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그릇에 자연의 감성을 입히다...20년 경주생활 접고 산촌마을에 터잡아

한골도예 김재원씨.

한골도예 김재원씨는 3년 전 경주군 대동리 산촌마을로 자리를 옮겨 한골도예란 간판을 걸었다. 경주에서 작업을 한 지 20년만이다.

20여년 동안 도자기로 고객들과 소통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고 한골이란 한적한 동네에서 작지만 비교적 여유있던 공간의 작업장 문을 연것이다.

한골은 안강읍에 속한 작은 마을이다. 대동리 아늑한 마을로 들어서자 나지막한 산 밑에 김재원도예가의 작업장 '한골요'가 눈에 들어온다.

본채 뒤에 있는 전통 장작가마가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작품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칩니다. 언제부턴가 제 작품에 대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동안의 생활을 접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는 그는 그래서 작업 장소도 시골로 옮겼다. 어릴적 뛰놀던 외가동네다.

김씨는 한동안 자신의 작품에 대한 색깔을 찾기 위해 땀을 흘렸다. 그리고 고유의 작품을 찾다가 자신만의 기법을 발견하기 위해 애도 많이 섰다고 한다.

그렇게 얻은 결실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리고 소비자들을 끌여 들였다. 그런데 그런 작품을 되돌아보게 된 계기가 있었다.

자신 역시 나름대로 고민하고 열심히 했지만 그동안 너무 쉽게 작업했다는 아쉬움이 들어 이제 제대로 공부하면서 작업에 임해야겠다고 맘을 먹었다고 한다. 새로운 환경이 필요했고 사색과 집중이 가능한 조용한 곳을 필요로 했다. 그가 홀연히 경주를 떠나 한골로 간 이유다.

작품이랄 것도 없지만 시골 한적한 마을에 터를 잡은만큼 작품에 감성을 불어넣으려 애쓰고 있다. '내공'을 쌓고 있는 셈이다.

그는 다작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작품도 일반 주부들이 만지기에 부담이 없다. 때문에 서울 인사동에서 주문한 작품들이 박스로 쌓여있다. 쓰임새를 찾기 위함이다.

"실력이 이것 밖에 안된다"며 겸손해 하는 그의 작품은 하나는 자연스러움이며 일상과의 소통이다.

차인들이 찻그릇으로 애용하기 적합하다며 주로 찾아오는 이곳은 욕심을 냈던 예전의 작업에서 탈피, 기교보다는 자연스런 작품이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생각에 도자기 애호가나 일반 소비자들과 매끄럽게 호흡하며 소통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한다.

이제는 백자나 청자, 분청사기 등 옛 방식에 충실하는 동시에 새로운 변화와 창작을 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스스로의 마음을 비워내고 있다. 시골마을로 들어가 장작가마와 함께 노닐면서 제2의 작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재원씨. 머지 않아 좋은 작품으로 세상과 마주하는 날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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