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듯 깊은 시어로 보편적 울림 이끌어내
문태준(42) 시인이 다섯 번째 신작 시집 '먼 곳'을 들고 돌아왔다.
1994년 등단 이후 네 권의 시집을 내는 동안 보편적인 울림을 자아내는 아름다운 서정시로 평단과 독자들의 '편애'를 받아왔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농익은 서정으로 울림의 진폭을 키웠다.
적당히 비워내고, 공들여 빚어낸 듯 시어는 한층 간결해졌고, 사유의 깊이도 깊어졌다.
특히 이번 시집에서는 불교적 사유의 흔적이 두드러진다.
"어릴 때에 죽은 새를 산에 묻어둔 적이 있다 / 세월은 흘러 새의 무덤 위로 풀이 돋고 나무가 자랐다 / 그 자란 나뭇가지에 조그마한 새가 울고 있다 / 망망(茫茫)하다 / 날개를 접어 고이 묻어주었던 그 새임에 틀림이 없다"('영원')
시인은 "생을 거듭해서 만나게 되는 인연, 시간을 거듭해서 태어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며 "생을 거듭 살아도 바위의 속내를 알 수 없듯이 삶에 대한 질문들에도 다 해답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삶은 "바쁜 바람과 잔금과 절망과 물결을 등에 지고"('율동' 중) 사는 것이라고 말하는 시인이기에 삶에서 필연적인 고통, 시련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시인의 작품에 흐르는 주된 정서 중 하나다.
그러나 삶의 무상함에 대한 성찰과 만났을 때 이러한 비애감은 잔잔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이번 시집은 네 번째 시집 '그늘의 발달'을 묶어낸 이후 4년 만에 나온 것이다. 불교방송 PD로 일하고 있는데다 학생으로 돌아가 지난해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에서 '서정주 시의 불교적 상상력 연구'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까지 받았더니 한 권 분량의 시를 모으는 데 전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시집 후기에서 "생활은 눈보라처럼 격렬하게 내게 불어닥쳤으나 시의 악흥을 빌려 그나마 숨통을 열어온 게 아닌가 싶다"고 하기도 했던 시인은 "시를 짓게 된 일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게 됐다. 다시 시의 자리로 돌아가 시 짓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고 전했다. 창비. 100쪽. 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