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준호 기자의 울릉도·독도 이야기(5)

‘바다의 토끼(Sea hare)’ 군소.

울릉도 주민들은 바다 해조류를 닥치는대로 해치우는 이 놈을 옛날 탐관오리 군수에 빗대어 ‘군수’라 부른다. 남해 일부 지역에서도 그렇게 불리고 있다.

초봄부터 늦여름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는 군소는 한마디로 바다의 식신이며 천덕꾸러기다.

사실 군소는 자선이라는 기관에서 군청색 색소를 뿜어 자신을 보호하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해조류를 갉아먹고 있는 군소.

또 머리에 한 쌍의 더듬이가 있어 마치 토끼의 귀와 비슷하고 해서 외국에서는 ‘바다의 토끼(Sea hare)’라고 한다.

한번 산란시 1억개가량 알을 낳아 그런 점도 다산의 상징 토끼랑 닮았다.

이밖에 별칭으로 느릿느릿 기어가는 모습을 보고 ‘바다의 달팽이’라 칭하기도 하며, 전라도 일부지역에서는 ‘굴맹이’, 제주도 지방에서는 ‘먹돼지’,‘물돼지’라고 불리기도 한다.

군소의 주식은 해조류.

군소는 여러 마리가 모여 연쇄교미도 한다. 사진 우측에 노란색 국수 같은 띠모양이 군소의 알이다.

몸이 불룩하고 물렁물렁하며 몸 양쪽에는 날개 모양의 근육이 있고 몸 뒤쪽으로 갈수록 약간 갈라져 있는 외양을 하고 있다.

몸 색깔은 주로 흑갈색 바탕에 회백색 얼룩이지만 주변 색깔에 따라 차이가 심하다.

군소는 수중에서 충격이나 위험을 감지하면 문어처럼 자신을 모호하기 위해 보락색 내지 진청색의 체액을 내뿜는다.

체액이 손이나 물건 등에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아 외국에서는 선원들이 군소의 체액을 모아 옷을 염색하기도 했다고 한다.

수중에서 우뭇가사리를 갉아먹고 있는 군소.

암수 한몸인 군소는 물속에서 포옹자세로 짝짓기를 한다.

여러 마리가 길게 이어져 연쇄교미하는 모습은 늦봄에서 초여름까지 울릉도 연안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수중에 노란색이나 오랜지색 국수 같은 띠 모양의 알을 낳는데 알의 대부분은 불가사리 등의 먹이가 된다.

군소는 각 지방마다 다양한 먹거리가 된다.

뒤에서 본 앉아있는 군소의 모습. 머리의 더듬이를 한 껏 세우고 있는 모습이 마치 토끼같다.

전라도, 경남 지역, 제주도 등 남해안지역에서는 별미로 찾고 있으며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상처나 염증의 치료제로도 군소가 쓰이고 있다.

군소는 주로 내장을 제거하고 삶아서 초고추장, 간장 등에 찍어 먹는데 일부지역에서는 간장조림, 산적 등에 쓰인다.

군소에 대한 연구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에릭 캔덜(Eric R. Kendel) 교수는 군소(Aplysia)를 이용해 학습과 기억의 메카니즘을 밝혀 지난 2000년에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위에서 본 군소의 모습. 몸 양쪽으로 날개 같은 것이 있다.

사람 외 천적이 거의 없는 군소는 울릉도. 독도지역 조하대에서 10m 지역에 서식하는데 해조류를 먹어 치우는 양도 엄청나다.

체중 약 200g인 군소가 하루에 11~12g가량의 해조류를 먹는데 특히 산란기에는 크기가 30cm, 무게 1kg가 넘는 군소도 볼수 있다.

외국 해양학자는 군소의 식용에 대해 군소의 먹물에는 독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지만

외국종과 우리나라 나라 군소의 종이 다른지 남해지역에서는 예부터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어도 별 문제가 없다.

해조류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군소.

하지만 음식으로 사용하기전 식용가능한 종인지 확인하고 군소의 몸에 남은 진청색 체액을 잘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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