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철기자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제가 실현된지 10년 훌쩍 지났다. 긍정적인 평가도 많지만 선거로 인한 지역민간의 갈등과 편 가르기 심화로 민심이 분열되고 열악한 지방재정에도 아랑곳없이 어쩔 수 없이 표를 의식한 선심성사업 등 부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았던 것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올해 지방선거부터는 기초의원들의 유급제와 함께 정당공천제가 도입된다.

그러나 정당공천이 도입되면서 현역의원은 물론 지방선거 출마 예상자들의 특정 정당 줄대기는 그야말로 가관이 아닐 수 없다.

특히 경북을 텃밭이라고 생각하는 한나라당의 고위 당직자들은 공공연히 공천기준의 첫 번째 잣대를 2년뒤 대선에서의 역할과 당에 대한 공헌도를 내세우며 자치단체장과 기초의원들의 충성 맹세를 강요(?)하고 있다.

이로인해 일부 인사들 중에는 도당은 물론 중앙당의 힘 있는(?)인사와의 인맥을 과시하며 자신이 공천에 영향력이 있는 양 출마예상 후보자들에게 은밀히 접근하고 있다고 한다.

예천군의 경우 1개 선거구에 적어도 10명 이상씩의 출마 후보자들의 이름이 거론되며 평균 5:1이상의 선거 과열현상이 예상되는 마당에 대부분의 후보자들이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어 공천이후의 후유증 또한 예상보다 심각할 전망이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지방자치제의 실현이 총선과 대선을 위한 사전 표 다지기 작업으로 전락하고 만다면 지방의회는 결국 중앙정치에 예속 될 수밖에 없고 지방자치단체의 특색있는 사업 실천은 물론 제목소리 조차 제대로 낼 수 없는 것은 불 보듯 뻔한 현실이다.

지방선거 구도가 아무리 중앙 정치인들의 입맛대로 교묘히 바뀌어 간다 해도 지역발전을 책임질 자치단체장과 광역, 기초의원을 제대로 선출하는 몫은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의 몫이다.

하지만 광역화된 선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아진 선거운동기간과 점차 강화돼 가는 선거법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을 만큼 자신을 제대로 알리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특정정당의 공천을 등에 업고 무임승차 하려는 몰염치한 후보자들이 난립하고 혈연, 지연, 학연에 의한 내사람 뽑기식의 선거풍토가 쉽게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정당공천 결정이 임박해 올수록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행정력이 내년 선거에 집중되면 정체돼 버린 시간만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주민들이 떠 안을 수밖에 없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아직도 우리의 정치와 선거 수준은 “세상의 어진 이를 선출하여 정치를 하는 것은 천하의 즐거움이다”라는 옛 성현의 말씀을 느끼기에 부족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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