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된 어르신 도우며 '안전지킴이' 자처

인삼농장에서. 왼쪽부터 주창성 마을기업사무국장(첫번째), 민금순 회장(세번째)

월성주공3단지 임대아파트는 면적이 12~13평이고 가난한 사람들과 고령자가 많고 특히 몸이 불편하면서도 혼자 사는 노인이 많다. 그래서 안전과 생계 면에서 가장 취약하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부녀회장을 명예심으로는 하겠다는 사람이 없고 누가 나서서 내가 희생하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누구라도 십자가를 지는 심정이 아니면 엄두도 못 낸다.

"혼자 사시는 노인이 가스레인지 불 위에 음식물을 올려놓고 외출해버립니다. 고장 난 전자제품을 수리도 안하고 사용해 사고를 냅니다. 그래서 아파트에서 조금만 연기가 새 나와도, 이상한 냄새만 맡아도 깜짝 놀라 달려가야 하고 어느 독거노인이 며칠만 안 보여도 가슴이 철렁합니다. 병중에 혼자 사시는 노인들이 많아 굶고 있어도 모르고 별세를 해도 알 길이 없습니다."

필자는 민금순(76)회장을 만나면서 진심으로 존경한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고 싶었다.

민 회장은 32년째 이 아파트에 살면서 기초수급자(영세민)에서도 탈락하고 자식들도 외면하는 정말 의식주가 기 막히는 처지에 있는 독거노인들을 다년간 묵묵히 도우면서 안전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에게 찬사를 듣고 있다.

-3년도 아닌 30년이 넘도록 임대아파트에서 노약자들에게 봉사하시는데,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꼭 이유랄 것은 없으나 남편이 오래전에 병고로 세상을 떴습니다. 5년 동안 성심으로 간병했으나 저 혼자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당시엔 너무나 가난했고 사무치도록 외로웠으며 아쉬운 것도 많았습니다.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살면서 겪은 서러움이 제 가슴에 한이 된 것이지요."

-지금은 자녀들도 효도하고 좀 편히 쉬실 만도 한데….

"저는 지난날의 고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과거 저와 같은 처지에서 고생하는 분들을 보면 지금도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서 저는 그들을 찾아서 돕는 것이 제 마음을 편하게 하고 기쁘게 하는 일이 되는 것입니다."

민 회장은 사람은 모름지기 지난날의 은혜를 알고 살아야 한다고 했다.

과거 가난과 병고로 은혜를 입은 사람이 성공을 해서도 그 은혜를 사회에 돌려주지 않는 것은 손가락질 받는 부자들의 횡포나 핍박보다도 우리들을 더 서글프게 하고 사회를 불행하게 만든다고 했다.

민 회장은 지금도 가난할 때 살던 그 아파트에 그대로 살고 있다. 변한 것이 있다면 도움을 받던 처지에서 도움을 주는 입장으로 바뀐 것이고 날마다 자신을 희생해 공덕을 쌓아가면서 자신의 행복도 키워 나가는 것이다.

-영구임대아파트에는 어떤 분들이 입주할 수 있으며 현재의 생활상은?

"기초수급자가 아니면 입주할 수가 없으나 탈락한 후에도 살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초수급자에서 탈락한 노인들입니다. 이 노인들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중식 한 끼는 복지관에서 제공하지만 토요일과 일요일은 봉사단체나 독지가가 식사를 제공하지 않으면 한 끼마저도 굶는 노인이 생기는 것입니다."

-산악회 회장을 하면서도 봉사를 하신다지요?

"14년째 회장을 하고 있습니다. 가난하고 몸이 불편하신 노인들은 산악회 같은 단체라도 만들지 않으면 해가 바뀌어도 산천구경 한 번 못합니다. 보호자도 없는 어르신들을 모시기 위해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들어 산행을 할 때는 우리 월성사랑회 회원들이 많은 수고를 하지만 어르신들이 한없이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면은 쌓인 피로도 모두 날아가 버립니다."

-마을 기업으로 인삼을 재배하고 있는데 어떻게 도심에서 인삼 키울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까?

"아파트 단지 내에 사용하지 않는 유리온실이 있는 것을 보고 이 시설을 주민소득을 올리는데 어떻게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없을까 궁리하다가 인삼 수경재배가 노인 일자리에도 적합하고 수익성도 좋아 금년 초에 행정안전부로부터 마을기업으로 지정받아 운영하게 됐습니다. 수경인삼은 온실에서 청정하게 관리되고 과학적으로 재배하며 농약도 쓰지 않는 무공해식품으로써 잎까지 전체를 다 먹을 수가 있고 식재료내지 몸보신용으로도 아주 좋아 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양산체제를 갖추게 되면 저렴한 가격으로 서민식탁에도 올려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서민보건과 주민소득을 올리는데 선도적인 마을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 가지를 예를 들면 수경인삼은 잎도 먹는데 잎에는 사포닌(약성)이 뿌리보다 9배가 더 들어 있고 50일간 키워서 약 30포기(100g)를 3만 원 정도에 팔고 있으니 몸보신용으로 먹을 경우 하루 2포기가 적당해 보약으로서도 유익하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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