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는게 좋아 교육자의 길 선택"

홍성학 전 신라중학교 교장

흔히 쓰는 말로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배워야 한다'든가. '범사에 감사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실천하지 못하고 감사보다는 현실에 대한 불만이나 욕심 때문에 스스로 감옥을 만들며 사는 보통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홍성학 전 신라중학교 교장선생님은 평생 이것을 실천하며 사시는 분이다. 선생은 2006년 2월에 신라중학교 교장을 마지막으로 황조근정훈장을 받으며 정년퇴임했는데, 퇴임 후 지금까지 6년 동안 해온 일을 보면 선생이 얼마나 열심히 배우고 모든 분야에서 봉사하며 알차게 살아왔는지를 알 수 있다.

선생은 수학 교사였지만 '동리목월문예창작대학'을 수료하고 세 곳의 문예지에 수필가로 등단해 2011년도에 '가죽나무 책상'이라는 수필집을 냈고, 같은 해에 고희 기념으로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자서전을 발간했는데, 후배 교사들에게 도움이 될 그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다. 서예를 익혀 공모전에 입상도 했으며, 경주 향교 장의를 3년간 하며 유림단체 일도 활발하게 하고, 문중 일에도 적극 참여하며 문중 초록을 만들어 홍씨 문중에 배포하고, 숙원사업이던 10대조의 업적을 기리는 '관수정'을 건립하는 이사회를 조직해 2008년도에 준공했다.

선생은 항상 나라와 사회에 은혜를 입고 있다고 생각하고, 감사하고 보답하며 사는 모범시민으로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라, '은퇴자 재능기부 봉사단'에 참여하고 있다. 심지어 어릴 때 겪었던 가난이나 무서웠던 아버지의 매에 대해서도 감사한다. 그런 가난이나 매의 단련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자신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수의학과를 나오셨는데 어떻게 수학교사를 하게 되셨는지요?

"처음에는 전공 따라 축산국 축산물 검사원으로 취직했는데 영 적성에 안 맞았어요. 그래서 학교 때 교직과목을 이수해서 교사자격증이 있었기 때문에 수학교사 자격시험을 봤지요. 부친은 내가 교사가 되는 것을 반대하셨어요. 당신이 박봉으로 고생하셨고 그때 당시에는 교사가 그리 인기있는 직업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나는 가르치는 일이 좋았고 '교육자의 길'이 마음에 들었어요. 당시 교사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으니 한 사람이 여러 과목을 가르치기도 했고, 교장이 되는 것도 지금보다는 좀 수월했어요. 천직을 찾은 것이지요"

-원리원칙을 잘 지키는 교장선생님으로 확고한 교육 이념이 있으시다면서요?

"다른 선생님들도 다 그런 것은 있지요. 여기서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학생 지도관으로는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 교감과 감화에 의해 지도하고 물리적인 방법은 지양돼야 하고, 교직원을 관리하는 것도 교사를 전문인으로 예우하고, 교육의 질 개선은 교사들의 헌신과 열정에 달려있으므로 교사 개개인이 교육활동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신바람나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고 지원해야 하고, 교장 자신은 청렴을 바탕으로 공과 사를 분명히 구별해 자율성,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을 갖도록 업무를 처리한다는 것 등등 입니다. 청렴하고 원리원칙을 지키면 처음에는 좀 어려워 하지만 결국은 따르게 돼 있습니다."

-'은퇴자 재능기부 봉사단'에 참여하시는데요?

"내가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우리가 국가와 사회의 도움으로 잘 살고 있는데 나라에서 하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자 해서 퇴임교장 모임에서 몇몇이 참여하게 됐습니다. 포항시에서 하는 일인데 일주일에 두 번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일입니다, 아직도 우리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분들이 많아요."

선생은 체벌 금지에 대해 우려한다. 체벌금지 후 어떤 짓을 해도 교사가 못 때린다는 생각으로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교사는 아이들에게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한다. 학교나 가정이나 '사랑의 매'는 필요한데 교사의 무관심은 체벌보다 훨씬 더 나쁜 것이라고 선생은 강변한다.

-아버님이 무서우셔서 매도 많이 맞고 결혼도 아버님 뜻대로 하셨다면서요?

"그랬지요. 우리 시대보다 더 전 시대의 혼인방법인데요, 같은 교사이신 아버님들 끼리 의기투합해서 약속을 하셨지요. 선 보러 나갔는데 아가씨가 싫지는 않아서…"라며 옆에 앉은 부인을 보며 웃는다

"그때 하기는 잘 했지. 이렇게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으니…"

환하게 웃는 부인 박순희 여사의 얼굴에 선생에 대한 사랑과 신뢰가 피어난다. 선생의 성실함과 배움에 대한 열정, 매사에 감사하는 긍정적 마음가짐과 사회와 가족에 대한 사랑, 이 모든 것이 선생의 여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반려이고 삶의 보람을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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