이 있으며, 그들을 학대하는 패륜의 자식들이 있다. 이런 노인들의 상처 입은 마음을 다독여주는 김규랑, 김진주 상담사, 의지할 곳 없고 학대받는 노인들에 대한 그들의 측은지심은 우리 사회의 춥고 그늘진 곳을 비추는 한줄기 따뜻한 햇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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