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시안적 예산낭비의 전형

김현목 사회부 기자

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가 가장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것이 바로 세금이다.

세금을 혈세라고 표현하는 것은 말그대로 국민, 시민들의 땀과 피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적으로 세금을 가혹하게 거두거나 낭비한 공직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며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으로 손 꼽혀 왔다. 또한 세금 낭비를 막는 다양한 견제장치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으며 감사 등을 통해 철저히 감시하고 있다. 여기에 입법부의 기능 중 예산이 제대로, 올바르게 사용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역할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포항시가 이러한 혈세를 아무렇지 않게 낭비해 비난을 받고 있다. 시가 추진하고 있는 부설주차장 유료화 정책이 근시안적 행정으로 예산낭비의 전형이 됐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신청사 건립당시 주차장 유료화를 위해 7억3천500만원을 들여 주차시스템을 새롭게 설치했다.

이후 시는 이런저런 이유로 유로화를 시행하지 못하다가 시를 찾는 차량이 늘어났다며 유료화를 재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새로 유료화를 추진하면서 신청사 건립당시 4억5천만원의 예산이 사용된 뒤 단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일부 시스템을 고철로 그대로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다 새로 시스템을 정비하는데 3억5천만원이 소요돼 불필요한 예산이 이중으로 집행되게 됐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거나 고쳐서 사용할수 없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하지만 설치한 지 불과 7,8년 밖에 되지 않은 시스템을 사용하지도 않고 버리는 것을 이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4억여원이면 남구나 북구 지역 지난해 도로 정비 예산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뿐만 아니라 포항시는 학생들이 사용하는 학교 수도요금을 내려달라는 교육계의 요구를 지난 몇년간 미루다가 지난해 말이 돼서야 받아들였다.

수도요금 지원 금액이 4억 7천여만원(포항교육지원청 추산)인 점을 감안하면 이 금액이 얼마나 큰 규모인지 알 수 있다.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것은 아까워 몇년씩 협의를 거치면서도 자신들의 근시안적 행정으로 낭비된 혈세는 아무렇지 않게 버리는 것이 바로 포항시다.

게다가 화폐가 달라져 어쩔수 없이 시스템을 교체해야 한다는 변명만 늘어놓을 뿐 세금낭비에 대한 어떤 반성도 기대하기 힘든 것이 포항시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포항시의 행정으로 소중한 시민의 세금이 허비되는 책임은 누가 져야하는가?

주차장 유료화가 포항시청을 찾는 민원인들을 위해 필요불급한 사안이라면 마땅히 충분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그로인해 얻어지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면 한번쯤 심사숙고해 봐야할 것이다. 시민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아래 이중삼중으로 새고 있는 세금이 또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