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타 <불국사 회주>

새해가 밝았습니다. 불과 하루 전의 일이지만 개개인이 갖는 마음자세는 어제와 사뭇 다를 것입니다.

시간의 중간 중간 표시를 정해놓고 나름의 정리와 준비로 한해를 시작하는 것은 우리 인간만이 갖는 행위일 것입니다.

인간만이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값진 시간과 낭비되는 시간, 소중한 시간, 불필요한 시간이라는 여러 이름을 붙입니다. 그러나 시간은 시간일 뿐입니다.

한해가 지났다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고 저절로 해결되고 나아지는 것은 없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연초에도 매스컴에서는 황우석 교수의 문제를 일면 머릿기사로 올려놓고 있습니다. 발음하기도 생소한 ‘줄기세포’ ‘DNA검사’ 등등 우리국민들이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전문영역의 어휘들이 일상적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엎치락 뒤치락 영화를 보는 듯한 반전의 반전, 음모론, 거대 언론사들 간의 담합론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한 언론사의 폭로성 기사로 시작된 황우석 교수의 문제는 이제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어버렸고 그것을 넘어 세계유수의 언론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오리무중입니다.

조사를 하는 서울대측이나 또 다른 소장학자들, 외국의 석학들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통일되는 의견 없이 다수의 생각과 사견임을 내세운 주장들이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황교수측도 나름의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일반국민들에게 발음하기도 생소한 전문분야를 설명한다고 명쾌하게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이 쪽 말을 들으면 이쪽이 맞고 저 쪽 말을 들으면 저 말도 타당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렇게 나뉘어서 갑론을박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누구의 말이 옳던 간에 진위의 여부는 분명 결론은 날것입니다. 그러나 그 결론 후에도 참으로 많은 후유증이 있을 것입니다.

거짓으로 판명날 경우 대외적인 국가의 신뢰도 문제, 과정의 검증 없이 국민의 세금을 지원한 정부, 호들갑스럽게 움직였던 언론사, 그것에 희망을 걸었던 불치병과 많은 장애인들 그들이 느낄 절망과 낙담은 참으로 클 것입니다.

또한 진실로 결정 날 경우 황교수를 향해서 쏟아 부었던 많은 화살들은 고스란히 황교수와 황교수와 같은 학자들의 가슴에 회복하기 힘든 상처가 될 것입니다.

우리정부의 시스템과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의심과 불신.

언론은 첨예한 자본의 논리 앞에서 양쪽으로 나뉘어 어떤 여론을 만들어갈지 모릅니다. 의심과 불신의 골이 파일것입니다. 이제는 차분히 조사의 과정을 지켜볼 때입니다.

그리고 그 후에 나온 결론이 어떤 것이든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우리의 시스템이 그러한 문제가 생기기전 검증하고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입니다.

이 번 기회를 스스로의 자정과 시스템재정비의 기회로 삼자는 소장학자들과 뜻있는 분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일이 벌어지고 그 후에 난 결론을 어떻게 수습하고 또 더욱 유리한 기회로 만들었냐하는 것입니다.

문책과 단죄의 과정도 거쳐야하고 면밀한 평가와 신뢰성 있는 검증의 방법도 도입되어야겠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의 중심에 서있는 정부의 역할입니다.

어떠한 결론이 나오든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재발방지의 장치를 만드는 것은 정부의 몫입니다.

시작과 과정에 허술한 점이 있었고 불명확한 점이 있었다면 수습과 대책에서 정부의 역할을 다시 한번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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