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밸리가 세계속에 우뚝 서려면 산·학·연·관 유기적 협력 통한 효율적인 벤처 생태계 만들어야

이재원 푸른문화연대 이사장

우리 포항은 국내 최고의 R&D 역량을 자랑한다. 이른바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지향하는 지곡밸리다. 지곡밸리는 설립 50년 미만 대학 중 세계 1위를 차지한 포스텍을 중심으로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항가속기연구소, 포스텍 생명과학연구센터, 나노기술집적센터, 한국로봇용합연구원, 포항금속소재산업진흥원, 아태물리이론센터, 포항테크노파크 등이 입주해있고, 3천 여 명의 석·박사급 인재를 보유해 국내 최고수준의 인적 인프라를 갖췄다.

또한 지난 2011년에는 노벨상 수상자만 32명을 배출해 '노벨상 사관학교'로 불리는 세계적인 기초과학연구소인 '막스플랑크 연구소'가 해외 분소로는 두 번째로 포스텍에 들어섰다.

게다가 최근에는 4세대 방사광 가속기가 2104년 완공 목표로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번째로 건립을 시작했다. R&D 역량으로는 명실공이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R&D 역랑에도 불구하고 지곡밸리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지향한다는 목표에 걸맞지 않게, 연구 성과를 비즈니스로 연결시켜 성공시킨 사례는 극히 부족한 편이다.

스탠퍼드대학교의 보고서에 의하면 193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의 주축인 스탠퍼드대 출신이 운영하는 기업이 3만9900개, 이들 기업이 만들어낸 일자리만 540만 개에 이른다.

스탠퍼드대 동문 기업의 연매출을 합한 금액은 2조7000억 달러(약 3000조 원)로 한국 국내총생산액(GDP) 1조1600억 달러의 2배가 넘고, 프랑스 GDP(2조7120억 달러)와 맞먹는다 하니 실리콘밸리의 규모와 성과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에 비해 포항테크노파크, 포스텍 창업보육센터, RIST 창업보육센터 등 지곡밸리 입주기관에는 불과 80여 개의 벤처업체만 입주해 있고 성공 사례도 드물다. 또한 지곡밸리의 주축인 포스텍은 규모뿐 아니라 여러 면에서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일례로 카이스트, 서울대는 회사 근무경험이 있는 교수가 전체의 50%를 육박하는 반면, 포스텍은 95% 이상의 교수가 회사 근무경험이 전혀 없는 순수 연구교수다. 여타 대학처럼 제대로 된 비즈니스 스쿨(Business School)도 없다.

그러니 창업가정신(Entrepreneurship) 고양, 벤처 창업 문화 조성 및 창업지원 인프라 구축 자체가 어렵고 성공률도 떨어진다.

따라서 지곡밸리가 진정으로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장려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체계적인 창업지원 인프라를 구축해 나갈 수 있다.

나아가 산·학·연·관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한 효율적인 벤처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궁극적으로 추격자(Fast Follower)에서 개척자(First Mover)로, 연구개발(R&D)에서 사업화 연계 기술개발(R&BD: Research and Business Development)로 패러다임을 과감히 전환하고 지역 경제 및 창업을 활성화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철강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지역산업을 다양화해, 우리 포항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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