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 부사장

8.15 경축행사가 곳곳에서 열렸다. 올해는 일제 치하에서 해방이 된지 67년째이다. 대구광역시는 15일 오전10시 문화예술회관에서 애국지사, 광복회원, 보훈단체장, 시민 1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축식을 갖고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펼쳐졌다.

경북도는 당초 독도에서 기념식을 갖기로 했다가 기상악화를 이유로 참여인원을 축소하고 울릉도로 장소를 바꿨다. 하지만 울릉도 마저 기상상태가 여의치 않아 지난 14일 밤늦게 전격취소하고 도청강당에서 행사를 치렀다.

광복 67주년을 맞이하여 미국을 비 롯 우방국가에서 독립기념일 축하 메시지가 날아들고 있지만 한일관계가 오늘처럼 최악의 상황으로 돌변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감정악화는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질 않아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다.

양 국가의 갑작스런 냉각기류는 이명박 대통령의 연이어 쏟아낸 대일 강경발언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 내용은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지만 그 파장은 엄청난다.

한일 관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악재가 될 수 있음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일 강경 발언을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8.15경축사에서 언급한 위안부 문제는 양국 차원을 넘어 여성인권 문제로 일본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앞서 일본정계가 발끈한 것은 며칠 전 독도 방문에 이어 일왕의 방한 사과발언 요구 때문이다. 이에 맞선 일본은 셔틀외교 취소 선언,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방침으로 점점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에서 일왕이 차지하는 위상은 대단하다. 국제관계에서 정상의 말이 갖는 무게를 고려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핵폭탄임에 틀림없다.

독도 방문 이후 지지율이 상승한 이 대통령은 강경행보로 이어지는 것은 외교적 차원보다는 국내 정치 상황 때문이 아니냐고 해석도 있다. 일본 자극은 온 국민이 똘똘 뭉칠 수 있어 올림픽과 같은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일왕의 방한 발언이후 일본 정치권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겐바 고이치로 일본외상은 물론 아베 신조 전 총리가 문제를 삼았다. 일본 언론도 악영향이 수년간 미칠 수도 있다는 외교소식통의 발언을 전했다.

일왕의 방한은 한일 양국 간에 오랫동안 논의된 사안이다. 양국은 일제 식민지배로 인한 과거사 문제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점에서 이를 오랫동안 추진해온 게 사실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 방문 뒤 연이어 일본을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어 일왕 방한은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다.

일본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입장을 잘 이해 못해서 깨우치게 하려고 한 다는 이대통령의 발언은 국민들은 이해하고 있다. 더 이상 일본의 자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강공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어쨌든 한일관계 복원은 일본의 진정한 사과에 달려 있다. 대통령 독도방문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 되어서는 안 된다. 강경외교만이 해결책이 아니다. 외교는 득과 실을 따져본 후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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