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서예, 심신 젊게 하고 생활에 활기 줘"

최경석 경주시 강동면 강동서예교실 한글 선생님

도시 사람이나 시골 사람이나 취미 생활을 하고 배우고 싶은 욕구는 같다. 그러나 농어촌 지역에서는 배우고자 해도, 도시의 번듯한 학원 같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해도, 배울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서 관심이나 재능이 있는 사람들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취미생활을 하기 어려운 것이 농어촌의 현실이다.

그런데 경주시 강동면 새마을금고(이사장 손영태)에서는 지역민들을 위해 새마을 금고 2층에 서예교실을 열어주면서 여러가지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최경석 선생은 여기에서 한글 서예선생님으로 봉사하고 있다.

최 선생은 포항 기쁨의 교회 장로로 신앙생활을 독실히 하고, 취미로 색소폰, 기타, 하모니카를 즐길 뿐 아니라 선대의 가업이었던 농사짓기도 소홀히 하지 않는 터라 정말 바쁘게 산다. 그리고 선린병원 원무과장으로 퇴직하고 청소용역회사를 차려 환경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틈을 내기 어려운 선생이 특별히 시간을 만들어 서예 선생님으로 봉사를 하는 것은, 서실에서 제자들을 가르쳐서 하루하루 실력이 느는 것을 보면서 그들과 함께 어울려 글씨를 쓰는 것이 노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서예를 하신지 20년이 넘으셨는데 배우신 동기가 있으신지요.

"나의 서예 스승님이셨던 김진원 장로님이 항상 한글의 우수성에 대해서 얘기하셨습니다. 세계 제일의 한글이라는 것을 항상 강조하셨지요. 그래서 그 우수한 우리글을 묵향을 음미하며 제대로 한번 써보고 싶어서 서예의 대가이신 장로님에게 한글서예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서예 이 외에도 색소폰, 기타, 하모니카 등 여러가지 악기를 연주하시는데요.

"그냥 취미로 조금씩 합니다. 근본적으로 음악을 좋아해서 이기도 했지만 처음 색소폰에 관심이 간 것은 색소폰의 그 쉰 듯한 음색에 마음이 끌렸고 나중에 나이 먹고 나 혼자가 됐을 때 외롭고 무료하지 않으려면 색소폰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늦은 시간에 혼자 아버지가 좋아하시던, 죽장에 삿갓 쓰고, 방랑시인 김삿갓을 연주해보면서, 부지런히 살아라고 말씀하시던 아버지를 만날 수도 있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벌써 한 10년째 하고 있습니다. 기타와 하모니카는 색소폰을 하다 보니 다른 악기에도 관심이 가서 배우게 됐고 그러다보니 프로는 못 되지만 관객없이 나 혼자 단독 콘서트도 합니다. 우리 논 가운데 농막이 있으니 거기서 연주하면 주변에 신경 쓸 일도 없지요.

-농사는 어떤 종류를 지으시는지요.

"아무래도 벼농사가 우선이지요. 그리고 밭농사도 하고 고추, 마늘, 배추, 호박도 심고, 작은 양어장도 만들고, 우리 가족이 먹는 것은 자급자족합니다. 농사는 친환경 농법에 관심이 있어 한번 시도해 봤는데 이제 제법 동네에서 빠지지 않는 농사꾼입니다. 여러 종류의 닭도 몇 마리 키우고, 재미도 있고 소일거리가 됩니다."

-청소용역회사도 경영하신다면서요.

"청소는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니 좋은 일이라 시작했는데, 청소하는 세재같은 것을 친환경재료로 사용해서 하는 것이지요. 친환경재료를 사용하면 아무래도 환경오염이 덜 될 것이니까요. 선린병원을 정년퇴직하고 설립한 회사인데, 용돈 정도 벌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하시면서 서예 선생님으로 봉사하시기 바쁘실 것 같은데요.

"무슨 일이든지 꼭 하고자 하면 시간은 만들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우수한 한글을 나 혼자 쓰지 말고 함께 쓰는 것이 보람이 있겠다 싶어 친구인 새마을금고 이사장의 권유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한글 쓰기를 여러 사람에게 가르치고 알린다는 것이 애국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나이 먹어서 묵향 가득한 서실에서 누구를 가르치면서 함께 자랑스런 한글을 쓴다는 것이 심신을 젊게 하고 생활에 활기를 줍니다.

12년 동안 강동마을에 서예보급을 위해서 애써 온 이상락 부회장은 "그동안 마땅한 장소도 없고 선생님도 모시기 어려웠는데 이번에 새마을 금고에서 배려를 해서 이곳에 서실을 열게 되고, 훌륭한 선생님까지 모실 수 있게 해 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고 흐뭇해 한다.

손자에게 붓글씨로 좋아하는 성경의 구절을 써 보내면 손자가 책상 앞에 붙여두고 교감하며 성경 공부를 하고 서로 기도해 주는 것, 음악을 연주하는 것, 그리고 서실에서 제자들에게 붓글씨를 잘 쓰게 가르치는 일, 이런 일들이 그가 노년에 찾은 소박한 행복이고 보람이다. 신앙과 예술로 충만한 그의 여생은 더 없이 풍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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