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재앙 딛고 생태 되살렸다”…수질 개선 성과

금호강(琴湖江)은 경북 포항 죽장에서 발원해 영천·경산을 거치고 대구시내를 관통한 뒤 달성으로 흘러들어 낙동강과 합류한다.

그러나 이 강에는 1960∼1970년대 산업화, 도시 인구 집중 등으로 하·폐수가 그대로 흘러들었다.

공단, 가정 등에서 마구 쏟아낸 오염물질로 금호 하류는 '죽음의 강'으로 전락했다. "호수처럼 맑다"던 상징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런 강이 지금은 수달이 서식하고 흑두루미가 찾는 '생명의 강'으로 탈바꿈했다. 수질 개선을 위한 투자와 노력의 결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수질은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이 Ⅲ등급(5㎎/ℓ이하)으로 보통 수준에 그치고 있다.

◇ 죽음의 강 전락

1980년대 금호강 하류 수질은 최악이었다. 염색공업공단을 비롯한 대구시내 주요 공단, 가정, 축사 등에서 마구 쏟아낸 폐수와 생활하수, 축산폐수가 주요 원인이다.

여기에다 1970년대 말 영천·포항지역 용수 공급을 위해 상류에 들어선 영천댐도 한 몫을 했다. 유지수가 크게 줄어 금호강은 자정 능력까지 상실했다.

금호강 오염은 낙동강 수질에 큰 영향을 미쳤고 시민 삶의 질을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16개 지천에서 산업폐수와 생활하수가 흘러들어 수질오염이 급격하게 진행됐다.

1984년 하류 강창교 지점은 연평균 BOD가 무려 111㎎/ℓ였다. 생활환경기준(하천)으로 최하인 매우 나쁨을 나타내는 Ⅵ(10㎎/ℓ 초과)등급이다.

물고기와 곤충이 자취를 감추는 등 생태계 파괴 현상까지 일어났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에 따른 대구 수돗물 오염사건, 1991년 염색공단의 금호강 폐수 무단 방류, 1994년 낙동강 악취 파동 등이 잇따라 터졌다. 그렇게 대구는 '환경오염 도시'란 오명까지 붙었다.

◇ 수질 개선…생명이 숨쉬는 강으로

그런 강이 확 달라졌다. 강창교 지점은 BOD가 최악이던 1984년 111㎎/ℓ에서 지금은 3㎎/ℓ대로 떨어졌다.

대구시에 따르면 강창교는 1988년 BOD 98.7㎎/ℓ을 기점으로 1989년 47.5㎎/ℓ, 1991년 29.3㎎/ℓ, 1994년 12.8㎎/ℓ으로 계속 낮아졌으나 여전히 매우 나쁜 수준을 보였다.

그러다가 1999년 5.1㎎/ℓ, 2001년 5.0 ㎎/ℓ, 2005년 4.0㎎/ℓ, 2009년 3.9㎎/ℓ, 2010년 3.0 ㎎/ℓ, 2011년 3.3 ㎎/ℓ, 2012년 3.1㎎/ℓ, 2013년 3.8 ㎎/ℓ를 나타났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13년 연속 환경기준 Ⅲ등급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금호강 수질개선을 위해 정부, 대구시, 기업, 시민, 환경단체 등이 역량을 결집했기 때문이다.

정부와 대구시는 1984년∼1999년까지 15년동안 환경기초시설 확충, 금호강 유지용수 확보에 온 힘을 쏟았다.

이 기간에 10년 계획으로 오염 정화, 자연하천 본래 기능 회복, 치수기능 향상 등을 위해 금호강·신천 종합개발사업도 벌였다.

1987년 달서천 하수처리장 준공을 시작으로 신천, 북부, 서부, 지산, 안심, 달성 등 하수처리장 7곳(시설용량 하루 187.4만㎥)을 건설했다.

2002년에는 전국 최초로 지역에서 발생하는 하수 전량을 처리할 수 있는 고도처리시설까지 완료했다.

2012년 10월에는 2천262억원을 들여 하천에 조류가 발생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하수처리장 7곳에 부영양화 원인 물질인 총인을 없애는 처리시설을 만들었다.

그 결과 하수처리장에서 방류하는 수질의 총인농도가 당초 2㎎/ℓ에서 0.3㎎/ℓ이하로 떨어지는 선진국 수준을 보였다.

대구시내 성서산단을 비롯한 산업단지 4곳에는 폐수종말처리장을 건설해 운영하고 있고 모두 법정 방류수 수질기준을 지키고 있다.

2012년 말 기준으로 대구의 하수도 보급률은 전국 평균(91.6%)보다 높은 98.3%에 이른다.

◇ 하루 유지수 30만㎥ 확보

더구나 금호강 물 확보에도 온 힘을 쏟았다. 1991년부터 2001년까지 3천500여억원을 들여 임하댐~영천댐 도수로(52㎞) 공사를 끝냈다.

이 덕분에 임하댐에서 영천댐으로 보낸 물 가운데 하루 30만㎥를 금호강 유지수로 쓰고 있다.

이처럼 자정 능력을 향상함으로써 최하류 강창교 지점 수질은 BOD 기준으로 35.3%, 유량이 적은 무태교 지점은 41.3%까지 각각 개선했다.

낙동강 고령교 하류도 BOD가 1988년 21.1㎎/ℓ에서 2012년에는 2.41㎎/ℓ로 Ⅱ등급(3㎎/ℓ이하·약간 좋음)을 보였다.

15년이란 짧은 기간(1984년 BOD 111 ㎎/ℓ→1999년 5.1 ㎎/ℓ)에 이뤄낸 금호강 수질 개선은 먼저 산업화를 시작한 영국, 일본 등 선진국 사례와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한다.

일본은 다마천 하구 수질(동경만 유입 전)을 BOD 기준으로 1971년 19.1㎎/ℓ에서 1994년 3.5㎎/ℓ로 23년만에 개선했다. 영국은 템스강 수질을 1830년부터 1971년까지 141년만에 연어가 회귀하는 수준으로 바꿨다.

이런 노력으로 폐수가 흐르던 금호강은 수달이 서식하고 흑두루미가 다시 찾는 곳으로 바뀌었다. 그 공로로 대구시는 2006년 유엔산하기구 아시아태평양환경개발포럼(APEED)에서 환경상(은상)을 수상했다.

여기에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환경부가 주관한 전국 하수처리장 운영실태 평가에서 6년 연속 최우수를 받았고 2012년에는 최우수 공공하수도 관리청으로 뽑혔다.

그러나 금호강 생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아직 갈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강창교 지점은 BOD가 2010년 3.0 ㎎/ℓ에서 2011년 3.3 ㎎/ℓ, 2012년 3.1㎎/ℓ, 2013년 3.8 ㎎/ℓ로 더 이상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노후 하수관로 교체, 우·오수 분리 사업, 간이 공공하수처리시설 설치, 하수슬러지 자원화, 범어천·대명천 생태 복원 등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내년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을 계기로 대구를 물 중심 선진도시로 만들겠다"며 "금호강 등 하천 수질을 계속 관리·개선하고 주변 수변공간을 정비해 많은 시민이 찾고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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