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끓는 부정 그려

영화 '방황하는 칼날'은 관객에게 무겁고도 어려운 숙제를 던진다.

청소년 범죄는 갈수록 잔혹해져만 가는데 정작 가해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부모는 자기 자식을 위해서라면 자식이 남에게 어떤 해를 끼쳤고 그들이 어떤 고통을 당했는지는 아랑곳하지 않는 철면피의 악귀가 된다.

현행법은 아무리 끔찍한 성폭행이나 살인을 저질렀어도 미성년자에게는 면죄부를 준다.

이런 현실에서 신문에 실린 한 줄의 범죄 기사를 보고 혀나 한 번 차고 말면 그뿐인 대부분의 사람에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이렇다.

공장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 상현(정재영 분)은 아내를 먼저 보내고 중학생 딸 수진이만 바라보고 산다. 어느 날 집에 들어오지 않은 딸은 버려진 목욕탕에서 잔인하게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다.

익명의 제보자가 알려 준 집으로 찾아가니 고등학생 철용이 딸을 성폭행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보며 낄낄거리고 있다. 이성을 잃고 우발적으로 철용을 죽인 상현은 공범인 두식을 무작정 찾아나선다.

상현은 딸을 잃은 피해자인가, 또 다른 살인자인가. 상현의 사적 복수는 정당한가. 사적 복수를 금지하고 발동하는 공권력은 마땅한가.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 대한 처벌을 경감해 주는 것은 옳은가. 죄의식조차 없는 아이들은 어떻게 포용해야 하는가….

영화는 고등학생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와 그런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의식조차 없는 어린 가해자, 어린 아이들을 가해자이자 피해자로 만드는 철면피의 어른들, 무능력한 공권력, 모든 것을 잃은 상현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분노를 자아낸다.

다루는 소재와 주제만큼이나 영화의 리듬도 시종 무겁기만 해서 두 시간이 버거울 수도 있겠다.

일본의 대표적인 추리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베스트셀러'로 데뷔한 이정호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4월 10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상영시간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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