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현 부사장

대선 정국이 한바탕 요동을 친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 사퇴는 충격적이다. 예상대로 박근혜-문재인 양자 정책대결로 압축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선은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무당파의 표심향배에 따라 막판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안 후보 사퇴에 국민들은 배신을 넘어 분노와 증오가 하늘을 찌른다. 건너온 다리를 불살랐다던 그가 왜 중도포기 했을까? 당당했던 그가 물러나는 길을 택한 것은 구태정치와 높은 단일화 협상 벽 때문일까? 그의 지지자들은 허탈해 했다.

그는 처음부터 불투명한 행보를 계속해 왔다. 그런 그가 결국 중도사퇴란 카드를 꺼내 혼란만 초래했다. 대학교수가 직업인 그가 정권교체를 외치면서 청치 판에 뛰어 들었다. 그러면서 민주당 경선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정치혁신과 국민동의라는 두 가지 조건을 내걸며 단일화의 길을 열어놓았던 그가 막판 '룰'때문에 줄다리기를 하다가 봇짐을 싼 기괴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그는 도덕성과 현실적인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새 정치 프로그램도 신선한 것이 없었다. 그는 정권교체를 위한 대의를 위해 양보하는 것뿐이다. 역사의 소명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던 그가 국민들에게 실망만 안겨준 것이다.

그는 정치에는 나약함을 보여줬지만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같은 미지의 길을 개척했고 '청춘 콘서트'를 통해 젊은 세대와 소통해온 한국 사회의 소중한 사회적 자산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사회적 자산과 정치적 자산은 다르다. 정치 지도자가 되려면 구호를 뛰어넘는 경력·지식·비전 그리고 세력이 있어야 한다. 안철수는 이런 도약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안 후보는 야권 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깊어졌던 불협화음을 끝내 넘어서지 못한 채 사실상 일방적으로 후보사퇴를 선언했다. 단일화 효과의 극대화를 기대했던 지지자들에게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안 후보가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들어서서 협상 일시 중단 선언 등으로 자충수를 둬 형세를 더욱 불리하게 만든 결과를 초래했다.

민주통합당 측에도 책임이 없지 않다고 본다. 문 후보의 지지도 상승이 안철수 효과에 힘입은 결과임을 과소평가하고 어떻게 해서든 안 후보로부터 야권 단일후보 지위만 얻어 내면 대선에 승리한다는 자만 감에 빠졌던 게 아닌가 싶다.

단일화 승부의 관건을 쥐고 있는 호남지역에서 당 조직을 동원해 안 후보에 대한 흑색선전 을 마다하지 않았다면 앙금은 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런 행태가 단일화 협상의 대전제인 신뢰를 훼손한 결과를 가져왔다.

이제 후보등록을 마치면 대선은 본질로 향하게 된다. TV토론과 유세, 정책발표를 통해 위기의 나라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 해법을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향후 5년엔 많은 도전과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

어쨌든 안 후보는 당초 약속했던 '아름다운 단일화'와는 거리가 있는 퇴장이다. 그가 주창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는 실현이 늦어지게 됐다. 그가 사퇴하기 바쁘게 지방으로 간 까닭은 신당구상이 아닌지 아리송한 그의 행보에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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