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형욱 사회부 기자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이 추진 중인 포항 죽도시장에 상인 간 다툼이 점차 과열양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나 시가 보여주는 모습은 답답하기만 하다.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대책마련과 수습이 절실하지만 뒷짐을 지고 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죽도시장 안에 개풍약국 앞 노점 상인들이 들어온 지난달 27일부터 시장은 고성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욱이 5일 오후 1시 50분 죽도시장. 노점 상인들은 서로 언성을 높일 뿐 아니라 욕설이 난무했다.

오가는 시민들도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리며 혀를 내찼다. 중재역할을 하도록 시에서 권한을 부여받은 용역업체는 멀리서 뒷짐을 졌다.

용역업체의 태도는 시와 비슷하다. 지난 4일 죽도시장 아케이트설치 구간 비대위 대표 2명이 박승호 시장을 찾은 자리에서도 이 모습이 나타났다.

대표들은 자리를 나오며 하나 같이 박 시장이 현 상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더라고 토로했다.

대화가 오고간 20여분 동안 박 시장은 내용을 담당 과장에게 묻고, 과장은 브리핑을 하는 등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지속된 것이다.

또한 취재 도중 한 공무원이 대표성 없는 상인들이 몰려와 떼를 쓴다는 식으로 말한 점은 소통의 부재를 느끼게 했다.

현재 시장 상인회는 시가 법적 근거와 명확한 기준 없이 노점을 시장 안으로 들여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말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입장도 숨기지 않았다.

노점들은 시가 장사를 하도록 해놓고 상인들에게 이런 소리를 듣게 한다며 아우성이다. 서로 다른 목소리만 내고 있을 뿐 하나로 묶기 위한 노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래선 노점에 도로점용료를 받는 것이든 노점상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이든 걸음마조차 떼지 못할게 뻔하다.

이와 함께 시간이 길어질 수록 시에 대한 신뢰가 점차 깨어지는 분위기다. 시를 향해 탁상행정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도 일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는 노점 상인들이 요청한 3자(점포·노점·시) 대화의 장 조차 미루고 있고, 시장은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니 황당하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아케이드 2차 공사가 남았다. 이 공사 역시 무분별한 노점상 정비와 도로점용료를 징수하겠다는게 시의 목표다.

전체 아케이드 공사가 1/4 완료된 시점에서 이 같은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면 2차 공사 때는 문제가 더욱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상인들이 자신의 이권을 뺏기지 않으려 완고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를 풀 열쇠를 쥐고 있는 포항시에 솔로몬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