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과 잃어버린 팬티우정과 교류 책으로 엮어

'나는 1960년대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다. 당시는 일간지 신춘문예, '현대문학' 추천, '사상계' 신인문학상 당선이 유력한 신인 등용문이었다. 그 중에서 내가 선호한 것은 '사상계'신인 문학상이었다. 1965년 나는 처음 등단을 목표로 '사상계'에 작품을 보냈으나, 선외 우수작이라는 쓴 경험을 겪으면서 이듬해 또 다시 당선 소식이 오기를 남몰래 가슴을 죄면서 기다렸다.

그 후 1966년 12월, '사상계'신인문학상에 내 작품 '이 푸른 강변의 연가'가 당선되었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 동안 몇 번의 실패로 크나큰 좌절에서 다시 일어설 수가 없었다.'(본문 중)

경주에서 활동중인 정민호시인이 시인과 술과 문인들의 숨은 이야기를 담은 '시인과 잃어버린 팬티'를 펴냈다.

이 책은 그동안 문단 안팎에서 겪은 크고 작은 유사(遺事)를 단행본으로 묶어낸 것이다. 이 책에는 시인 유치환에서 소설가 이채형에 이르기까지 한 시대를 풍미한 문인과 예술인이 등장한다. 진솔하고 시정(詩情)넘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어느 대목에서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고, 어느 대목에서는 풋풋하게 배어나는 미소를 지을 수가 없었다. 하나같이 유익하고 재미있는 글들이다.

제 1부 '청마(靑馬)와 청맥(靑脈)', 제 2부 '미당(未堂)과 동리(東里)', 제 3부 '거울보고 술마시기', 제 4부 '시인과 잃어버린 팬티', 제 5부 '나의 시(詩) 나의 기행(記行)', 제 6부 '서울에서 만난 문인들'로 이루어진 이 책은 37편의 글들이 이 시대 문단 기록사다.

정민호시인은 거의 평생 경주 권역을 벗어난 적이 없었고 그곳에서 창작활동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이 책에 실린 글들을 읽어보면 정시인은 전국 도처의 문인들과 폭넓은 교유를 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경주에 살면서 전국에서 찾아오는 수많은 문인들의 방문을 받았고, 자신 또한 수많은 문인들을 찾아가 만났고, 수많은 문인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면서 품격높은 문담(文談)을 나눈 시인이다. 그랬던 시인이 이 책을 펴내 자칫 묻혀버릴 뻔한 귀중한 문단유사가 방치되지 않고 기록으로 남겨지게 됐다.

이제나마 문단유사가 후대들에게 전해지게 된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정민호시인은 "사람은 누구나 떠나야 한다. 나도 언젠가는 떠나야 한다. 떠나기 전에 나와 만난 사람, 함께 글을 쓰던 사람, 나의 친구, 선후배 문인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한 권의 책으로 엮어내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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