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진압 소방관들에 감동 재난현장 도와줘야 후련 '배려가 사회의 기본' 생각

대구 봉산 문화원서 봉사활동을 마친 최정태 씨.

최정태(67)씨는 재난이 발생한 곳에는 일단 어디든 달려간다. 그리고 뭔가 현장에서 도움을 줘야 직성이 풀린다. 누구의 권유나 이유 같은 것은 없다. 사람이면 누구나 해야 할 도리로 생각할 뿐이다.

그는 지난 2003년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신안군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 숭례문 화재 때도 어김없이 달려가 구호 활동을 펼쳤다.

"2005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때는 한밤중에 전화를 받고 현장으로 갔습니다. 12월 그날 밤은 유난히도 추워서 현장에서 본 소방관들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새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소방복은 온통 얼음으로 한 꺼풀 덮어쓰고 있었지요. 소방관들은 불구덩이에도 뛰어 들었습니다. 제가 본 그들은 소방공무원이라는 책임감보다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겠다는 투철한 사명감에서 희생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제가 받은 감동은 말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다 같은 공동체에서 살아가면서 목숨 걸고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물 한 그릇 커피 한 잔 대접하는 일을 어찌 봉사라 할 수 있겠습니까."

-봉사를 너무 당연시 하시는데.

"이웃집에 불이 났는데 내 집만 안타면 된다고 생각하면 화재사고는 계속 일어날 것입니다. 사회적인 불행을 남의 일로만 생각하면 우리 모두가 불행에 빠질 수 있습니다. 법과 제도만으로는 이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서로 돕고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사회를 받쳐줘야 너도나도 온전할 수 있습니다. 제가 하는 일 정도는 봉사라기보다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며 예의라고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서 여러 차례 대담을 사양하셨나요.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찾아와도 대담을 사양한 것은 저는 희생적으로 남을 도운 적도 없고 또 선행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마저 모르게 하라 했는데 자랑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요즘은 이웃도 모르고 사는 세상이라 상부상조하는 정신이 옛날 보릿고개 시절만도 못하고 저와 같은 작은 배려도 사회에 본이 될 수 있다고 하니 한번 생각을 해 봤고 하느님도 누구의 선행이든 남이 본받는 것을 좋아하실 것 같아 오늘은 대담에 응한 것입니다."

-적극적인 봉사를 언제부터 했습니까.

"화재현장에서 받은 충격으로 한동안 마음고생을 하다가 공원과 사찰 등지를 찾아다니면서 문화재 지킴이와 문화유산 해설사 활동을 시작해 지금까지 하고 있으며 이것저것 제 능력에 맞게 소신대로 노약자들을 돕고 있습니다."

최정태 씨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남을 좀 도와주는 일을 가지고 듣기 좋게 봉사라고 하는데 제가 봉사라는 걸 해보니 결과적으로 그 혜택이 자신에게로 다 되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감정이나 실례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어도 저는 마음속으로는 확신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하면 제가 '마음먹은 일, 자녀들이 하는 일'도 다 잘됩니다. 한겨울에 연탄이 떨어진 독거노인 댁에 연탄보내기 운동, 헌혈운동, 치매환자 돌보기, 칠순잔치도 못한 팔순노인에게 생일상 차려주기 등 낮은 곳을 찾아다니며 내가 좀 희생하면 내게 돌아오는 것은 준 것보다는 훨씬 더 큰 것이 되돌아옵니다."

-자선가답게 며느님한테도 잘 해주신다지요.

"밖에 나가서는 남도 위할 수 있는데 내 며느리한테는 더 잘해줘야지요. 제 아들의 배우자가 아니겠습니까. 저는 며느리를 대할 때는 시집간 딸을 생각합니다. 남의 집에 시집가서 얼마나 고생하며 시어른을 모시기가 언제나 조심스럽지 않겠습니까. 저는 외아들이고 딸도 하나인데 효도하기를 기다리지 않습니다. 지금은 직장 때문에 멀리 떨어져 있지만 전화도 부모가 먼저 해 주고 사랑도 먼저 줍니다. 옛날부터 자식사랑은 '내리사랑'이라 했습니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 간에는 부모가 사랑을 먼저 주면 돌아오는 효도가 더 큽니다. 한 번 해보세요. 또 며느리를 살갑게 대하시면 내 아들이 행복해집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앞서도 얘기했지만 가족 중에 누가 감기만 들어도 온가족이 감기를 앓게 되고 이웃에도 본의 아니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 사람이 사는 사회입니다. 우리가 고통 받는 이웃을 돕는 일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옛날 보릿고개 때보다도 100배도 더 잘 살지만 왜 이리도 마음은 가난해졌는지…. 지금까지 이 세상을 만들어온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 우리의 자식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이 세상에 깨달음을 줄 수 있는 부모님세대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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