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 화초들 중에

가장 볼품없는 도꾸리蘭

언제 꽃 한 번 피운 적도 없고

이파리란 것이 꼭

빗다 만 머리카락처럼 부스스한 그것에게

날마다 물뿌리개 기울여 뿌린 물은

물이 아니라 무관심이었음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던 것일까

마른 잎 뜯어주려 손 내밀자 순식간에

쓱싹,

손가락을 베어 버린다, 뭉클

치솟는 핏방울 감싸 쥐고 바라보니

시퍼런 칼을 철컥,

칼집에 넣고 있었다

감상:잊어야 할 것은 잊지 못하면서, 늘 무언가 잊어버리고 산다. 그 이유는 분명 자기중심적 이기심에 강한 집착일 것이다.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어 좁은 마음으로 살다보면, 도꾸리 란(蘭) 잎사귀 같은 천둥 번개가 핏방울 뚝뚝 흘리며 스치고 지나간다. 조신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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