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선 편집기자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당당한 실버'란 글씨가 써진 조끼를 입고 아침 산책로 가에 앉아계셨다. 몇몇 분들은 즐겁게 대화를, 어떤 분은 담배를, 또 어떤 분은 혼자 우두커니 생각에 잠겨…. 노인일자리사업의 하나로 거리 가꾸기에 나선 어르신들이었다. 산책에서 돌아와서도 어르신들의 모습과 '당당한 실버'란 글씨가 자꾸 떠올랐다.

국가가 가난한 사람들, 일자리 없는 노인들을 위해 복지예산을 늘리고, 그냥 나눠주기엔 명분이 없으니 공공근로사업이니 노인일자리사업이니 이름을 만들어 길가 화단을 가꾸게 한것이다.

하지만 당당해야할 그들이 있어야할 곳이 왜 길가의 화단뿐인가? 평생 일만 하고 살아왔을 이들이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앉아 일하는 모습이 왠지 가슴이 먹먹해지고 애처롭게까지 느껴졌다.

노인일자리사업 월 평균 급여는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20만원. 이 금액이 결코 작은 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요새 물가가 워낙 높아 생계를 위한 노동이라기보다는 용돈벌이의 개념처럼 느껴진다. 지난 3월에 제주시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이 낮은 급여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여 평균 30~35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서, 집에만 있기 답답해 소일한다는 그들에게 한달 20만원이란 돈은 과연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든다.

몇 년째 변하지 않는 노인복지정책도 이제는 변해야 하지 않을까. 노인인구가 점점 많아지는 현실을 감안, 좀 더 생산적이고 재미진 노인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개개인의 풍부한 사회경험과 연륜을 살려 사회 적재적소에서 급여에 대한 불만 없이 일 할 수 있어야 한다. 좋은 예로 안동의 '이야기 할머니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사업은 아이들 인성교육을 위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다. 은빛 머리카락의 '실버세대'들이 역사의 뒤켠으로 물러나지 않고, 당당하게 살 수 있게 우리 사회가 좀 더 배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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