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식 포항시립연극단 객원연출가 인터뷰

25일 오전 포항시립중앙아트홀. 포항시립연극단원들이 26일부터 7월 7일까지 선보일 '트랜스십이야' 총리허설에 한창이다.

셰익스피어의 '십이야(十二夜)'가 원작인 만큼 정극을 기대했지만 무대 위 배우들은 가수 진주의 '니가 떠나도' 등 대중가요를 부르는가 하면 노래에 맞춰 춤을 추기도 한다.

마치 뮤지컬 형식을 빌려온 듯 신나고 재미있다. 포항시립극단 배우들의 색다른 변화다.

'트랜스십이야'는 오동식(41·사진) 객원연출가가 2001년 각색하고 국립극장과 대학로 등에서 선보인 바 있는 작품.

오 연출가는 "셰익스피어극은 공연 중간에 광대들이 나와 그 시대 유행가를 부르거나 익살과 마술을 접목하는 형식을 취했다"며 "이와 마찬가지로 현대에 맞는 대사와 대중문화를 차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뮤지컬이다. 연극이다'를 떠나서 셰익스피어극에 대한 재미를 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말했다.

아무리 기획이 좋아도 배우가 따라주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것. 뮤지컬 경험이 전무한 포항시립극단 배우들에게는 큰 도전이다.

오 연출가는 "배우들이 처음에는 주춤했다. 하지만 절대음감보다는 신명으로 부르고, 대사처럼 전달할 것을 배우들에게 요청했다"고. 또한 "이 기회가 배우들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개인기를 키우고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고 의도를 밝혔다.

원작 셰익스피어의 '십이야'는 쌍둥이 남매의 배 난파로 시작된 엇갈리는 사랑, 성 혼돈으로 펼쳐지는 해프닝을 통해 성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전달하는 작품.

'트랜스십이야'에서는 등장인물의 성을 바꿈(트랜스)으로서 남자역할을 모든 여자배우가 그리고 여자역할을 남자배우가 공연한다. 등장인물의 성을 바꾼 이유가 있을까.

오 연출가는 "단순한 재미를 위한 연출·각색이 아닌 셰익스피어 당시 여자가 무대에 설 수 없었던 사회적 배경을 기초로 극 중 남장여자인 바이올라의 변신에 힌트를 얻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연극 속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셰익스피어 입장에서는 남자가 여자역할을 하는 것에 대한 딴지걸기가 바로 '십이야'의 남장여자 바이올라였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결국 '바이올라'라는 여자역할을 남자배우가 여자로 연기하지만, 연극이 시작된 후 바로 바이올라는 배우의 원래 성인 남자역할로 다시 돌아오는 것.

원작 '십이야' 배역의 성을 트랜스함으로서 연극의 활력은 배가 되고 생기잃은 대사들은 그 원기를 회복했다.

오시아노 공작이 오시아라는 여자로 트랜스 됨으로써 남성답고 파워풀한 여성으로, 여성 올리비아는 내성적이고 소심한 올리라는 남성으로 표현돼 현대성을 담아냈다. 무대는 클래식하지만 소품이나 대중가요 등 동시대적인 요소들로 재미를 더했다.

오 연출가는 "세자매가 연극에 대한 멋스러움을 전했다면 '트랜스 십이야'를 통해서는 '연극이 재미있구나'하는 감탄과 친근감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관객뿐 아니라 배우들에게도 '멋있고 재미있고 하고 싶은 연극'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