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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노래 봉사하며 제2의 인생
춤·노래 봉사하며 제2의 인생
  • 이정희 명예기자
  • 승인 2011년 12월 21일 22시 15분
  • 지면게재일 2011년 12월 22일 목요일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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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북구청 여성실버합창단 김혜정 단장
고령의 단원이 함께 화음에 맞춰 노래를 연습하고 있다.

노래는 언제부터 있었을까? 춤과 노래는 인류역사와 같이 했다고 한다. 여러 고대 문헌에서 사람들이 춤과 노래를 즐겼다는 내용이 나오고, 초기 유목민들의 생활 표현으로 노래와 춤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그만큼 노래의 역사는 길다.

포항에는 15년 전인 1997년에 여성실버합창단이 창단되어 지금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처음에는 시에서 창단했지만, 지금은 북구청에서 지원해주고 봉사활동도 이끌어준다. 김혜정 단장은 이 합창단의 6대 단장직을 맡고 있다. 인터뷰에는 역대 단장님들도 함께 나왔는데 모두 70이 넘었지만 나이보다 훨씬 젊어 보이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것은 합창단에서 오랜 세월 함께 노래한 힘이 아닌가 싶다.

-합창을 시작하신 계기가 있으신지요?

"뭐 특별한 계기라기 보다 학교 다닐 때부터 노래를 좋아했고 나이 먹어서도 노래부르기를 즐겼는데 합창단 모집한다고 해서 얼른 가입했지요. 여기 계신 단장님들 모두 10년 넘게 하신 분들입니다."

-합창에서 좋은 점은 무엇인지요?

"좋은 점이야 한 두가지가 아니지요. 일반 가요교실과는 달리 가곡이나 명곡들을 많이 부르니까 여학교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 젊은 마음으로 살게 되고, 아픈 것도 없어지고 노래를 부를 때는 걱정거리도 잊지요. 그리고 오래 함께 화음을 맞춰 노래하다 보니 단원들 모두 자매처럼 친해져서 친구도 많아지고요"

-합창을 하고부터 생활에 변한 점이 있다면?

"성격이 많이 밝아졌지요.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많이 되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노래부르면 다 풀리죠. 항상 노래하는 생활을 하니 집 분위기도 좋아지고 가족들한테도 잘 하게 됩니다."

그녀는 200페이지가 넘는 노래책을 다 배웠다고 자랑하며, 노래를 들어보면 우리를 절대로 실버라고 할 수 없을 거라며 웃는다. 실제로 이 합창단의 평균 연령은 68세이고 최고령자는 79세인데, 단원들은 앞으로 얼마든지 더 합창을 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회원 수는 몇 명이나 되고, 연습은 얼마나 자주 하시는지요

"회원 수는 수시로 변합니다, 모두들 손주들도 있고 하니까 일들이 생기지요. 그래도 평균 70명은 되고 많을 때는 100명일 때도 있었습니다. 연습은 일주일에 한 번 월요일에 동빈동 자원봉사센터에서 하는데, 이항덕 지휘자 선생님과 장 엘리 반주자선생님도 어찌나 열성적이신지, 마음 설레며 연습하는 날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봄 가을에는 나들이를 가고 겨울에는 방학합니다. 추울 때는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 하니까요."

"우리가 나들이 갈 때 버스 기사분이 우리 노래를 듣고 깜짝 놀란답니다. 우리가 연습한 가곡을 부르면 이 버스에 소녀들이 타고 있는 것 같다면서요." 전(前) 단장님이 웃으면서 자랑한다.

-봉사도 많이 다니신다던데요?

"경로당이나 요양원같은 데 가서 함께 노래도 부르고 대화도 해서 친구가 되어 주기도 하고 식사를 챙기거나 목욕봉사도 합니다. 재난 당한 지역에 가서 봉사도 하고 성금도 잘 냅니다. 우리는 사회에 부담이 안 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합니다.

-봉사를 다니시면 느끼시는 점도 많겠습니다.

"네 그렇죠. 동년배이신 분들이 치매에 걸려 정신을 놓고 있으신 것 보면 제일 안타깝죠. 경로당 같은데서도 노래를 곧잘 하시는 분들이 있어 합창을 해보자고 권하기도 하는데 잘 안하셔요. 그 분들은 경로당에서 지내시는 게 편하시니까요. 요즘 경로당 시설,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정말 잘 돠어 있어 나라에 감사하죠."

포항여성실버합창단은 새마을합창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대구 합창경연대회에서도 입상해서 상금도 받고, 호미곶예술단 공연 때 찬조출연을 하고, 소년소녀합창단과도 협연해서 동심으로 돌아가 동요를 부르는 것 등은 연중행사로 한다.

김혜정 단장은 이런 일 이외에도 새마을 부녀회 봉사를 30년째 하고 있으며, 선거 부정 예방 감시단체인 "유권자 연맹"의 부회장직도 맡아 활기찬 노년을 보내고 있다. 김단장은 이 고령화 시대를 사는 노년층이 사회의 짐이 되지 않고, 후반기의 삶을 건강하고 멋지게 보내려면 '스스로 내 삶을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고, 합창은 그 소망을 충족시켜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화합과 협동, 상대에 대한 배려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합창, 늘 서로 반목하고 낯 뜨거운 국회폭력을 국민 앞에 보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우리의 국회의원들이 합창단을 결성해서 노래를 한다면, 나라가 한결 편안해지지 않을까싶다. 청춘을 머물게 하고, 시름을 잊게 해주는 노래, 노년에 그 노래를 부르면서, 그것도 수십명이 함께 화음을 이루어 합창을 한다는 것은, 노년에 누리는 가장 큰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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