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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심 가득했던 분들이 웃으면서 돌아갈때 큰 보람"
"수심 가득했던 분들이 웃으면서 돌아갈때 큰 보람"
  • 홍종환 명예기자
  • 승인 2012년 01월 04일 22시 26분
  • 지면게재일 2012년 01월 05일 목요일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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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산격복지관 민요교실 허필교 선생 7년간 민요교실 운영
민요교실을 운영하는 허필교 선생.

"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나 성화는 받치어 무엇하나 속상한 일도 하도 많으니 놀기도 하면서 살아가세 니나노 닐리리야 ~"

제 소리를 듣고 가슴이 후련하다고, 듣기 좋고 부르기 쉽다고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많아 7년 전에 '민요교실'을 열었습니다.

민요는 백성들 사이에서 저절로 생겨나 구전(口傳)되고 민족의 정서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어 민중의 소리라고 합니다. 그리고 민요는 악곡이나 사설이 지역에 따라, 부르는 사람의 취향 따라, 부를 때 즉흥성에 따라 다르게 부를 수도 있으니 쉽고 흥겨우며 언제든지 불러도 우리네 근심 걱정을 덜어줍니다.

― 민요교실을 연 동기가 참 딱했고 남다른 점이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소싯적에 사업을 해 졸부 소리를 들었는데 어느 날 지인의 권유로 동업을 하다가 억장이 무너지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살고 싶은 생각이 없었고 기(氣)가 막혀 꼼짝달싹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 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은 안 보이고 귀는 절벽이 되었고 몸과 마음은 성한 곳이 없었습니다.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으로 소녀시절 꿈이었던 '민요'를 유일한 '살 길'로 선택하고 죽을 각오로 5년 동안 배우고 익히며 노래를 불렀습니다.

저는 민요가 없었다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었을 것입니다. 민요는 아픈 사람의 마음을 달래주고 희망과 용기를 줍니다. 저는 캄캄한 절망 속에서 민요의 은혜를 입고 일어섰습니다.

저는 이제 그 은혜를 갚아야 합니다. 저와 같이 속상해하는 사람들을 구원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민요 인생을 다시 시작했던 것입니다.

― 선생님이 체험한 민요란 서민생활에서 어떤 가치나 의미를 갖습니까?

저는 이론적인 것은 잘 모르지만 가슴이 아프신 어르신들에게는 좋은 공부가 되고 힘이 될 것입니다. 민요는 들숨과 날숨으로 인한 호흡조절로 마음을 안정시켜 심신에 도움을 줍니다. 민요는 조상이래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전해지고 불리어 오면서 서민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민족의 혈과 같은 것입니다. 흥겹게 부를 때는 단전에 힘이 들어가고 교차발성으로 조와 격에 맞도록 배열이 되어 있어 기쁨을 주고 건강증진에도 아주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민요의 본래 기능은 서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어 일을 하면서 함께 부르면 행동 통일을 할 수가 있고 흥겨워서 힘이 덜 들며 소통과 화합도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 민요교실은 어떻게 운영됩니까?

저는 마음이 아파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들어오실 때는 수심이 가득한 노인이 나가실 때는 환하게 웃으시는 것을 보면 밥을 안 먹어도 배가 부릅니다. 민요가 좋아서, 제 목소리가 좋아서 찾아오시는 사람은 누구라도 환영합니다. 답답하고 울화가 치밀 때는 주저마시고 민요교실로 오십시오. 그리고 협동이 필요한 노동을 하면서 호흡이 잘 맞지 않을 때 민요를 불러보세요. 대구 신격 복지관에서는 매주 목요일이면 문을 열어놓고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 민요는 왜 권유해야 하나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민요는 백성들의 수고를 덜어주고 서로 기쁨을 나누며 일의 성과를 올려줍니다.

그리고 민요는 함께 부르므로 서민들의 정서를 모으고 대변하여 자연스럽게 세상을 깨우쳐 주기도 합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의 의기를 모아 일제에 항거했으며 억압받는 백성들을 위무하고 분발하게 했습니다. 또한 민요는 지방에서 만들어져 그 지역민의 일상과 함께 어우러지면서 전승된 지방의 소중한 문화입니다. 지방화 시대를 맞아 더욱 우리 민요를 발굴하고 개발해 부정적인 지역정서를 개선하고 나눔 문화를 창조하여 지역사회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가일층 우리 민요가 권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 한 때는 선거에 출마할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했다던데

아이고, 소문이 과장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지난날의 고통을 잊을 수가 없어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지역을 돌면서 조금씩 도와드린 것이 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보였던 것입니다. 때로는 순수한 봉사활동도 오해를 받을 때가 있습니다.

― 봉사인 으로서 세상에 하고 싶은 말씀은.

저는 평생 가장 후회하는 것이 돈 잘 벌 때 봉사를 못한 것입니다. 봉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더 가진 것을 필요로 하는 약자와 나눌 수 있다면 훌륭한 봉사가 되는 것입니다. 말과 행동으로, 물질과 기술로도 마음만 있으면 얼마든지 도울 대상이 있습니다.

저처럼 노년에 후회하지 말고 능력이 있을 때 마음껏 봉사하시기를 감히 권유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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