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비우고 베풀면 노년 행복 찾아와"

경주시 외동읍 노인회 이해길 회장.

그 어른 참 나이를 잘 잡수셨구나, 인생을 참 잘 살아 오셨구나, 그런 느낌을 주는 원로들을 주변에서 더러 보게 되고, 그런 분들을 만나면 나이가 들어도 저렇게 살 수 있으면 걱정이 없겠다는 위안을 받게 되는데, 이해길 외동노인회 회장이 바로 그런 분이다.

이회장은 지난해까지도 신라문화원에 소속되어 문화재 해설을 했다. 지금도 공식적은 아니라도 고향을 찾는 지인들에게 경주문화유적에 대해서 유창하게 설명해 준다. 경주에 사는 사람으로서 경주의 문화재에 대해서 기본적인 설명 정도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27세 젊은 나이에 외동읍의원을 처음으로 선거 인생을 시작했지만, 선거에서 한 번도 낙선해 본 적이 없다는 것도 특이한 이력이다. 그것은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마음을 비운 덕일 것이다. 이회장은 4대 경북도의원선거 때 83.7%라는 경이적인 최고득표를 했지만, 도의원 한 번을 끝으로 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외동읍 농협조합장을 3선, 12년 간 고향을 위해서 일했고, 현재도 외동노인회 회장직을 맡아 있으면서 주위의 사람들을 잘 다독여 챙기고 베푸는 삶을 살고 있다.

-27세에 민선 읍의원을 하셨는데, 계기가 있으신지요?

"뭐 특별한 계기라기보다 주변에서 자꾸 해보라 그러니 멋모르고 나갔는데, 무엇이든 시작이 중요한 것이라, 그때부터 선거 인생이 시작된 셈이지요. 일 년하고 나니 5.16군사혁명이 나서 민선체제가 해체되었는데, 그 후로 통일주체국민회의 대의원도 하고, 평통자문회의 의원도 하고 ..."

-4대 경북도의원 선거 때 최고 득점으로 당선되셨는데 국회의원 한번 해보고 싶다는 욕심은 없었습니까?

"선거를 하는 사람들은 욕심을 가지기 쉽지만, 그때 내 나이가 많다면 많은 나이인데 더 욕심을 낸다면 추해지지요. 마음을 비웠는데, 농협 조합장 출마하라고 주변에서 부추겨서 또 선거를 했지요. 3선까지 했습니다."

-외동농협 조합장을 오래 하셨는데 자랑하실만한 업적을 꼽는다면요?

"업적이랄 것 까진 없어도, 일을 열심히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농협이 많이 어려웠는데, 예금 증식을 많이 했고, 현재 농협 건물도 그때 지은 것입니다. 모아분소도 내고, 경주시 12개 읍면 중에서 선발해서 뽑는 농협중앙회 임원도 하고, 농민신문사 이사도 하면서 지역 농민들의 대변인 역할을 했지요."

-현재도 외동읍노인회 회장을 맡고 계신데 주로 어떤 일을 하시는지요?

"나는 이제 나이도 있고 해서 벌써부터 그만두려고 하는데 할 사람이 없다고 계속 붙잡혀 있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이 좀 맡아 하면 좋겠는데... 노인회에서야 노인들 권익을 위하고 일 년에 한 번씩 회장 총무 연합해서 단합대회 겸 관광도 하고 기관같은 데서 협찬도 좀 얻어오고, 일종의 친목단체입니다."

-문화재에 대해서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되셨습니까?

"경주 사람이야 문화재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안 가지고라기 보다 문화재 속에서 생활한다고 봐야지요. 그래서 경주 사람으로서 문화재에 대해서 너무 모르면 안되겠다 싶어 63세에 조합장 퇴임하고 나서 경주박물관 대학에 입학했어요. 기초반, 연구반을 수료하고 신라문화원 문화유산해설사 반에서 계속 공부를 했지요."

-연세보다 훨씬 젊어보이시는데 특별한 건강관리법이 있으신지요?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규칙적인 생활을 합니다. 저녁 7시면 잠자리에 들고 아침 3시에 일어나 한 시간 신문보고. 한 시간 걷고, 5시에 목욕하고, 아침 먹고 노인회관에 출근하고, 12시에 점심 먹고, 저녁은 다섯 시에 먹고, 맨손체조를 한 후에 잠자리에 듭니다. 내가 49세에 당뇨가 생겼는데 그때 함께 치료받던 사람 중에 지금까지 멀쩡하게 활동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얘기를 하던 중, 밖에 환하게 피어 있는 벚꽃을 보며 이회장이 혼잣말처럼 한다.

"할마이 데리고 나와 꽃구경 좀 시켜야겠네."

그가 30년 지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것은 비단 규칙적인 생활에서 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마음을 비우고, 가족을 사랑하며, 남에게 베풀기를 즐기는, 그런 마음 씀씀이가 이회장의 건강을 지켜주었을 것이다.

그는 요즘 마음 설레며 기다리는 일이 하나 있다. 딸 여섯을 내리 낳고 일곱 번째 얻은 아들이, 첫딸을 낳고, 지금 임신 중인 둘째는 아들이라 하니 그 손자를 기다리는 마음이 얼마나 즐겁고 설렐 것인가? 그의 노년의 이런 소박한 행복이 곁에서 보는 사람도 미소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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