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가슴속 응어리 풀어주기 위해 노력

전미애 웃음치료사(사진 오른쪽), 명창 김옥이씨가 노인요양병원 환자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와~! 웃기는 선생 왔단다. 얼씨구~."

노인요양병원 5층 병동에는 노약한 환자들과 치매에 걸린 어르신들로 꽉 차 있었다. 웃기는 선생은 실내에 들어서자마자 "아이구~ 언니야! 오빠야! 잘 있었나? 제가 왔어요" 하면서 손을 흔들고 얼싸안고 뽀뽀하고 박수치고….

그는 순식간에 장내를 난장판을 만들었다. 어르신들의 얼굴엔 금방 생기가 돌고 눈동자는 동그랗게 변했으며 치료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 소리 지르고 노래 부르면서 선생님의 말과 행동을 한 점도 놓치지 않으려고 열중하였다.

참 신기했다. 입을 굳게 다물고 무표정했던 어르신들이 갑자기 유치원생이 돼 버린 것이다. 휠체어를 탄 노인이 벌떡 일어서는가 하면 얼굴을 찌푸렸던 환자도, 멍하게 앉아 있던 어르신도 모두가 그 자리에서는 마치 나이롱 환자처럼 멀쩡했다.

전미애(56) 웃음치료사는 팔방미인이었다. 노래와 춤, 연극, 만담, 강의, 좌담, 이·미용 기술까지, 노약자들을 돕는데 필요한 모든 기술과 능력을 겸비하고 있었으며 환자들을 웃기고 울리기를 마음대로 했다. 그리고 그의 치유술은 한눈에 보아도 특별할 만큼 열정과 지성으로 가득해 마치 신들린 사람같이 보였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 쏟아 붓는 것 같습니다. 어떤 연유가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맏언니가 수녀입니다. 어머님이 일찍 별세하시고 우리 동생들은 큰언니 밑에서 태산같은 은혜를 입고 자랐습니다. 언니는 동생 7남매를 다 키워놓고는 시집가지 않고 홀연히 성당으로 달려가 수녀가 됐지요. 저는 언니를 한없이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제가 아무리 애쓰고 노력한다 해도 일생을 희생과 자비심으로 살아가는 언니를 따를 수가 있겠습니까. 저희 가족은 모두가 교인이고 우리 자매들은 오롯이 하느님의 말씀과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 언니의 뒤를 따르려고 작지만 노력하고 있을 뿐입니다."

-노인이 많이 웃어야 하는 중요한 이유를 말씀하신다면.

"100세 장수노인은 팔순인(80~89세) 보다 10배 더 웃고 환갑인(60~69세) 보다는 12배 더 웃는다는 조사결과가 있습니다(원광대 보건대학원 김종인 교수). 이 사실만 봐도 많이 웃을수록 덜 아프고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령에는 면역력이 떨어져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노인은 많이 웃어야 하며 나이가 많으면 거동이 불편해지니 운동효과를 내기 위해서도 반드시 많이 웃어야 합니다(15분 웃으면 5시간 운동하는 것보다 낫다. 뇌호흡 이승헌)."

-어르신들이 좀 더 알기 쉽게 웃음의 의학적 효과를 말해 주세요.

"이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웃으면 우리 몸에서 세균을 잡아먹고 건강을 지키고 좋게 하는 백혈구와 세로토닌 같은 물질이 많아지고 반면에 몸을 피곤하게 만들고 병들게 하는 코티졸, 에피네프린 같은 물질은 줄어들게 만듭니다. 특히 우리 몸에는 NK라는 암세포를 죽이는 세포가 있는데 웃으면 이 세포를 강력하게 활성화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서울대 병원). 혈관을 이완시켜 혈압을 떨어뜨리고 순환을 촉진하며 호흡과 산소이동을 증가시켜 당뇨병울 개선하고 다양하고 탁월하게 운동효과를 가져옵니다."

-전미애 웃음치료의 특징은.

"저는 특별한 기술이 없습니다. 다만 환자들을 대놓고 웃기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환자들은 내가 왜 웃어야 하는지를 알고 웃어야 치료효과를 지속적으로 높일 수가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집에 가서도, 혼자 있을 때도 적극적으로 웃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 믿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치유를 비는 저의 정성이 환자들의 가슴에 가서 닿도록 노력합니다. 그래서 제 마음을 알아주는 어르신들은 웃으면서도 눈물을 보이십니다. 저는 조심스럽게 어르신들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것들을 풀어드리기 위해 그것들을 어루만져 주면서도 어르신들이 스스로 깨닫고 용서할 사람은 용서하고 내려놓아야 할 짐은 모두 내려놓게 합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저는 참 행복합니다. 남편과 아이들이 봉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가정이 화평하니 행복하고, 가는 곳마다 어르신들이 환하게 웃어주시고 박수치면서 칭찬해 주시니 저는 날마다 즐겁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새색시 같다고 비결을 묻기도 하고, 얼마나 행복하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저는 단언코 누구라도 웃으면서 봉사하고 작지만 스스로 가능한 봉사를 지속적으로 실천하면 반드시 저 이상으로 행복할 수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고 어떤 값비싼 음식이나 보약보다도 몸과 마음에 유익하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날마다 봉사를 하고 길을 나서면 찬바람에 굴러가는 가랑잎을 보아도 참 예뻐 보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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